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7일
Human Trouble
응급실로 한 남자가 목을 부여잡고 찾아왔다. 누군가 목을 조르고 후라이팬으로 머리를 때렸다며 검사해달라고 요구했다. Human trouble 냄새가 솔솔 나는 그 환자는 고소네 어쩌네를 운운하면서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리저리 그 환자를 살피던 사이 또 한명의 환자가 안면부 통증을 주소로 응급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 뒤를 한 건장한 청년이 따라 들어왔고, 그렇게 모인 세사람은 갑자기 만담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상해를 입은 두사람은 서로 자기가 형님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 사이에서 한 건장한 청년은 둘의 싸움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딱보기에도 멀쩡해보였던 두사람은 접수도 안한채로 한참을 누워서 니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네로 옥신각신 하더니 급기야 서로 경찰서에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했다.
이후 건장한 청년은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잠시 밖으로 나가 대화할 것을 요청했고, 살포시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선 치료비 많이 나올까 걱정된다며 동생들은 자기가 잘 달래서 집으로 데려갈테니 그때까지 시간을 조금 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그 사람들에 만담의 결말이 너무나 궁금했기에 얼마든지 기다려주겠다는 말을 전했고, 동시에 그들의 사연을 조금 들려줄 수 없겠냐고 청했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한 사람은 그 청년의 친구고 또 한사람은 직장 동료였는데, 함께한 술자리에서 나이문제 때문에 다퉜다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84년 26살이었고, 친구는 빠른 85로 올해 25살, 직장 동료는 빠른 84로 올해 27살이었는데 그 친구들은 평소엔 그 청년과 말을 트고 지낸 사이였지만 우연찮게 세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오늘 나이와 호칭 문제가 결국 주먹다툼으로까지 번졌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치고 박고 신나게 싸우다 응급실까지 찾아오게 되었고, 응급실에서도 아무 처치도 받지않은 채로 누워서 서로 허세를 부리며 신나게 입배틀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공짜로 내게 세상 그 어느 이야기보다 코믹한 만담을 선사했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나와 동갑내기여서인지 그들의 그런 모습이 귀여웠고 깜찍했다. 둘을 모아서 처치실에 가둬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들의 허세는 쩔었고 이소룡이 살아온다한들 그들의 입기술은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졸음이 쏟아지던 지루한 새벽시간의 응급실 근무를 그들 덕에 실컷 웃으며 보냈으며, 시끄러운 응급실 탓에 치료 중이던 환자들 모두 집에 가고 싶다고 퇴원요구를 하는 바람에 화이트 베드에 가까운 응급실을 만들 수 있었다.
둘 사이에서 고생하던 그 청년은 결국 중재를 포기하고 나에게 원하는대로 다 해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빠른 84나 84나 빠른 85나 우린 모두 한민족이며, 너넨 모두 고만고만한 애들'이라는 거창한 휘호 아래 '선수납 후진료'에 상해의 원칙에 따라 설사 이학적 검사 소견은 미비했더라도 될 수 있는한 많은 검사들을 긁어볼 수 있도록 오더를 내렸다. 검사 및 처치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두사람은 갑자기 급화해모드로 돌아섰고, 쩔었던 그 많은 허세들과 맹비난, 상처들을 뒤로한채 사이좋게 나란히 손잡고 응급실을 황급히 떠났다. 개인적으론 퇴근 시간까지 그들의 만담과 함께하는 광영을 누리길 원했지만 애석하게도 10여만원되는 진료비 앞에 모든 미움과 분쟁을 걷어내고 화해모드로 돌아선 그들 때문에 나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Human trouble치고는 점잖았으며 한때나마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그들이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는 오늘도 지겨운 응급실 라이프를 견디고 있다.
상해를 입은 두사람은 서로 자기가 형님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 사이에서 한 건장한 청년은 둘의 싸움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딱보기에도 멀쩡해보였던 두사람은 접수도 안한채로 한참을 누워서 니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네로 옥신각신 하더니 급기야 서로 경찰서에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했다.
이후 건장한 청년은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잠시 밖으로 나가 대화할 것을 요청했고, 살포시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선 치료비 많이 나올까 걱정된다며 동생들은 자기가 잘 달래서 집으로 데려갈테니 그때까지 시간을 조금 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그 사람들에 만담의 결말이 너무나 궁금했기에 얼마든지 기다려주겠다는 말을 전했고, 동시에 그들의 사연을 조금 들려줄 수 없겠냐고 청했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한 사람은 그 청년의 친구고 또 한사람은 직장 동료였는데, 함께한 술자리에서 나이문제 때문에 다퉜다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84년 26살이었고, 친구는 빠른 85로 올해 25살, 직장 동료는 빠른 84로 올해 27살이었는데 그 친구들은 평소엔 그 청년과 말을 트고 지낸 사이였지만 우연찮게 세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오늘 나이와 호칭 문제가 결국 주먹다툼으로까지 번졌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치고 박고 신나게 싸우다 응급실까지 찾아오게 되었고, 응급실에서도 아무 처치도 받지않은 채로 누워서 서로 허세를 부리며 신나게 입배틀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공짜로 내게 세상 그 어느 이야기보다 코믹한 만담을 선사했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나와 동갑내기여서인지 그들의 그런 모습이 귀여웠고 깜찍했다. 둘을 모아서 처치실에 가둬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들의 허세는 쩔었고 이소룡이 살아온다한들 그들의 입기술은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졸음이 쏟아지던 지루한 새벽시간의 응급실 근무를 그들 덕에 실컷 웃으며 보냈으며, 시끄러운 응급실 탓에 치료 중이던 환자들 모두 집에 가고 싶다고 퇴원요구를 하는 바람에 화이트 베드에 가까운 응급실을 만들 수 있었다.
