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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ube vs L-tube

 
 나는 L-tube 삽입이 너무나 싫다. 내가 하는 것도 싫고 당하는 것도 싫다. 특히나 irritable한 환자라도 만나면 이래저래 애도 먹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기에, 개인적으론 서류 처리등의 잡일보다도 더 싫다. 여기에 누군가 L-tube를 잡아 빼기라도 한다면 짜증이 한트럭은 밀려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울만큼 예민해진다. 

 오늘 중환자실에서 장장 두시간에 걸쳐서 L-tube를 했던 한 환자가 있었다. 80세 경련 환자였는데 오늘 갑자기 토혈을 해서 원인을 찾기 위해 L-tube 삽입이 필요한 환자였다. 몇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입안에서 계속 튜브가 꼬이고, 때론 할아버지가 튜브를 씹버리고, 때론 엄청난 괴력으로 삽입된 튜브를 역류시켜버리는 통에 계속해서 실패했다. 의식이 자울자울한 상태에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노인네가 무슨 놈에 힘이 그리도 좋은지 깜짝 놀랐다.

 슬슬 뇌 저편에서 짜증이 밀려왔다. 설압자로 혀를 눌러보기도 체위를 이리저리 바꿔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튜브는 입속에서 맴돌았다. 환자 체위를 변화로 해결이 안되니 나라도 혹시 체위를 바꾸면 성공하지 않을까 싶어 왼쪽으로 자리를 이동하기도 침대 위에 올라 시행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결과는 실패. 결국엔 후두경을 이용하여 눈으로 보면서 튜브를 밀어 넣어 보았지만 역시나 튜브는 식도 삽입부 전방에서 늘 꼬여버렸다. 도대체 반복하여 실패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잠시 튜브를 내려놓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어려웠다.      

 열심히 L-tube 삽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던 찰나, 다른 베드에서 환자 산소 포화도가 70%까지 떨어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재빨리 달려가 기관 삽관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두어번의 시도 끝에 쌩으로 삽관에 성공했다. 소요시간은 5분정도? L-tube 삽입에 투자한 시간의 1/10도 안되는,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이 삽관을 마쳤다. 함께했던 간호사들도 '인턴이...'라며 놀라는 눈치였다. 후두경을 넣고 '좁아졌다 넓어졌다하는 구멍'을 찾으면 된다는 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삽관 전 간호사들과 손모아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시도하니 오히려 L-tube 삽입보다 쉬웠다. 삽관하는 중에도 L-tube에 대한 걱정이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다.
 
 역시나 기관삽관에 성공했다고 내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금 L-tube 삽입의 지옥으로 돌아와 15분여 시간을 끙끙댔지만 여전히 결과는 실패. 결국 중환자실 차지 선생의 도움으로 60cm 정도 삽입하고 고정할 수 있었다. 이후 몇가지 검사를 통해 환자는 위장관 계통의 문제로 토혈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허나 환자의 상태 여부를 떠나서 L-tube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고 쪽팔렸다. 기관삽관에서 3연승의 가도를 달리며 한껏 들떠 자축하고 있었지만 L-tube도 제대로 삽입하지 못했던 오늘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서 아직도 난 멀었구나라는 반성과 함께 한껏 침울해하고 있다. 흑흑.

by Polycle | 2009/10/08 01:21 | 인턴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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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08 01: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0
아마도 그건 행복한거겠지요?
Commented by 라이넬 at 2009/10/08 01:58
레빈튜브는 환자 본인의 협조 없이는 넣기 대단히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간만에 들르는군요. 잘 지내시는것같아 다행입니다.
그나마 올해 졸업하는 저희는 어느정도 술기는 익히고 투입될테니 다행일까요?
51만원(금융수수료 제외)짜리 시험의 성과가 어떨지 참 두근두근합니다...하핫;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1
전 사실 실기시험 도입은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소모적인 낭비만 될꺼라 생각했지요. 역시 현장에서 부딪혀보는게 제일입니다. 인형가지고 아무리 인튜베이션 해봐야... 실전에선 그닥;;;

+) 라이넬님도 요새 병원 고민으로 머리꽤나 아프시겠습니다. ^^
Commented at 2009/10/08 11: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2
정말 L-tube는 많이 해본다고 잘 들어가는게 아니라는걸... 요새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Commented at 2009/10/08 11: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2
그런데 그런날도 있더라구요. ㅠㅠ
Commented by 먹보 at 2009/10/08 12:27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겠죠.. 인턴이 너무 잘하면 그 기대심에 나중에는
더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성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잘하면 되죠..(제가 아는 척을
하는 건 아니예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2
어서 끝내고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앞서다보니;;;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10/08 21:00
음....위로를 드려야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채찍을 해야 하는 것인지..

잘 하실 수 있을 거에요...

하다 보면 느는 것이고..

라는 말만.....하게 되네요..

너무 전형적인 말이죠?...;;

잘 하실 수 있을 거에요..아자아자~!!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2
고마워요~!
Commented by 선주 at 2009/10/09 00:27
인턴 때 중환자실에서 배웠던 팁인데요..

D-J catheter 등을 삽입할 때 사용한 긴 Wire를 소독해서 재사용할 수만 있다면 그 것을 L-tube에 넣어서 철사의 탄력으로 쭉쭉 들어가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철사가 밖으로 튀어나가면 안된다는 거죠.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3
의외로 시도해 볼만한 방법인데요. 예전에 폴리도 비뇨기과 선생님이 그렇게 삽입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Commented at 2009/10/10 01: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12 11:53
비극이네요. 저라면 그 끊어진 튜브 슈처해서라도 붙였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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