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진, 아기모양 기형종 레지던트일기3



 기형종(teratoma), 그리스어인 teraton(괴물)에서 비롯된 이 종양은 다른 형태로 분화가 가능한 생식 세포에 의해서 발생하는 종양이다. 보통 남자의 정소, 여자의 난소, 아이의 천골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실제 피부세포, 근육세포, 신경세포 등 다양한 세포와 조직들로 이루어져있다. 실제로 기형종 진단 후 수술해보면 머리카락이나 치아, 근육, 뼈 등으로 구성된 종괴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모습이 괴물과도 같아 기형종이라 이름 붙여진 이 종양을 앓았던 환자들은 중세시대 마녀라고 여겨져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닥터진 첫화에서 사고로 인해 경막외 출혈이 발생한 한 남자의 뇌 사진에서 우연찮게 발견된 뇌종양을 함께 수술하면서 소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닥터진에서 등장한 기형종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첫번째 문제는 기타 의학적인 상황은 모두 제쳐두고 신경외과적 소견만 보더라도, 경막외 출혈로 인한 의식장애와 동공반사 소실이 관찰되는 상태에서 뇌 MRI 촬영이 이루어질만한 인적, 시간적, 물리적 여유가 과연 있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런 경우 실제 임상에서는 뇌 CT 소견을 확인함과 동시에 수술방으로 침대를 밀고 들어간다. 수술방이 확보되었다는 가정 하에 실제 응급실 내원 후 부터 수술방 테이블까지 환자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한 시간이 넘지 않는다. 우측 경막외 출혈로 인해 뇌 중심선이 좌측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뇌허탈을 시사할만한 동공반사 소실까지 관찰되는 상태에서 MRI 촬영는 웬말이란 말인가. 뇌 MRI 중 T2 이미지만 촬영하였다 하더라도 준비부터 촬영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적어도 이십분 이상. 실제 이런 초응급 상황에서 뇌 MR까지 촬영해야하는 의학적 근거는 없으며, 이런 여유를 부릴 정신나간 신경외과 의사도 없을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실제 뇌 MRI 소견과 수술 필드에서 보였던 종괴의 소견이 일치하는가 여부다. 얼핏보기에 뇌 MRI T2 에서 고음영을 보이는 소견으로 미루어볼 때, 우측에 보이는 종괴는 필시 액체성분의 낭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술 필드의 소견은 아기 모양의 기형종. 이 경우 T2 이미지에서 경계가 균일한 낭성 조양의 소견보다는 불균질한 음영과 함께 부종으로 인해 경계가 불규칙적인 소견이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부터 아기 모양의 기형종을 시사하는 이미지를 보이고 싶었다면 뇌 MRI 소견 중 T1이나 T1 조영제를 사용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형종은 대개 머리카락, 뼈, 근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석회화 병소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굳이 뇌 MRI 소견까지 보여주지 않았더라도 CT만으로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었다.

 세번째 문제는 굳이 경막외출혈과 기형종을 함께 수술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외상으로 인해 뇌뿐만 아니라 기타 부위 수상까지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의식 및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았던 환자를 경막외출혈뿐만 아니라 뇌종양까지 함께 제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의학적 결정은 아니었다. 경막외출혈은 실제로 뇌 실질에 발생한 출혈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두피를 열고 머리뼈만 제거하면 바로 경막외 공간이 노출되고, 이후 혈종은 걷어낸 뒤 급성 출혈병소만 지혈하면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경막 아래 공간을 열고 뇌 실질을 비집고 들어가 종양을 수술해야만 했을까. 뇌압도 상당히 높아져있는 상태에서 무리한 종양 수술은 자칫 환자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현재 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일단 경막외출혈이라는 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추후 중환자실에서 회복 추이를 관찰하면서 환자 상태가 안정되면 2차 수술을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무리한 수술 결정이 자칫 환자의 목숨마저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네번째 문제는 과연 뇌 안에 아기 모양을 한 기형종이 발생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물론 뇌 기형종이 성인에서는 드문 것은 사실이다. 주로 소아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실제 아기의 형상을 한 기형종이 발견되었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기관 형상을 한 기형종의 발생사례는 보고된 것이 있었다. (상기 사진의 발 모양으로 분화된 뇌 기형종) 따라서 이 장면은 억지로 끼워맞추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종양의 위치로 미루어볼 때, 좌측 근력저하는 필연적으로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는 것이나 수술 필드에서 보이는 뇌 구조물들의 엉성함, 수술 기구들의 어설픈 배치, 수술 중 머리 만지고 다시 수술하기 등은 의학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들이니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뭐, 환자 상태를 보아하니 수술은 무사히 잘 마친 것 같지만 닥터진 역시 드라마를 시청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기존의 의학 드라마들과 마찬가지로 의학적 고증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 때문인가 보다.
 