둘 사이에서 고생하던 그 청년은 결국 중재를 포기하고 나에게 원하는대로 다 해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빠른 84나 84나 빠른 85나 우린 모두 한민족이며, 너넨 모두 고만고만한 애들'이라는 거창한 휘호 아래 '선수납 후진료'에 상해의 원칙에 따라 설사 이학적 검사 소견은 미비했더라도 될 수 있는한 많은 검사들을 긁어볼 수 있도록 오더를 내렸다. 검사 및 처치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두사람은 갑자기 급화해모드로 돌아섰고, 쩔었던 그 많은 허세들과 맹비난, 상처들을 뒤로한채 사이좋게 나란히 손잡고 응급실을 황급히 떠났다. 개인적으론 퇴근 시간까지 그들의 만담과 함께하는 광영을 누리길 원했지만 애석하게도 10여만원되는 진료비 앞에 모든 미움과 분쟁을 걷어내고 화해모드로 돌아선 그들 때문에 나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Human trouble치고는 점잖았으며 한때나마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그들이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는 오늘도 지겨운 응급실 라이프를 견디고 있다.
# by | 2009/11/07 06:29 | 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있다는 것이 아닐까. 독일어에도 일본어에도 '존대'를 위한 표현은 있지만 한국어처럼 세세하게 존칭어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며칠 전에 폴리클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주절주절 써 보려고 한다. 실제로 폴리클님의 글과 같은 일을 주변에서 왕왕본 ... more
병원 들어오니 나이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직급의 차이가 더 무서워요ㅜ_ㅡ
전 원래부터 별로 그런데 신경은 안 썼지만...
딱 적당한 정도의 trouble이었군요. ㅋㅋ
시름을 마시고, 시간을 마시고, 세월을 마시고, 인생을 마시고...
잘못 먹으면...
시름이 생기고, 시간을 먹고, 세월을 먹고, 친구를 먹고, 인생 통째로 녹여마셔버리는 것
우리블로거님들은 술을 잘 마시는 분들이란걸...
좋은 글.. 마음으로 읽고갑니다
멋진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
"빠른 84나 84나 빠른 85나 우린 모두 한민족"이라는 대목에서 박장대소^^ 현명한 중재를 하셨군요!
술자리에서 저거 가지고 많이들 싸우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구경거리
오가는 대화가 유치해서...초딩들이 싸우는것 같기도 하고
누가 다치지않고 즐거움을 주고 돌아가줘서 다행이네요.ㅋㅋ
d-370입니다.ㄷㄷ 하악.
출처:Human Trouble
84년생 26살
빠른 85년생 25살 (그럼 여기도 26살 이라고 해야하나?)
빠른 84년생 27살 (아님 여기도 26살 이던가.!)
아는 사람이 얘기하길
빠른 80년생이 삼수한것을 숨기고 81년생과 친구가 되기위해 81년생 이라고 속였다더군요.
빠른 81년생은 80년생이라 속이고 자기는 삼수했다고 밝혀서 81년생들은 그를 형이라 불렀져.
빠른 80년생, 도저히 그를 형이라고는 부르기 싫어서 나중에 80이라 밝혔는데,
이미 81년생들과 야자트고 있는 상태.
정상 81년생은 80년생에게 "야"라고 하고
빠른 81에게는 "형"이라고 부르며,
80과 빠른 81은 친구가 되버린..
함께 모이면 족보가 꼬이는 상황이.. ㅋ
실제로 저 정상 81년생과 빠른 81년생의 생일차이는 2주밖에 안되더라구여..ㅋㅋ
학교 다닐 때야 1년 선배도 까득해 보이지만
사회 나와서까지 굳이 그렇게 서열(?)을 정할 필요가 있는지.
그치만 역시 진료비 앞에서는 나이도 사소한 문제가 돼 버리는군요 ;;
ㅎㅎ 당자자들에게는 심각한 상황이었겠지만 덕분에 여러사람이 즐거워 지네요 ^^
웃음이....ㅋㅋ
저도 가끔 억울한 적이 있는데..
그냥 선배라고 했던 것 같아요.
생일이 정말 빠르면..그냥 언니나 오빠 이렇게 부르겠는데..
4월생인데 빨리 들어가서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니..욱하기도 하는데..
학년이 다르니..그냥 선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요..ㅎㅎ
본인이 또 선배라고...항상 두둑히 배를 불려 주었으니..ㅋㅋ
그냥 거기에 만족?하게 되더라구요..ㅎㅎ
수능 100일도 따로 챙겨주고 감사했던..기억이..ㅎㅎ
그냥 편하게 선배 이렇게 부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형이나..이렇게 부르기 그러면..말은 편히 하고.
저는 오히려 그냥 어린게 좋던데...
선배노릇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서..;;
막내로 자라서 좀 어리광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나의 작은 활력소? 같은 만담이었겠어요..ㅎㅎ
외국은 모두 이름은 부르면 그뿐인데...
응급실 당직..지루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심야에 즐겁게 웃다 갑니다.^^
빠른 생일 때문에 여러 일을 겪다보니 저 일이 남일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제 입학하는 초딩들은 빠른 생일 없어졌으니 이런 일도 점점 사라지겠죠??
늦은 밤, 즐겁게 웃다 갑니다 ^^ 응급실라이프 화이팅!
또한 달력을 언제부터 1월로 하느냐에 따라 1살 차이는 걍 친구 먹을 수 있는데 ...
오히려 동갑내기만 친구로 한정하기 때문에 친구의 수가 적어질 수 밖에 없고
권위를 세우고 "오빠, 누나답게 보여야"하는 부담감도 있고... ㅎㅎ
다만 오늘 아티클을 읽으며 글에서 A,B,C식의 익명을 줬으면 읽기 수월했을 것 같다는 감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