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1월 07일
웅담 먹는다던 환자
뒤집어 질듯 극심한 복통을 주소로 내원했던 40대 중반의 여자 환자는 단순 복부사진에서 장마비 소견과 더불어 간담도 기능과 관련된 수치들이 많이 올라있었다. 복통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서 복부 CT를 시행하였고, 검사결과 담낭에 작은 폴립과 함께 담석 소견이 관찰되었다. 담석에 의한 담낭염으로 판단하고 복강경으로 담낭절제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 여자 환자는 수술 후 일반외과 병동 중 한 곳을 배정받아 길고 긴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날 저녁 장폐색으로 입원했던 할머니가 또 위장관 튜브를 뺐다는 청천벽력같은 콜을 받은 나는, 쓰던 원고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병동으로 올라갔다. 3g 정도 짜증을 내면서 튜브를 집어넣고 병동을 나서려는데, 그날 수술을 받았던 그 아주머니가 갑자기 내게 한숨을 푹 내쉬며 '선생님, 쓸개를 떼어내면 웅담을 먹는게 도움이 되요?'라고 물었다. 보양식품을 판매하는 친구가 병문안을 와서는 빠진 쓸개엔 웅담이 최고라며 권하고 갔다는 것이다.
당연히 내 대답은 'No'였다. 웅담은 다들 알다시피 곰의 쓸개다. 그 효능은 웅담에 포함된 UDCA라는 성분이 담즙의 분비를 원활하게 도와주고 간에 쌓인 노폐물, 대사 찌꺼기들을 원활하게 배설되도록 도와 간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미 환자의 약에는 UDCA 성분만 추출하여 제조된 으르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돈자랑 할 것이 아니라면 웅담은 먹을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병실을 나서며 보았던 그 아주머니의 표정은 아직도 웅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새였다.
웅담은 실제로 해구신, 뱀과 더불어 3대 정력 식품이자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져있다. 몇년전 방송에서는 곰을 사육하여 살아있는 곰의 담즙을 관으로 빼내서 약으로 마신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허나 곰이 담도염이나 담낭염을 앓고 있지 않다면, 굳이 웅담을 마시기 위해서 곰에게 경피적담낭조루술과 같은 불필요하고 야만적인 행위는 할 필요는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시중에는 이미 웅담의 성분 중 약효가 되는 UDCA만 추출하여 만든 '으르사'라는 제품이 있으며 정력 등의 효과는 아직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으르사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보자. 으르사는 곰 같은 일섭이 형이 TV에서 '곰의 기운, 피로야 물렀거라' 외치며 바닥을 내리치던 약으로 많은 이들에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런 으르사는 세계적으로 1902년 UDCA의 효능이 알려진 뒤 많은 국가에서 약제 개발을 시도하였으며, 우리나라에는 일본 다나베사가 개발한 UDCA 추출성분을 61년 대웅제약이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것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초기엔 정제형으로 혀에 살짝 닿기만 해도 맛이 엄청 쓰고, 목넘김이 어려워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이후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지금의 연질 캡슐 형태의 으르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더불어 '으르사=곰'의 공식은 81년 광주에 나타났다가 피살된 반달곰의 쓸개가 16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되자 대웅제약에서 ‘으르사 한 박스는 곰 한 마리와 같습니다’란 광고 문구가 인기를 끌면서 시작되었다. 허나 으르사는 꼭 곰의 쓸개(웅감)으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80년도엔 소 쓸개로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닭 쓸개를 그 원료로 많이 사용한다. 이렇듯 UDCA 성분만 추출하거나 합성해서 만든 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비싼 값을 치루며 해외까지 날아가서 눈에 불을 키고 웅담을 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국인의 웅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아직까지도 세계 그 어느 민족보다도 강렬하고 열정적이다.
그 아주머니께도 위와 같은 설명을 한참동안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음날 오후 회진 때 과장님께 내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반복했다. 하지만 과장님의 명쾌한 답변을 듣고도 여전히 의뭉스러운 그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면서 쓸개 빠진 사람은 줏대가 없다던 옛 속담이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생각해보니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지조없이 흔들리는 사람을 가리켜 종종 쓸개 빠진 인간이라고 불렀지만 단 한번도 왜 쓸개가 지조에 상징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동양의 옛 속담과 고대 서양에서 우울증을 *멜랑꼴리(melancholy, 흑담즙)라고 불렀던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무언가 쓸개가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 혹시나 쓸개를 떼버린 탓에 그 아주머니가 쉽사리 의구심을 풀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내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며 옆침대 할머니가 다시는 코에서 위장관 튜브를 빼지 않기를 기도하고선 병동을 떠났다.
