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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단상

 
 노년의 안식처 혹은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요양병원, 하지만 내게는 그리 썩 좋지 못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종합병원인 이곳에도 수명의 환자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에서 전원되어 온다. 더러 심각한 문제가 있는 환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증상만 잘 조절되면 회복가능한 환자들이다. 기본적으로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이라면 어느정도 케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지만 설사나 복통, 전신쇠약감 등 단순한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만 생기면 그 즉시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쏴 버리는 짜증나는 병원도 있다.

 오늘, 오전 7시 발생한 왼쪽 편마비를 주소로 90세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전원되어 응급실로 찾아왔다. 소견서에는 'dysarthria(말의 어눌함), Lt. hemiparesis(왼쪽 편마비)'라고 분명히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행했던 이학적 검사에서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여나 내가 놓친 것은 아닌가 싶어 응급실 전공의 선생님에게도 부탁드려보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정상'이었다.

 대뇌 알과성 허혈발작(TIA, 뇌경색이 왔다가 자연적으로 관해된 상태)의 가능성도 있었고, 발병시간등 좀 더 세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소견서에 적힌 요양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소견서에 적힌 면허번호는 2만번대. 내 면허번호가 10만번대인 것을 감안하면 소견서에 적힌 그 사람은 아버지뻘 되는 의사임이 분명했다. 허나 전화기 저편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20대 후반즈음 되어보이는 젊은 청년의 것이었다. (요양병원 알바?)

 그 사람에게 몇가지를 물었는데, 환자에 대해서 전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여부, 정확한 발병시간 및 발병 당시에 상황, 이학적 검사 소견 등 소견서에 적힌 3줄 외에는 그 사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뭐랄까, 마치 환자를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듣고 소견서만 대충 작성하여 보낸 느낌이랄까. 차마 수화기에 대고 '환자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요?'라고 말할 수 없었기에 대충 잘 알았으니 수고하시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환자 진료에 필요한 정보는 반드시 얻어야 했기에 요양병원 간호사실에 전화를 걸어서 재차 몇가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몇분 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 어떤 말조차 할 수 없게끔 되버렸다. 환자 입원실 담당 간호사라는 사람들이 환자가 아침 식사는 했는지, 정확한 발병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다른 동료 그리고 심지어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는 소리 하나하나까지 다 들을 수 있었다. 재원환자가 많아서 모를 수 있다고 해도 어찌 1시간 전에 전원된 환자에 대해서조차 이토록 무지할 수가 있는지 참으로 놀라웠다.

 처음부터 요양병원에 대해서 처음부터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사실 가족 구성원 중에 중환으로 입원 중에 있으면 온 가족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치매와 중풍질환은 환자의 고통만큼이나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보살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타나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요양병원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노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 중 특히 오랜 시간 동안의 수발이 필요한 치매와 뇌졸중 또는 중풍은 다른 말로 '가족의 병'이라고도 불리울 정도로 가족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통해서 고발되는 요양병원의 어두운 면들 더불어 이런저런 개인적 경험들은 자꾸만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 머리 속에서 자리잡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내 부모님은 내가 고생해서 수발들더라도 절대로 요양병원만큼은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고 시설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의료인이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다면 그런 잘 차려진 밥상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제도나 요양병원 시설도 중요하지만 먼저 의료인들이 내 가족처럼 사랑과 정성, 효도하는 마음으로 모실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by Polycle | 2009/10/15 15:58 | 일기 | 트랙백(5)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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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10/15 16:56
아 이거 정말 싫더군요.
그나마 종교단체에서 하는건 사정이 나은편인데, 나라에서 하는건...
종교단체는 오히려 돈이 모자라서 허덕..
나라에서 하는건 돈 빼돌려 뜯어 먹느라 허덕..
Commented by 먹보 at 2009/10/15 16:59
참..같은 곳에선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군요..저도 병원에 일할 때
요양시설에서 많이 건너 오시더라구요.. 병원에 차트가 보관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정말 몸이 않좋아서 오는 분도 계시지만...돈을 받고 일하는 간병인이라는 인간이
간병은 하지 않고 홀대하더라는..얼마나 화가 나던지..살아가기 바쁜 현대사회에서
요양시설에 보낼 수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실버 산업이라며 몰리고 있는 상황인데
사람은 늙고 병들면 초라해진다는..이 세상은 어느 분야이던지 어두운 면은 존재해서
급 우울해지네요..오버인지 모르겠어요...;;;;; 회식자리 잘 치르시길...
Commented by 복돌이^^ at 2009/10/15 17:07
아~~ 정말로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병원가시기를 싫어하신건데...제가 미쳐 몰랐던 부분이 많았네요...
종종들러 좋은정보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Commented at 2009/10/15 17: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theadadv at 2009/10/15 17:29
몇군데 가봤지만, 저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사실, 종합병원에선 나가야 하는 판국이니 신문에 난 모 대학 병원 의사처럼 관계자가 아니라면, 보호자 입장에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의사가 아닌 간병인의 실수에 대한 무책임 반응과 개선이 없다는 것이 요양병원의 문제죠. 게다가 뭐 그리 베짱들인지... 원...

