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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눈물

 
 환자나 보호자가 눈물을 보일 때면 한없이 나약해지는 것이 의사가 아닐까. 명절 여파로 수십명의 환자들이 몰아닥친 오늘, 유난히 독거노인 환자들의 병원 러쉬가 줄을 이었다. 명절을 홀로 보내는 와중에 문제가 생겼고 오늘에서야 뒤늦게 발견된 케이스가 유난히 많았고, 시간이 지채된만큼 환자들의 상태 또한 썩 좋지 않았다. 

 특히나 뇌경색을 맞았던 한 할아버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원룸에서 생활하시는 그 할아버지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출근하지 않았던 추석날 집에서 쓰러진채 수일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어 응급실로 실려왔다. 사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오늘 아침 출근하여 침대 밑에 쓰러져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지만, 여느 때처럼 할아버지가 잠이 오질 않아서 바닥에서 주무시는걸로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오후까지도 할아버지가 깨어나지 않아서 집안일을 마치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얼굴에 넘어진 상처가 있고 바지에 오줌을 지린 상태로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질 않아서 그제야 응급실로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것이었다.

 아주머니에게 진단을 위해 필요한 이것 저것을 물었다. 연후가 짧았던 이번 추석, 자식들은 각자의 삶이 바뻐서 할아버지를 찾지 못했고 추석전날 아침 9시 전화통화가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였다고 전했다. 뇌경색 치료에 있어서 발병시각은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에 이후에도 여러가지를 물었고, 우리는 얼추 추석날 아침즈음에 할아버지가 쓰러진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뇌 CT 사진에서도 저명한 뇌경색 소견이 관찰되었고 몸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기에 곧바로 중환자실행을 결정했다. 이미 의식이 자울자울한 상태였고 운동력도 grade 1~2정도 체크되었으며 CT에서 뇌경색이 오른쪽 내경동맥 혹은 중뇌동맥을 모조리 먹었기에 정상적인 회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였다. 뒤늦게 아들이 병원을 찾아왔고, 과장님으로부터 사망 가능성 등에 대한 할아버지 상태 설명을 듣자 처음엔 화를 내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먹고 사는 것이 바뻐서 아버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던 자신을 끊임없이 책망하며 할아버지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버님께 죄진게 많다며 내 손을 부여잡고 꼭 살려달라는 그 아저씨의 부탁에 안쓰럽고 측은하기도 또 한편으로는 뒤늦게 후회하는 그 아저씨에 대한 원망스러운 감정이 교차했다.

 추석이 끝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이 상당수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 그들은 뒤늦게 발견된 뇌경색이나 뇌출혈부터 가볍게는 우울증까지 다양한 문제로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 홀로 살기에 '외로워서 혹은 발견하지 못해서' 병원에 실려온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핵가족화 덕분에 노인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그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다. 

 일전에도 홀로 사는 농촌 노인들의 농약 음독 문제에 대해서 글을 쓴바 있지만 정말 이와같은 문제는 가족 친지 혹은 이웃들의 관심없이는 그 어떠한 제도나 후원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조금만 여유를 내서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더라도 위와같은 문제의 상당수는 신속한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일은 늘 어렵다. 당장 나 조차도 병원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집에 연락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이런 내가 그 누구를 비난하고 질타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그 아저씨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면서 나 역시 조용히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by Polycle | 2009/10/06 01:24 | 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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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망선고
얼마전 인턴일기에서 소개했던(아저씨의 눈물) 중뇌동맥 뇌경색 환자가 오늘 새벽 5시경 그 한 많던 삶을 정리하고 가족들을 뒤로한채 하늘나라로 떠났다. 연세도 있으신데다 경색의 크기가 워낙에 커서 오래버티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입원 일주일째 뇌부종에 의한 심정지로 flat한 EKG 리듬을 그리며 그 생을 마감했다. 어제 새벽 할머니의 심장 박동수가 30회까지 떨어지면서 산소포화도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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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06 08: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7 15:11
저 역시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Commented at 2009/10/06 09: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7 15:11
ㅜㅜ
Commented by 먹보 at 2009/10/06 16:32
인간이기에 나약해지기도 하지만 잔인한 것이 인간이죠. 앞으론 짬 날 때 마다 가족 분들한테 연락 드리세요..저 출산,고령화 시대라 하는데 어느 의사 분은 노인성 질환인가 전공하며 한 포털 사이트에 뜨던데..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한국 사회가 어쩌고 해결되지 않는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이네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7 15:12
대부분 홀로 사는 노인들의 경우, 보호자들과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공통점입니다. 가족의 의미를 모두들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10/07 00:33
마음이 무겁네요.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나이를 먹으면 갈곳도 없어지고..
할 것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점점 수명은 늘어나는데..
쓸모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제대로된 문화나 그런게 없고..

권위적인 모습만 남게 되고..그러는 것 같아요..
활기찬 노년이 아닌...제2의 인생도 아닌..

제 3의 인생...현실과 동떨어진...
공감할 수 없는....그런 분위기인 것 같아서...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7 15:12
괴리감이 그것이 아닐까 싶어요. 늘 좋은 코멘트에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at 2009/10/07 0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7 15:12
어떻게 하면 예쁘게 잘 들어드릴 수 있을까요? ^^
Commented at 2009/10/12 11:54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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