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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죽음

 

당신이 원하는 죽음은?

 
 매일 1시간씩 정성을 다해서 소독을 해주었던 그 환자가 오늘 아침 7시 세상을 떠났다. 어제 오후 3시경 심정지 신호가 떠서 인투베이션과 CPR을 했고, 병동에 올라온지 일주만에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갔던 그 할아버지는 결국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DNR이 되어있지 않았고 주치의 선생님의 desicion이 늦은데다 보호자 역시 자리를 비운터라 40분이 넘도록 병동에서 CPR을 해야 했지만 결국 할아버지를 위한 그 땀과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 되버렸다.

 보호자와의 라뽀는 좋았다. 매일같이 1시간 넘도록 할아버지의 상처를 소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고, 때론 지독하게도 굴곡 많았던 할아버지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보호자는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다. 어제 중환자실로 할아버지를 옮기고 나오는데 보호자가 내 손을 붙잡고 그간에 너무나 고생많았다며 가족 친지들에게 '선생님께 고맙다고 말씀드리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뻔 했다.  

 이후 보호자들은 DNR 동의서에 서명했고 할아버지가 편히 마지막 길을 가셨으면 좋겠다며 더이상의 적극적인 처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내게 부탁했다. 이미 ventilator와 승압제에 의존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던 할아버지는 회생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고 나 역시 동공은 열려있고 몸은 점점 부어가며 소변 한방울 나오지 않는 할아버지에게 수액을 억지로 때려부어 목숨을 부지시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치료가 될 수 있을런지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가끔 죽음을 목전에 두고있는 할아버지와 같은 환자를 보면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들때가 있다. 약과 기계에 의지하여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 환자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가끔은 의문이 든다. 어차피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라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전하기란 불가능하기에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목숨을 이렇게라도 가늘게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보호자나 의료진을 포함한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이처럼 온 몸이 땡땡 부어가면서 심장 등의 장기에 무리를 주어서라도 고통 혹은 고생스럽게 생명을 연장하는 일이 과연 그가 원하는 것일지 아니면 약과 기계에 의지해서라도 혹은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CPR을 시행해서라도 1분 1초라도 더 살아남기를 원하는 것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은 종종 아무 말이 없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나 보호자 모두에겐 괴로운 일이 된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인 내가 생명을 두고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럽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것 못지않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역시 중요하며 고귀하고 존엄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은 병원에서 이런 상황을 마주칠 때마다 나를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각자의 삶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이에 대한 판단은 여러갈래로 나뉠 것이고 분명히 누군가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인 나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면서 적어도 나만큼은 자연스런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자주든다. 휴-  

by Polycle | 2009/10/29 14:31 | 일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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