덧붙이면,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원 계통은 간병인의 자질이 너무 떨어져서 문제...
Commented by 뽀글 at 2009/10/15 17:30
정말 화나내요,, 그래도 말그대로 요양병원인데 그런데서 그렇게 다들 무관심한.....
Commented by thinkpink at 2009/10/15 17:41
헉... 듣고보니 제 부모님은 제 손으로 돌봐드려야 할 것 같은데 직장에 매인 몸이라... 큰 문제로군요.
Commented by 교주님 at 2009/10/15 17:51
제가 응급실인턴 뛰고 있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기본적인 Hx.등이 하나도 안 되있고 증상만 써놓고는 바로 전원온..(-_-;)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다 묻고, 적고 Noty..->(time delay+) Severe Brokened~!! ㅠ.ㅠ

정말로, 제대로 된 요양병원이 드물어서 내 가족이라면 절대로 요양병원 안보낸다..생각했던 적이 있네요.
Commented by 요양병원 at 2009/10/15 17:54
몇년전부터 우후죽순격으로 생긴 요양병원.. 당시엔 나라에서 돈을 많이 지원해줬죠?

요양병원이 법인으로 많이 설립되다 보니
원장서 부터 밑의 닥터까지 모조리 페이닥터인 곳도 많고
그런곳은 의사도 자주 바뀌고..
말 그대로 '요양' 하러 오는 환자들이라 그냥 쉬러 또는 마지막을 준비하러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이고 진료도 그것에 맞추어 있고
몇명 안되는 직원 가지고 돌리다 보니 서비스도 엉망이고
병원 시설 허술하고 시스템 엉망인 곳도 있고
그저 의보공단에서 돈이나 타먹으려는 곳도 있고
간병인들은 조선족이 꽉잡고 있고
그런거죠
모든 요양병원이 다 그렇다는건 아니고 그런곳도 있다고요
Commented by 저녁노을 at 2009/10/15 18:02
남의 일처럼 보이질 않습니다.ㅠ.ㅠ
Commented by 포도봉봉 at 2009/10/15 18:13
헉 왠일입니까. 요양병원이란 곳이 이럴줄이야... ㅠ ㅠ 가족같은 병원은 정말 없는 것인가요?
Commented by 나그네길 at 2009/10/15 19:13
현대판 고려장, 요양원의실태를 보면서....만감이 교차되고, 늙으면 우리들이 가야하는곳인데, 서글퍼지는것같고, 이시대에 사는자체는 어쩔수없는 상황이라....... 그순간이 다가오는것같아서...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 *-----------------------
Commented by at 2009/10/15 20:45
집안 며느리잘들어와야합니다,,,현명한여자,,
물론 남자도 책임감있고..착실한 남자를만나야되구요,,
Commented at 2009/10/15 20: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놔 짜증나네~ at 2009/10/16 03:01
[현대판 고려장]이라뇨?
도대체 그 고려장이란 단어가 어떻게 생긴 단언지나 알고서 쓰시는 겁니까?
노인들을 산속이나 뭐 이런 곳에 유기하던 풍속은 쪽국이나 몽골에서도 흔했던 거였습니다!
또한, 식량이 부족했던 중앙아시아 같은 곳에서도 행해졌던 걸로 보이고 있고 말이죠!

