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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질스럽고 쿰쿰한 그와 그녀의 일상다반사

 
1. 응급실 체험수기

 작가는 분명 천재 아니면 변태다. 응급실 정문에 인쇄해서 붙여놓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 만화다. 특히 오---메가---쓰리에서는 자지러지는 줄 알았다. 오늘도 수십명의 아무 이상 없었던(?) 복통 환자가 응급실을 다녀갔다. 한 20대 여성은 부모와 함께 응급실을 찾았는데, 고열과 복통이 갑작스레 시작된다며 신종플루로 자기 딸이 죽는 것은 아니냐고 부산을 떨었다. 사진 촬영하고 보니 문제는 '변'이었고, 관장 한방에 모든 증상은 씻은 듯이 소실되었다.

 복통뿐만 아니라 단순 증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하여 치료받고 떠나는 환자가 하루에도 수십명이 넘는다. 새벽마다 복통에 시달리는 환자 여러분, 제발 식이섬유 풍부한 음식 많이 드시고 폭식 좀 자제하고 드실 때 잘 씹어드시길. 단순 복통으로 보호자와 싸워가면서 피검사며 사진검사며 긁어대고 설명해야 하는 의사의 마음도 찢어지니 말이죠.

2. 소견서의 힘

 나는 이전에 의사의 소견서가 이토록 막강한 힘을 가진 물건인줄 몰랐다. 얼마전 단순 고열로 응급실에 왔다가 의증으로 타미플루를 처방 받아간 중학생이 한명 있었는데, 학생의 어머니가 한 일주정도 안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견서를 요구한적이 있었다. 교통사고-보험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도 아니었고 실제로도 일주정도 경과관찰 및 인정이 필요하다 생각되었기에 별 고민없이 써주었는데, 이게 급우들 사이에서 대박을 터뜨린 모양이었다.

 그 학생의 같은 학교 급우로 보이는 한 친구가 오늘 응급실에 고열을 주소로 찾아와선 치료를 받은 후, 비슷한 내용의 소견서를 요구했다. 어디에 쓸꺼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도 의사 선생님 소견서 한장 받아서 일주정도 등교안하고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대충 일련의 그림이 떠올랐다. 당연히 교사는 요즘같이 어수선한 시절엔 의사인 나의 소견서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것이 분명했고, 그 소견서의 방침에 따라 한 학생의 life cycle 및 quality가 달라질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간에 의례적으로 써오던 소견서였기에 별 생각없이 환자나 보호자의 요구대로 다 작성해줬던 것이었다. 

 대충 말을 들어보니 고열로 새벽에 그 병원을 가면 응급실에서 소견서를 써주고, 그 종이 한장이면 등교하지 않고도 집에서 게임을 신나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이 친구들 사이에 퍼진 모양이었다. 의사 소견서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그리고 마음 속 깊이 1그람 정도는 내가 일찍이 이런 꼼수를 알았더라면 좀 더 자유롭게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거란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여하튼 오늘부터 단순 증상에 대한 소견서 작성이라도 내 면허번호가 적힌 물건이니만큼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하여 신경써서 써줘야겠다. 

by Polycle | 2009/11/09 06:45 | 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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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01410 at 2009/11/09 09:01
우리는 고3 가을에 세균성 적리가 창궐했죠.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4
헐; 저는 고3때 월드컵이었답니다 ;;;
Commented by 샛별 at 2009/11/09 09:08
소견서 하나때문에 3등급받고 현역가거나 4등급받고 공익가거나.

