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4일
씨부랄놈
의식저하 및 구토를 주소로 내원한 할머니가 있었다. 요양원에 계시던 분이었는데 금일 아침부터 평소와는 다르게 무기력하고 말이 어눌해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간병인은 전했다. 몇가지 이학적 검사를 통해 신경학적인 문제를 감별해야했기에 할머니의 발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우고 조였더니 무기력했던 할머니가 '이 씨부랄놈아 아퍼 하지마'라며 벌떡 일어났다. 그덕에 간밤에 응급실 신세를 졌던 사람들은 모두 킥킥대며 웃었다. 보호자들은 의사 선생님이 어머님 진료하시려고 한건데 왜 그러시냐며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그분들의 입가에도 살며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이후 Brain CT사진을 체크했고 신경과에선 큰 문제는 없으니 요양원에서 통원치료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차피 날이 밝아야 요양원으로 가실 수 있기 때문에 그 할머니는 긴밤을 응급실에 보내야했고, 그 할머니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씨부랄놈'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번씩 할머니를 찾아가 '할머니 아까 왜 저한테 씨부랄놈이라고 하셨어요?'라며 애교(?)섞인 장난을 걸기도 했는데, 할머니는 연신 '기억나지 않는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그렇게 밤새 할머니와 보호자 그리고 나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하루저녁을 즐겁게 보냈다.
병원에서 일을 하게되면 본의 아니게 욕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치매를 갖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엔 조금이라도 잘못 보이면 욕 뭉탱이가 타이거JK와 맞먹는 수준의 RPM으로 흘러나온다. 그분들에겐 병원장이 친구요, 시장이 동생이요, 대통령이 오빠인 경우가 많으며 아무런 잘못없는 나를 그 사람들에게 말해서 혼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럴땐 깊게 생각할 필요없이 '메롱'하고 혀를 내밀며 가볍게 대응해주는 것도 병원생활의 묘미다. (단, 실제로 고위직과 친분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니킥을 맞아본적도 있다. 간질 환자로 기억되는데 의식 여부를 체크하려 살짝 꼬집었다가 순간 날아온 니킥에 안면부를 강타당한적이 있다. 대개 이정도 파워로 니킥까지 날릴 정도의 상태라면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에 환자를 생각하자면 참 다행인 일이었지만 그 니킥을 직접 맞았던 나는 한참을 통증에 시달려야했기에 무척이나 불행했었다. 그 이후로는 어떠한 검사가 되었건 환자의 정면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시행하지 않는다. 또한 환자를 꼬집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반드시 한손으로 무릎을 눌러 니킥에 대한 사전방어 태세를 갖춘다. 이런 각고의 노력으로 그 후엔 단한번도 니킥을 맞아본 적이 없다.
글을 쓰는데 자꾸 내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져 오늘은 그냥 여기서 접을련다.
이후 Brain CT사진을 체크했고 신경과에선 큰 문제는 없으니 요양원에서 통원치료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차피 날이 밝아야 요양원으로 가실 수 있기 때문에 그 할머니는 긴밤을 응급실에 보내야했고, 그 할머니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씨부랄놈'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번씩 할머니를 찾아가 '할머니 아까 왜 저한테 씨부랄놈이라고 하셨어요?'라며 애교(?)섞인 장난을 걸기도 했는데, 할머니는 연신 '기억나지 않는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그렇게 밤새 할머니와 보호자 그리고 나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하루저녁을 즐겁게 보냈다.
병원에서 일을 하게되면 본의 아니게 욕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치매를 갖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엔 조금이라도 잘못 보이면 욕 뭉탱이가 타이거JK와 맞먹는 수준의 RPM으로 흘러나온다. 그분들에겐 병원장이 친구요, 시장이 동생이요, 대통령이 오빠인 경우가 많으며 아무런 잘못없는 나를 그 사람들에게 말해서 혼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럴땐 깊게 생각할 필요없이 '메롱'하고 혀를 내밀며 가볍게 대응해주는 것도 병원생활의 묘미다. (단, 실제로 고위직과 친분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니킥을 맞아본적도 있다. 간질 환자로 기억되는데 의식 여부를 체크하려 살짝 꼬집었다가 순간 날아온 니킥에 안면부를 강타당한적이 있다. 대개 이정도 파워로 니킥까지 날릴 정도의 상태라면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에 환자를 생각하자면 참 다행인 일이었지만 그 니킥을 직접 맞았던 나는 한참을 통증에 시달려야했기에 무척이나 불행했었다. 그 이후로는 어떠한 검사가 되었건 환자의 정면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시행하지 않는다. 또한 환자를 꼬집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반드시 한손으로 무릎을 눌러 니킥에 대한 사전방어 태세를 갖춘다. 이런 각고의 노력으로 그 후엔 단한번도 니킥을 맞아본 적이 없다.