근데도 그걸 굳이 [고려장]이라며 부르게 된 건, 이 나라 민족성을 흠집내려는 쪽발이들의 식민지역사공작에 의한 것인데...

그렇게나 많은 얘기들이 있어왔고, 이 단어는 써서는 안된다고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홍보하고 다녔는 데도 아직까지 쓰고 있다니...

정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군요, 정말!

ㅡㅡ^
Commented by 아놔 짜증나네~ at 2009/10/16 03:04
지나국에선 노인들을 잡아 식량으로 썼다고 하고...
(공자도 인간육포를 즐겨먹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고 말이죠!)

암튼, 우리가 왜 그런 풍속을 우리 풍속인양 뒤집어써야 하는 지...

에혀~ 젠장!
Commented by 라이넬 at 2009/10/16 15:24
이건 뭔...-_-; 그럼 대체할 단어나 내놓고 난동을 부리시던가...
달을 비판했더니 손가락이 잘못됐다고 난동부리는 꼴.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10/18 10:20
공자도 인간육포 즐겨먹었다는 기록만큼 뻥도 없는데 참내...
Commented by 제해숙 at 2009/10/16 08:54
저은 요양보호사입니다 저도 병 원에 근무 하구 있읍니다 슬픔도 내가 격어야 그사람의 마음을 알수
있듯이 우리가 제제할수없은 환자도 많읍니다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우리 부모님을 모셔보셔요 가족에 그리움에 집에만 가고싶으신거에요 우리 병원은 가족 처럼 잘 모시고 잇으니 걱정 마셔요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10/16 17:05
할머니께서 101세에 돌아가셨어요. 주민증 분실 신고를 한 후, 지금도 할머니 주민증을 지갑에 갖고 다니는데요. 돌아가시기 전 1년동안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고통스러웠어요. '3년 병자 앞에 효자없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물론 제가 못된 놈이기는 하지만요.

저는 Polycle님과는 반대가 되었습니다. 전에는 '요양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었고, 그곳에 보내는 자식들을 후레자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보내는 자식이라고 해서 다 불효 자식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물론 그 중에는 정말 후레자식들도 있겠지요.)

큰아버지께서 종합병원 의사로 은퇴하신 분이신데요. 이런 저런 이유를 대셔서 우리집에서 끝까지 할머니를 모셨네요. (창피한 가족사이지만 그 때는 정말 욕이 막 튀어나오려고 했습니다. ) 할머니께서는 결국 저희집에서 임종하셨고요..

글이 잘 정리가 되지 않는군요. 담배 한개피 피워야겠습니다.
식사 제 때 꼭 챙겨드시고요..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10/16 23:57
할말이 없어지네요.
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실태는 그게 아니네요.
참 씁쓸하게 만드네요.
정말...
뭘하려면 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강 할 것이면 하질 말지..
한숨이 나와요.
정말 이름뿐인 요양병원이네요...그 요양병원은..

남녀노소 아울러서 살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쵸이 at 2009/10/18 12:48

어제밤엔
가슴 뻥~ 뚤리는 바다가 보이는 광안 해변가로
불꽃 놀이에 즐거움을 잔뜩 취하고 왓습니다.
요양병원에서 구속된 생활을 하시는 노인 어르신들께도
이런 기회를 함께 하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혼자만 맛있는것을 몰래 먹는듯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폴리클님 ^^
Commented by at 2009/10/19 00:45
요양병원은 치료보담 케어쪽 개념이 더 어울리죠
대부분이 치매노인이라...
간병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의료인력도 부족해서 간호사인줄 알지만 거진 조무사라는...
약사면허 걸어놓고 조제도 조무사가 하던.....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돈만내고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도 많고
임종이 다가와 기다리다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모두 돌아가버리는 광경도 봤습니다.
참 씁쓸하죠....
Commented at 2009/10/19 13:05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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