덧글

  • 2012/06/12 07: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퍼말이요 2012/06/12 10:10 # 답글

    재밌군요.
  • draco21 2012/06/12 12:46 # 답글

    .... 실제 사진을 보니.. 상상이상으로 좀 무섭군요. -_-: 발... 이 뇌속에서 생겨난다니. OTL
  • net진보 2012/06/12 13:19 # 답글

    아마 원작 일본드라마 닥터진에서 가져온 것을 고대로 차용하다보니 ㅋㅋㅋㅋ
  • 우뢰매 2012/06/12 13:52 # 답글

    뭐....실제인지 아닌지는 확인해본적은 없습니다만, 어떤 여자의 뱃속에
    태어나지 않았던 자신의 자매가 있었다는 소리도 있었죠;
  • JinAqua 2012/06/12 23:42 #

    앗 저도 이거와 비슷한 이야기 들어봤어요. 어떤 남자가 허벅지가 아파서 병원에 가 보니 자신의 다른 쌍둥이가 그 안에 들어있었다나..
  • ㄷㄴ 2012/06/12 14:48 # 삭제 답글

    실제의사가 볼걸 생각하고 이것저것 제대로 맞추기엔 너무 피곤하지않을까요?? 한국드라마가 그정도 생각할 여유정도가 아니라 시간자체가 안됩니다 방송시간에 맞춰서 방송하는자체가 한국이니 가능할뿐 잠안자고 찍으니 .... 쩝 더러운 현실이 생각나는군요
  • deadline 2012/06/12 16:31 # 답글

    그런데 원작 만화에서는 MRI 안찍고 응급 CT만 찍고 바로 열었고, 뇌종양을 떼어낸 것은 뇌실을 틀어막아 hydrocephalus가 일어났기 때문이었죠. 드라마에서 스케일을 불리다가 오버페이스한 케이스.
  • 교주님 2012/06/12 16:38 # 답글

    한국판에서는 '연애'가 중점이기 때문에 의학 고증에 신경쓰시면 지는 겁니다...
    (병원에서 연애하고, 직장에서 연애하고, OO에서 연애하는 것이 대한민국 드라마)
  • 위장효과 2012/06/12 17:13 # 답글

    그나마 작가가 자문의 말 잘 듣고 의견 반영 잘 해서-정작 고증했던 친구말로는 "역시나 그노무 스토리 진행이네 시청률땜시 고친 게 많아"라지만- 나온 드라마 중 하나로 "사랑하고 싶다."란게 있지요. 이응경, 성동일, 김병세, 신소미, 김지석이 주연으로 나왔던 아침드라마.

    줄거리의 축이 되는 게 선천성 담도 폐쇄고 카사이 수술이라든가 간이식등에 대한 묘사가 괜찮게 되어 있습니다. 이게 또 이식하기 위해서 적합한 공여자 찾는 과정이 바로 줄거리에서 큰 비중이니까(대신 복잡한 인물관계는 여전히 사람 머리에서 열나게 하고)
  • ㅎㅎ 2012/06/12 17:40 # 삭제 답글

    진짜 실제로 있는거였군요~~ 신기하고도 무섭다
  • mel 2012/06/12 19:08 # 답글

    신경외과 스크럽으로 일한 적 있어서 포스팅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
    테트라토마는 주로 발생과정에서 생기는 것 아닌가요? 뇌에서도 발견되다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는, 뇌 수술할 때 현미경 싼 것이나 머리용 drape도 그렇고, bipolar와 cottonoid를 사용하는 디테일에 놀랐었는데 :) 아무래도 드라마 볼 때 그런 것도 보이게 되나 봐요.

    잘 읽었습니다.
  • 꼬마의사 2012/06/12 21:45 # 답글

    아기 모양 종양이 궁금해서 지식인에도 물어봤는데 답변이 없더라구요...ㅜㅜ
    근데 여기서 시원하게 알고 갑니다~
  • 변선주 2012/06/24 22:50 # 삭제 답글

    드라마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병리쪽에서 보면 Fetiform teratoma (Homunculus) 를 말하고 싶었나봅니다.

    예전에 관련 자료를 좀 찾아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4개월 아기에서 보고가 있기는 합니다(http://thejns.org/doi/abs/10.3171/PED/2008/1/5/410).

    수련 기간중 유사 증례를 하나 봤습니다만, 위 사진만큼 디테일하지는 않더군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