*멜랑꼴리 : 고대 서양에서는 몸의 4체액인 피, 담즙, 흑담즙, 점액이 사람의 심리나 성격, 체질과 건강상태를 반영한다 믿었고 그 예로 우울증을 의미하는 멜랑꼴리의 어원은 흑담즙이며, 흑담즙이 많은 사람은 우울함에 시달린다고 여겼다.
그날 저녁 장폐색으로 입원했던 할머니가 또 위장관 튜브를 뺐다는 청천벽력같은 콜을 받은 나는, 쓰던 원고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병동으로 올라갔다. 3g 정도 짜증을 내면서 튜브를 집어넣고 병동을 나서려는데, 그날 수술을 받았던 그 아주머니가 갑자기 내게 한숨을 푹 내쉬며 '선생님, 쓸개를 떼어내면 웅담을 먹는게 도움이 되요?'라고 물었다. 보양식품을 판매하는 친구가 병문안을 와서는 빠진 쓸개엔 웅담이 최고라며 권하고 갔다는 것이다.
당연히 내 대답은 'No'였다. 웅담은 다들 알다시피 곰의 쓸개다. 그 효능은 웅담에 포함된 UDCA라는 성분이 담즙의 분비를 원활하게 도와주고 간에 쌓인 노폐물, 대사 찌꺼기들을 원활하게 배설되도록 도와 간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미 환자의 약에는 UDCA 성분만 추출하여 제조된 으르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돈자랑 할 것이 아니라면 웅담은 먹을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병실을 나서며 보았던 그 아주머니의 표정은 아직도 웅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새였다.

경피적담낭조루술을 이용한 웅담 썩션 (제발 이런 짓 하지 말자!)
웅담은 실제로 해구신, 뱀과 더불어 3대 정력 식품이자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져있다. 몇년전 방송에서는 곰을 사육하여 살아있는 곰의 담즙을 관으로 빼내서 약으로 마신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허나 곰이 담도염이나 담낭염을 앓고 있지 않다면, 굳이 웅담을 마시기 위해서 곰에게 경피적담낭조루술과 같은 불필요하고 야만적인 행위는 할 필요는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시중에는 이미 웅담의 성분 중 약효가 되는 UDCA만 추출하여 만든 '으르사'라는 제품이 있으며 정력 등의 효과는 아직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으르사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보자. 으르사는 곰 같은 일섭이 형이 TV에서 '곰의 기운, 피로야 물렀거라' 외치며 바닥을 내리치던 약으로 많은 이들에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런 으르사는 세계적으로 1902년 UDCA의 효능이 알려진 뒤 많은 국가에서 약제 개발을 시도하였으며, 우리나라에는 일본 다나베사가 개발한 UDCA 추출성분을 61년 대웅제약이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것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초기엔 정제형으로 혀에 살짝 닿기만 해도 맛이 엄청 쓰고, 목넘김이 어려워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이후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지금의 연질 캡슐 형태의 으르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더불어 '으르사=곰'의 공식은 81년 광주에 나타났다가 피살된 반달곰의 쓸개가 16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되자 대웅제약에서 ‘으르사 한 박스는 곰 한 마리와 같습니다’란 광고 문구가 인기를 끌면서 시작되었다. 허나 으르사는 꼭 곰의 쓸개(웅감)으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80년도엔 소 쓸개로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닭 쓸개를 그 원료로 많이 사용한다. 이렇듯 UDCA 성분만 추출하거나 합성해서 만든 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비싼 값을 치루며 해외까지 날아가서 눈에 불을 키고 웅담을 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국인의 웅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아직까지도 세계 그 어느 민족보다도 강렬하고 열정적이다.
그 아주머니께도 위와 같은 설명을 한참동안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음날 오후 회진 때 과장님께 내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반복했다. 하지만 과장님의 명쾌한 답변을 듣고도 여전히 의뭉스러운 그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면서 쓸개 빠진 사람은 줏대가 없다던 옛 속담이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생각해보니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지조없이 흔들리는 사람을 가리켜 종종 쓸개 빠진 인간이라고 불렀지만 단 한번도 왜 쓸개가 지조에 상징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동양의 옛 속담과 고대 서양에서 우울증을 *멜랑꼴리(melancholy, 흑담즙)라고 불렀던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무언가 쓸개가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 혹시나 쓸개를 떼버린 탓에 그 아주머니가 쉽사리 의구심을 풀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내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며 옆침대 할머니가 다시는 코에서 위장관 튜브를 빼지 않기를 기도하고선 병동을 떠났다.
*멜랑꼴리 : 고대 서양에서는 몸의 4체액인 피, 담즙, 흑담즙, 점액이 사람의 심리나 성격, 체질과 건강상태를 반영한다 믿었고 그 예로 우울증을 의미하는 멜랑꼴리의 어원은 흑담즙이며, 흑담즙이 많은 사람은 우울함에 시달린다고 여겼다.
# by | 2010/01/07 23:40 | 인턴일기 | 트랙백 | 덧글(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