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2일
응급실 단신
1. 신종플루와의 사투는 오늘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광기씨 아들 사망 사건 이후 더 극성을 부리는듯. 확실히 확진검사 및 타미플루 처방과 관련하여 환자나 보호자의 순응도가 좋아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내원 환자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다행 중 불행이 아닐까.
2. 술을 잔뜩 드시고 와서는 해독제를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는 환자를 보면서 다시 한번 과음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5 D/S가 1리터나 주입되었는데도 아직 의식상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아저씨 오늘 꽤나 많이 잡수셨지 않았나 싶다. 아까는 멘탈 체크하러 갔더니 나보고 '이 씨발놈아 여기 어디야'라는데 정말 한번에 화가 솟구쳤지만 '참을 忍'자를 마음 속에 천만번은 새기며 넘겼다. 진짜 이놈에 술이 웬수인듯.
3. 웬걸, 저녁에 저혈당 환자만 셋이 줄줄이 응급실로 찾아왔다. 하나같이 mental dete로 찾아왔다가 지금은 모두 집나갔던 의식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 상태. 세 환자의 공통점이라면 저혈당 외엔 모두 보건소 2곳이상에서 과도하게 당뇨약을 타서 드시는 상태라는 정도랄까. 몇마디 대화를 나눠보니 어디서든 무조건 약만 받아 먹으면 좋다라는 식의 사고가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의 머릿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4. 요 며칠 무척 아펐다. 신종플루는 이미 내 몸속 여기저기를 헤집고 지나갔을거라 생각하고, 그 이후에도 억지로 백신 접종까지 했건만 다시금 고열과 근육통으로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을 나는 보내야만 했다. 온 몸이 떨리고 한기들고 머리 아프고 기침하며 투오프를 보내며 다시는 아프지 말아야겠다 다짐해본다. 허나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되겠는가, 모든 것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에 달린 것을.
5. 60대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그 환자의 보호자는 이제 갓 20대에 불과한 나에게 단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고개숙여 감사하며 예의를 표했다. 가끔 이럴 때마다 의사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 하는일에 보람도 느낀다. 내가 또 언제 나의 아버지뻘 이상 되는 사람에게서 그런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받을 수 있겠는가. 응급실을 나서는 길에 아버지뻘 되는 그 보호자가 건넨 매실 쥬스를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들이키면서 다시한번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강요(?)해주신 나의 부모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6. 수능이 2시간여 앞으로 다가왔다. 고3시절 변비 때문에 입실 20여분전까지 화장실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행히 19분을 남기고 항문이 폭발하는 덕분에 장내를 말끔히 청소할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겨우 올 수 있었다. (당시에 변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재수하고 있었을지도) 일주전에도 고3 학생이 고열을 주소로 내원했었는데, 그 학생의 아버지에게 오늘은 푹 쉬게 하라며 신신당부했건만 퇴원 후 학교를 가도록 딸에게 강요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 학생은 또 고열을 주소로 찾아왔고 하루저녁 응급실 신세를 져야만 했다. 학생이 아침까지 응급실에서 쉴 수 있도록 일부러 그 학생의 아버지에게 강력히 위험성을 고지하고, 침대를 응급실 외진 곳으로 빼내서 잠자게 했다. 그 학생이 수능시험을 잘 치룰지 아직도 걱정이다. 그 학생뿐만 아니라 오늘 수능을 치룰 수줍은 느낌의 미소 방문객 여러분 모두 화이팅!
2. 술을 잔뜩 드시고 와서는 해독제를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는 환자를 보면서 다시 한번 과음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5 D/S가 1리터나 주입되었는데도 아직 의식상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아저씨 오늘 꽤나 많이 잡수셨지 않았나 싶다. 아까는 멘탈 체크하러 갔더니 나보고 '이 씨발놈아 여기 어디야'라는데 정말 한번에 화가 솟구쳤지만 '참을 忍'자를 마음 속에 천만번은 새기며 넘겼다. 진짜 이놈에 술이 웬수인듯.
3. 웬걸, 저녁에 저혈당 환자만 셋이 줄줄이 응급실로 찾아왔다. 하나같이 mental dete로 찾아왔다가 지금은 모두 집나갔던 의식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 상태. 세 환자의 공통점이라면 저혈당 외엔 모두 보건소 2곳이상에서 과도하게 당뇨약을 타서 드시는 상태라는 정도랄까. 몇마디 대화를 나눠보니 어디서든 무조건 약만 받아 먹으면 좋다라는 식의 사고가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의 머릿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4. 요 며칠 무척 아펐다. 신종플루는 이미 내 몸속 여기저기를 헤집고 지나갔을거라 생각하고, 그 이후에도 억지로 백신 접종까지 했건만 다시금 고열과 근육통으로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을 나는 보내야만 했다. 온 몸이 떨리고 한기들고 머리 아프고 기침하며 투오프를 보내며 다시는 아프지 말아야겠다 다짐해본다. 허나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되겠는가, 모든 것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에 달린 것을.
5. 60대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그 환자의 보호자는 이제 갓 20대에 불과한 나에게 단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고개숙여 감사하며 예의를 표했다. 가끔 이럴 때마다 의사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 하는일에 보람도 느낀다. 내가 또 언제 나의 아버지뻘 이상 되는 사람에게서 그런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받을 수 있겠는가. 응급실을 나서는 길에 아버지뻘 되는 그 보호자가 건넨 매실 쥬스를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들이키면서 다시한번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강요(?)해주신 나의 부모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6. 수능이 2시간여 앞으로 다가왔다. 고3시절 변비 때문에 입실 20여분전까지 화장실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행히 19분을 남기고 항문이 폭발하는 덕분에 장내를 말끔히 청소할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겨우 올 수 있었다. (당시에 변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재수하고 있었을지도) 일주전에도 고3 학생이 고열을 주소로 내원했었는데, 그 학생의 아버지에게 오늘은 푹 쉬게 하라며 신신당부했건만 퇴원 후 학교를 가도록 딸에게 강요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 학생은 또 고열을 주소로 찾아왔고 하루저녁 응급실 신세를 져야만 했다. 학생이 아침까지 응급실에서 쉴 수 있도록 일부러 그 학생의 아버지에게 강력히 위험성을 고지하고, 침대를 응급실 외진 곳으로 빼내서 잠자게 했다. 그 학생이 수능시험을 잘 치룰지 아직도 걱정이다. 그 학생뿐만 아니라 오늘 수능을 치룰 수줍은 느낌의 미소 방문객 여러분 모두 화이팅!
# by | 2009/11/12 05:54 | 일기 | 트랙백 | 덧글(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