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20일
임신 포기
한 부부가 새벽녁 급하게 병원을 방문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여성은 심한 복통과 동반되는 소량의 질 출혈이 있다며 빨리 치료해 달라 애원했다. 몇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나는 생리가 두 달이나 오지 않았던 그녀에게 현재 임신 가능성이 있다 판단되어 먼저 임신반응 검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제안했다.
부부는 임신일리가 없다며 가능성을 부정했다. 두 부부는 10년째 아이가 없어서 유명한 불임클리닉이란 클리닉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으며, 인공수정부터 시작하여 무당굿까지 아이를 갖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했다. 그리고 1년 전, 아이를 너무나 키우고 싶었던 부인은 꼭 핏줄이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입양이라도 하자며 남편을 설득했고 보육원을 통해 한 아기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부부의 임신을 위한 끈질긴 노력은 자연스레 입양한 아이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그들은 1년여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0.01% 가능성이라하여 무시하고 넘길 수 없었기에 부부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부부는 마지못해 먹지도 못하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검사에 동의했다. 남편은 소변을 받아서 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치료는 해주지도 않고 임신반응 검사부터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나 역시도 결과는 당연히 음성으로 나올 것이라 여겼고, 늘 그렇듯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십년만에 나타난 임신 가능성 때문에 부부도 내심 기대는 되는지 약간은 들떠있는 눈치였다.
그렇게 30여분이 흘렀다. 헌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임신반응 검사는 양성이 나왔다. 여지껏 세워두었던 치료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급하게 산부인과에 연락을 하여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조처했다. 당연히 부부는 10년만의 임신소식에 애기처럼 뛸뜻이 기뻐했고 나 역시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1시간 즈음 지났을까, 이상하게도 그 환자는 환자복이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남편은 '이제 되었다'며 아내를 다독이며 위로하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궁금하여 간호사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초음파 검진 결과 '자궁외 임신' 소견이 관찰되었고, 오늘 수술 스케쥴이 잡혔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한 여성의 임신을 위한 지난 10년간의 노력, 그리고 그 결실이 드디어 맺어진다 여겼던 응급실에서의 짧은 순간. 그리고 자궁외 임신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 그 부부는 한 시간 남짓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부부는 쓸쓸히 입원실로 향했고 수일이 지난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선 그 부부의 눈물어린 뒷모습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병원에 근무하고나서 임신과 관련하여 많은 상황들을 겪게 된다. 위 부부와 같은 자궁외 임신으로 인한 슬픔, 의학적 문제로 임신을 포기해야하는 경우, 젊은 혈기에 지른 불장난으로 슬픔에 젖는 모습, 원치않는 임신으로 괴로워하는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꼭 슬프고 안타까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신으로 인한 기쁨, 설레임 등도 그 빈도수는 적지만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생명을 다루는 한 사람으로써 한편에서는 임신이라는 문제로 슬픔에 젖는 이들을 만나지만, 또 한편에서는 기쁨을 얻는 이들도 만나게 되는 상황에 종종 아이러니함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 철부지 10대들이 임신문제로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우, 종종 위와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 인간으로써의 책임감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도(그래서 나는 가끔 내 자신이 오지랖이 상당히 넓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자신도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서질 않는다. 다만 나 역시 이런 경험을통해 하나둘씩 느끼고 배워간다 여길 뿐이다.
부부는 임신일리가 없다며 가능성을 부정했다. 두 부부는 10년째 아이가 없어서 유명한 불임클리닉이란 클리닉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으며, 인공수정부터 시작하여 무당굿까지 아이를 갖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했다. 그리고 1년 전, 아이를 너무나 키우고 싶었던 부인은 꼭 핏줄이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입양이라도 하자며 남편을 설득했고 보육원을 통해 한 아기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부부의 임신을 위한 끈질긴 노력은 자연스레 입양한 아이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그들은 1년여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0.01% 가능성이라하여 무시하고 넘길 수 없었기에 부부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부부는 마지못해 먹지도 못하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검사에 동의했다. 남편은 소변을 받아서 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치료는 해주지도 않고 임신반응 검사부터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나 역시도 결과는 당연히 음성으로 나올 것이라 여겼고, 늘 그렇듯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십년만에 나타난 임신 가능성 때문에 부부도 내심 기대는 되는지 약간은 들떠있는 눈치였다.
그렇게 30여분이 흘렀다. 헌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임신반응 검사는 양성이 나왔다. 여지껏 세워두었던 치료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급하게 산부인과에 연락을 하여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조처했다. 당연히 부부는 10년만의 임신소식에 애기처럼 뛸뜻이 기뻐했고 나 역시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1시간 즈음 지났을까, 이상하게도 그 환자는 환자복이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남편은 '이제 되었다'며 아내를 다독이며 위로하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궁금하여 간호사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초음파 검진 결과 '자궁외 임신' 소견이 관찰되었고, 오늘 수술 스케쥴이 잡혔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한 여성의 임신을 위한 지난 10년간의 노력, 그리고 그 결실이 드디어 맺어진다 여겼던 응급실에서의 짧은 순간. 그리고 자궁외 임신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 그 부부는 한 시간 남짓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부부는 쓸쓸히 입원실로 향했고 수일이 지난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선 그 부부의 눈물어린 뒷모습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병원에 근무하고나서 임신과 관련하여 많은 상황들을 겪게 된다. 위 부부와 같은 자궁외 임신으로 인한 슬픔, 의학적 문제로 임신을 포기해야하는 경우, 젊은 혈기에 지른 불장난으로 슬픔에 젖는 모습, 원치않는 임신으로 괴로워하는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꼭 슬프고 안타까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신으로 인한 기쁨, 설레임 등도 그 빈도수는 적지만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생명을 다루는 한 사람으로써 한편에서는 임신이라는 문제로 슬픔에 젖는 이들을 만나지만, 또 한편에서는 기쁨을 얻는 이들도 만나게 되는 상황에 종종 아이러니함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 철부지 10대들이 임신문제로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우, 종종 위와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 인간으로써의 책임감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도(그래서 나는 가끔 내 자신이 오지랖이 상당히 넓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자신도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서질 않는다. 다만 나 역시 이런 경험을통해 하나둘씩 느끼고 배워간다 여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