그거 생각보다 커요 ㅠㅠ
Commented by 마바리 at 2009/11/09 11:53
소견서 정도로는 힘들고, 진단서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진단서 정도 되면 여차하면 경찰서나 법원도 들락거려야 할 수 있는 것이라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Commented by 샛별 at 2009/11/09 11:56
아 진단서
ㅈㅅㅈㅅ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5
진단서는 소견서에 비해서 훨씬 위험하고 무게감도 있지요.
Commented by 푸리 at 2009/11/09 10:42
저도 한 장 써주세요 -_-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5
접수부터 하세염.
Commented by 몽몽이 at 2009/11/09 10:46
이광기씨 아들의 불행한 사건 이후로 타미플루교 신도들이 더욱 극성일 것 같은 예감... (어쩔 수 없겠죠?)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5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는 환자 보호자마다 이광기씨 이름을 부르지 않는 사람이 없군요.
Commented at 2009/11/09 11: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7
작가는 정말 천재인듯. 그나저나 수술은 왜 하셨는지...
Commented by 정훈군 at 2009/11/09 13:28
양팔+광대뼈+이빨 등이 골절당하고 피는 철철 흐르는데
치료는 3시간 이후로 시작하고 진통제는 4시간 이후에 치료받은 제 신세가 떠오르는 응급실.
치료를 해야하지만 접수를 기다려야 하고 진료를 해야하지만 x-ray, ct등을 기다려야 하고
진통제를 맞고 싶지만 진료를 해야만 받을 수 있고 그렇게 하나하나 앞서 온 사람들을 다 기다리려니
아픈데 시간은 흐른 응급실의 악몽.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7
응급실도 나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지도...
Commented by Hawkeye at 2009/11/09 14:07
소견서 뿐만이 아니라..
"격리요망" 이런것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꾀병 부리고 의사 귀찮게 하는 사람은 좀 혼나야해요. +ㅍ+
인터넷도 안되고 티비도 없고 핸폰도 없는 골방이 있어야 정신차릴듯..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7
음, 제가 고3이었다면 저도 악용했을 가능성이 약간은...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11/09 14:40
소견서에 전자파에 노출될 시 해로울 수 있으니 컴퓨터를 자제하라.. 는 문구라도 쓰심이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8
그건 소견서가 아니라 협박문서가 되버릴듯.
Commented by freed at 2009/11/09 14:50
왠지 폴리클님도 그림 잘그리실거 같은데... 시간과 여유가 있으시다면, 만평같은 1컷짜리 만화 그리시는게 어떠실지? ㅋㅋ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8
미술은 어렸을 적부터 학원을 다녔지만 소질이 없음을....
Commented by 비로그인 at 2009/11/09 15:24
만화 대박이네요 ㅎㅎㅎ 10대들이 학교 가기 싫어서 뜨거운 물 귀에 붓기 서로 옮기 눈물나는 짓을 하는 거 보면 이제 철없는 것들 보다 딱하게 보입니다. 학교 가느니 아파 죽겠어요 이런 -_-;;; 대한민국 중고교는 정글고;;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5:58
정말 철없는 행동이죠. 혼이 나야 합니다. 전염병 무서운지 모르는 어린 아해들.
Commented at 2009/11/09 15: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0
이틀간 진료비도 엄청나게 나왔을거 같은데요. 응급실은 가끔 돈 잡아먹는 기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물론 그 돈이 응급실 운영에 빡빡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Commented by 라쿤J at 2009/11/09 19:48
오메가 쓰리에서 무슨 말인가 했더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0
^^
Commented by alice at 2009/11/09 20:32
전 꿋꿋하게 학교다닐때 열이 나도 개겼지요 (...)
그러나 집에서 강제소환 (우헝헝헝 양호실이불이 양모라고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1
신종플루면 알아서 소환!
Commented by 시쉐도우 at 2009/11/09 21:14
별별 환자가 다있군요. 하긴 오늘도 병원에 가서 그런 환자들을 보긴 했습니다만.

타미플루 만세~라도 부르실 분들이.....의사선생님들이 고생이 많으시더라구요.

파견나온 보건소에서 처음 진찰하시곤, 일반병원에 꼭 가보라고 당부하시던 레지던트 분도 그렇고.

(그런데, 소견서 말씀과는 반대 케이스도 있습니다. 바로 저처럼...검사결과가 빨리 안나와서 출근문제로 골머릴 앓고 있습니다)

여하튼~ 좋은 글 잘 읽고, 링크 신고드립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1
감사합니다. 링크 잘 받았습니다!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11/09 22:32
지금까지...아파도..학교가고...결석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한것 말고는..

그게 결석으로 잡혀서 억울했던 기억이...;;

저 고등학교 때는..그때 눈병이 굉장히 유행이었는데..

아폴로 눈병...

저는 안걸리더라구요..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그런데...학교 다닐 때 안나던 꾀가..지금 나려고 해서 더 큰일이에요..;;

갑자기 저 애들이 부러워지네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1
그걸 결석으로 잡는 교사도 참 대단하군요.
Commented by 나막울었어 at 2009/11/10 09:41
훗. 눈병이 도질땐 눈비벼서 옮겨주는것으로도 오천원씩 받고 돈벌이를 하는애들인데요 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1
나막울었어님께는 제 신종플루 할인가 2천원에 모시겠습니다.
Commented by 소인배 at 2009/11/11 12:20
일반인의 병원서류발급에 대한 관점은 수줍은 미소님과는 다르다는것도 계산하셔야 합니다.

http://www.100mirror.com/415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3
소견서는 어차피 돈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Commented by bruce at 2009/11/11 18:38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가 얼마나 청소년들을 괴롭게 하는지....
제 딸은 중1때 이민 가면서 그곳에서 공부하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고달프게 하지는 않더군요.
고3이 되면 오히려 집에 오는 시간이 더 빨라 지던데요.
하지만 스스로 하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는 것이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신종플루 땀세 요령피는 학생들이 많지만, 의사 선생님으로서의 본분의 중요함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어련 하시겠지만요. 담에 다시 들릴께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1/12 06:02
감사합니다. 가슴 속 깊이 새겨듣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11/12 14: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여왕님 at 2009/11/12 14:23
제가 고 3때 볼거리 유행했었는데 맨 처음 걸린 애 반 찾아가서 그 애 책상위에 있는 쿠션에다 얼굴 부비대다 결국 볼거리 걸리는데 성공(?) 했었답니다. 덕분에 5일간의 중간고사 및 제2차 전국모의수능까지 안치는 행운(?)을 누렸었지요. 그전에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와서 자기들한테도 옮겨달라며 땡깡을 부렸었는데 어머니께서 돌려보내셨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 철이 없었던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없지만 ㅋ
Commented at 2009/11/19 11:53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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