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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DOA

 

D.O.A

 
 오늘도 싸늘하게 식어버린 주검 한구가 응급실로 운송되어 왔다. D.O.A , 'Dead or alive'라고 불리우는 x-box 게임 이름이 아니다. DOA는 'Death on arrival'의 약자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도착당시엔 이미 죽어있을 경우에 사용되는 용어다.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 메인 테마곡에서도 이 용어가 사용되는데, 가사 중 - Your job's a joke, you're broke, your love life's DOA 네가 하는 일이라곤 다 우스운 것뿐이고, 돈도 한 푼 없는 데다, 사랑은 ‘도착 시 이미 사망 상태’인걸. (* 즉,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은 이미 나쁘게 끝나버린 상황을 말하며, 여기서는 사랑운이 지독히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라는 구절에서 본래 뜻과는 조금 다른 속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3월 이후로 D.O.A 환자는 꽤나 드물었던지라 간만에 마주하는 교통사고 사망 환자를 앞에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이미 지난 3월, D.O.A 환자를 두고 이학적 검사를 포함한 아무런 차팅도 하지않은채 과장님께 노티만했다가 무지하게 깨진 전력이 있던터라 혹여나 D.O.A 환자가 내원하면 구석구석 잘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건 뭐 환자 상태가 도무지 이학적 검사를 도와주지 않으니 무척이나 답답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Out car TA로 사망한 환자는 몸이 한군데도 성한 곳이 없었다. 양다리는 부러져 뒤틀린채 골절편이 몸 밖으로 튀어 나와있었고 뒤통수는 완전히 박살이 나있는 상태였다. 눈에 보이는 곳만 체크하면 다행이랴,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기록하는 일이다. 하지만 한여름에 양털 파카를 포함하여 몇겹씩이나 껴입고 있는 환자 옷을 일일이 찢고 벗기느라 땀을 한바가지는 흘렸다.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수십겹의 옷가지들. 벗기고 벗겨도, 자르고 잘라도 나오는 양파껍질과 같은 그 누더기를 제거하는데에만 한참을 씨름했다.

 겨우 옷을 벗기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아저씨의 몸은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다. 카데바와는 전혀 다른, 아직까진 몸 이곳 저곳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신분증이 없어 신원은 파악하기 힘들었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와 더러운 행색으로 유추해보건데 행려자가 아닌가 싶었다. 생체활력징후를 다시한번 체크하고 flat한 EKG리듬을 뽑은 후, 시신을 영안실(장례식장)로 내렸다. 짧다면 짧았던 1시간 남짓동안 내개 해줄 수 있는것이라곤 아저씨가 편히가실 수 있도록 눈을 덮어드리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사람의 생을 마무리짓고 또 다른 환자의 진료를 위해 길을 나섰다. 

 요즘 들어선 사람의 죽음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진건지, 응급실을 경유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도 아쉬움, 안타까움, 슬픔, 애도 등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누군가는 너무 냉정한게 아니냐며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3월 처음과는 다르게 수많은 환자를 만나고, 때론 오늘처럼 D.O.A 환자를 마주하거나 사망 선고를 하게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감정을 갖고 그들을 대하는 것이 때론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일이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느라 또 다른 환자의 진료가 시의적절하게 적합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의사로써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까지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그렇게 죽음에 대해 무디어져가는 내 자신의 변화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져들며 깊은 잠을 청해본다.      

by Polycle | 2009/06/15 23:18 | 일기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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