글을 쓰는데 자꾸 내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져 오늘은 그냥 여기서 접을련다.
# by | 2009/11/04 12:41 | 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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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ycle님의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인턴 하면서 환자들에게 욕 먹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내 경우엔 다행히도 제정신인 사람에게서는 아니었지만...-_-;분당 내과 ... more
내가 이런 환자들까지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간혹(아니 종종) 있죠.
전 오늘도 그런 환자 때문에 기분나쁜 오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렇지 않은 분들께서 감사해하시는 모습에 그런맘일랑 날리고 또 할일을 해야죠.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또 국민 건강을 위해서 진료를 해야하는 것이 의사겠지요. 그래도 세상엔 아직까지 고마워하고 감사해하는 환자가 더 많지 않겠습니까. 우리 힘냅시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특히 노인 분들은 좀 억세다고 할까요?..순간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병원이 특수한 환경이라 더 그렇지만 애로사항이 되겠네요..
그나저나. 항상 조심해야합니다. 맑은 정신이 아닌 상태의 환자에게 맞아서 어디 다쳐도 아무런 보상 못 받는다더군요. ...아 산재 처리는 되려나
읽고 웃다가 쓰러졌네요. 쓰러졌으니 응급실에 놀러가야할까요....오늘도 힘내세요! :D
힘내세요~
-네피
몸 아파서 병원 갔는데, 이런 재치있는 분을 의사로 만나면
병원가는 것도 기다려 지더라구여..ㅋ
아.. 그 의사쌤도 정형외과 원장님이셨는데..ㅋ
ㅋㅋㅋ 할머니 간병하는 아드님 이 안오신다고 이 호랭이가 물어갈놈의 자슥 ㅋㅋ
이것도 거친 욕인가요? 암튼 .. 이말을
평소에도 아름다운 입을 가진사람 은 제정신이 아닌상태 에서도 아름다운 말을 사용할거 같아요 .. 절대 거친욕은...
순간 진지하게 난 개의 아이인가 고민할때도 있..(그거슨 3초있다가 할머니가 과자주면 사라진다는..단순한 )
ㅋㅋㅋㅋ 글 너무 재밌어요 ㅋㅋㅋ
좋은 글 잘봤어요~^^
저도 블로그 운영하는데 음료를 주제로 해요~!
지금 댓글만 남기면 음료수 공짜로 받는, 간단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한 번 들러주세요! ^^
갑자기 빵 터졌어요..ㅋㅋ
아~슬픈 이야기이라고 해야 할텐데..
제3자인 제가 듣기는...ㅋㅋ 아~정말..
오늘의 피곤이 좀 가시는 기분이에요..ㅎㅎ
그래도 할머니께서 별이상이 없으셔서 다행이시네요..ㅎㅎ
욕은 좀 드셨지만..ㅋㅋ
입술이 살짝 찢어졌는데..
웃느라고 더 찢어져서..피가 살짝..나네요..;;
그래도 입이 계속 옆으로 찢어져요..ㅎㅎ
너무 웃은 것 같아서...슬쩍 죄송한 마음이;;;
조금만 웃으려고 했는데
내용이 너무 재미있네요.
멘탈 멀쩡한 환자가 욕하면 난 왜 사는가 싶죠.--;
오늘도 지금같은 날이 되었으면 하고 잠자리에 듭니당~
폴리클님 파이팅!!!
고생 많으십니다. 인턴도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ㅎㅎ 끝까지 화이팅!;
하하하하~
저도 하나 배워갑니다.
써 먹은데도 없으믄서....
ㅋㅋ
재미있게 글...보고 갑니다.
폴리클님은 힘드셨겠지만
저는 이렇게 웃고 있네요.
들리지 않는지요?
하하하하~
주의 하라는 글이 정말 웃기네요..ㅋㅋㅋ
글 재미나게 보고갑니다..ㅋㅋㅋ
폴리클 형은 정말 언어의 마술사인듯.ㅋ?
힘내세요!이제 말턴이신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