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뇌출혈 수술 레지던트일기3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바로 2화에서 등장했던 급성 경막하 출혈 수술 장면. 일단 어설프긴했어도 작가의 창의력에 박수를 밖에 없었다. 여주인공 영휘의 오빠였던 영래는 치열한 싸움 중 외상을 입게 되고, 닥터진을 만남과 동시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물론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동공을 확인하는 등 신경학적 검사를 하는 씬이 나왔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일단 급성 의식 소실을 보이는 외상 추정 환자에게서 급성 경막하 출혈의 가능성을 떠올렸던 것은 '역시 신경외과 의사구나' 라는 탄성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급성 경막하 출혈은 앞서 1화에서 등장했던 급성 경막외 출혈과는 다르게 경막 아랫부분 즉 뇌의 바로 상방에 생긴 출혈이다. 따라서 경막외 출혈보다는 수술이 조금 복잡하고 예후도 좋지 않다.

 뇌출혈 수술에 대한 기본적인 콘셉을 이해하려면 시간에 따른 혈종의 변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뇌출혈 역시 기타 부위 출혈과 마찬가지로 수상 직후에는 빨간색의 선혈이 흘러나오게 되고, 이것은 혈액 응고인자에 의해서 몇시간이 지난 후 고형화 된다. 소의 피로 만든 선지국을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고형화 된 혈종은 일주정도 지나면 액화되기 시작한다. 즉 외상 후 '액체 -> 고체 -> 액체' 의 순으로 변하는 것이다. 대개 외상 직후 고형화 된 경막하의 혈종이 급성 경막하 출혈의 임상양상이며, 시간이 흐른 뒤 이것이 액화된 상태를 만성 경막하 출혈이고 부르게 된다. 혈종의 성분 때문에 치료도 달라지는데, 급성기 고형화 된 경막하 출혈의 경우 머리를 크게 열고 뼈를 떼낸 후 혈종(덩어리)을 물리적으로 걷어내야 하지만(갑압성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제거술, decompressive craniectomy & hematoma removal), 만성 액화된 경막하 출혈의 경우 오십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의 구멍을 뚫고 도관을 삽입하여 액화된 혈종을 배액(버홀, burr hole drainge)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환자가 의식장애 등의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지 않는 선에서 만성화 되어 액화되기를 기다려다가 작은 구멍만 뚫고 도관을 이용하여 배액(버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극에 등장한 환자처럼 급성기 의식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최대한 빠르게 머리를 열고 두개골을 떼내어 혈종을 제거함으로써 뇌가 받는 압력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신경외과 응급수술이 시간을 다투는 싸움이며 신경외과 의사들이 응급실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이유다.

 일단 닥터진의 판단은 비교적 정확했고, 수술기구 역시 조선시대임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특히 감염되지 않도록 천으로 만든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현세에서 가져온 수술용 글러브를 착용한 것은 합격점. 구멍포도 좋았고, 펜라이트를 이용한 임시 무형등을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전기드릴이나 전기톱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개골(뼈)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실제로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Chisele(치즐)과 Mallet(망치)를 이용하는 장면도 좋았고, 지혈을 위해서 인두를 달구어 사용하는 방법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지혈은 크게 압박, 결찰, 소작, 약물의 방법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실제 수술에서 활용 중인 보비(Bovie knife) 말리스(Malis, Bipolar)는 소작 지혈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극중 닥터진이 응용한 인두를 이용한 지혈과 그 원리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비춰졌던 수술 장면은 조선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보였다.

 다만 급성 경막하 출혈의 경우, 극중에서 닥터진이 보여주었던 것보다 더 크게 머리를 열어야 하며, 혈괴를 제거함과 동시에 급성 출혈이 유발되는 혈관을 찾아 지혈함으로써 감압 및 근치까지 동시에 이뤄내야만 한다. 이에 대한 섬세한 고증과 묘사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다. 또한 급성 경막하 출혈은 생각보다 혈액 소실량이 많아서 링거 하나 없는 조선시대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치기란 아마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대개 급성기 의식 소실 환자들은 상태가 좋지 않고 통제가 어려운 면이 있어 리도케인 국소마취만으로는 극중에서처럼 안정적인 수술환경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불어 수술 후에도 뇌압조절, 경련예방, 혈압과 호흡 조절, 내과적 합병증 등 발생 가능한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회복 및 생존확률은 더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뭐, 조선시대라는 시공간적 한계 속에서 나름의 수술장면을 연출한점은 호평을 받을만 하지만 만일 수술방법 등에 대한 좀 더 섬세한 의학적 자문이 함께 했다면 더욱 재밌고 멋진 장면들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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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교주님 2012/06/12 15:46 # 답글

    제대로 된 Assistant 없이 혼자서 해낸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local로 마취하고 한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전문가의 의견(폴리클님)이 조금이라도 반영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은 아쉽네요.
  • 꼬마의사 2012/06/12 21:51 # 답글

    우와 역시 의사선생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ㅎㅎ
    드라마를 볼때 저는 그냥 와~ 하고 보는데 선생님은 세심한 것 하나하나 살펴보시다니..ㅎ
    대단하십니당~
  • 바닐라우유 2012/06/12 22:02 # 삭제 답글

    "여주인공 영휘의 오빠였던 영래??" 영휘<->영래
  • 2012/06/14 11: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지나던학생 2012/06/15 20:51 # 삭제 답글

    늘 올려주시는 글 재밌게 읽으며 지나가다, 만성/급성경막하혈종의 차이를 설명해주신 걸 보고 오오 감탄을 날리며 댓글 남깁니다. 수술법이 이런 이유로 다른 거였군요!!! 며칠 전 신경외과 시험 전에만 알았어도 단순 암기하지 않았을텐데요ㅋㅋ 논리적으로 당연하니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될 것 하나하나 생각없이 외우는 거 같아 뜨끔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이렇게 설명해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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