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04일
Atypical
주말, 증상은 뇌경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뇌 MRI 촬영 결과 숨골의 경색 소견이 관찰되어 나를 당황케 만드는 환자가 한명 입원했다. 오른쪽 팔 다리에 뇌경색이 온 것 같다며 내원했던 그 아저씨는 겉으로 보기엔 뇌경색은 커녕 병이라곤 한번도 앓은 적이 없어보이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지금 어디가 가장 불편하시냐고 물었더니 그 아저씨는 정확히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그리고 네번째 손가락 절반에 저린감이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부위는 정중신경이 감각과 운동을 지배하는 영역으로 대개 환자들이 위와같은 증상을 호소한다면 손목터널 부근에서 정중신경이 압박되어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을 강력하게 의심해 볼 수 있다.
그 아저씨는 응급실에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단지 환자 본인의 '오른쪽 팔 다리에 뇌경색이 온 것 같다는' 주관적인 느낌과 손목터널증후군의 정밀검사를 위해 몇일간 상태 변화를 지켜보는 조건으로 입원하였다. 헌데 입원후 시행한 뇌 MRI에서 뇌경색이 그것도 숨골부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으니 놀랄 수 밖에. 혹시나 신비스런 영적인 기운이 그 어저씨를 휘감고 있는건 아닌지 신기했다.
아저씨에게 증상과 뇌 MRI 촬영결과 및 항혈전제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나조차도 납득이 가질 않아서 '도대체 어떻게 병원 오실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정중신경 지배영역의 저린감은 꽤 오래된 것이지만 그 저린감이 점점 위까지 올라오는 느낌이 지속되어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웃집에 침구사 친구가 한명 있는데, 그 친구에게 자신의 증상을 말하자 뇌에 장침을 맞자고 권유했지만 과감히 뿌리치고 병원으로 달려왔다는 이야기 역시 함께 전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 아저씨의 상황 판단력과 결단력에 박수를 보냈다. 숨골 뇌경색이면 증상이나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 환자의 경우 빠른 발견과 치료로 큰 탈없이 병치레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아직도 팔팔하게 병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식사를 하는 어저씨에게 항혈전 치료를 하면 당분간은 움직이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유드렸다.
이처럼 질병과 그 질병에 해당하는 증상이 매치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증상과는 다르게 비전형적인 증상이 우세한 경우도 많고, 쌩뚱맞은 증상을 주소로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의학은 이래서 참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학문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설사 비전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귀를 기울여 듣고 신중히 생각해보는 여유가 때론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는데 중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말하는 의사보다는 잘 듣는 의사가 되리라 다시금 다짐해본다.
가까이 다가가 지금 어디가 가장 불편하시냐고 물었더니 그 아저씨는 정확히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그리고 네번째 손가락 절반에 저린감이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부위는 정중신경이 감각과 운동을 지배하는 영역으로 대개 환자들이 위와같은 증상을 호소한다면 손목터널 부근에서 정중신경이 압박되어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을 강력하게 의심해 볼 수 있다.
그 아저씨는 응급실에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단지 환자 본인의 '오른쪽 팔 다리에 뇌경색이 온 것 같다는' 주관적인 느낌과 손목터널증후군의 정밀검사를 위해 몇일간 상태 변화를 지켜보는 조건으로 입원하였다. 헌데 입원후 시행한 뇌 MRI에서 뇌경색이 그것도 숨골부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으니 놀랄 수 밖에. 혹시나 신비스런 영적인 기운이 그 어저씨를 휘감고 있는건 아닌지 신기했다.
아저씨에게 증상과 뇌 MRI 촬영결과 및 항혈전제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나조차도 납득이 가질 않아서 '도대체 어떻게 병원 오실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정중신경 지배영역의 저린감은 꽤 오래된 것이지만 그 저린감이 점점 위까지 올라오는 느낌이 지속되어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웃집에 침구사 친구가 한명 있는데, 그 친구에게 자신의 증상을 말하자 뇌에 장침을 맞자고 권유했지만 과감히 뿌리치고 병원으로 달려왔다는 이야기 역시 함께 전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 아저씨의 상황 판단력과 결단력에 박수를 보냈다. 숨골 뇌경색이면 증상이나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 환자의 경우 빠른 발견과 치료로 큰 탈없이 병치레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아직도 팔팔하게 병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식사를 하는 어저씨에게 항혈전 치료를 하면 당분간은 움직이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유드렸다.
이처럼 질병과 그 질병에 해당하는 증상이 매치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증상과는 다르게 비전형적인 증상이 우세한 경우도 많고, 쌩뚱맞은 증상을 주소로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의학은 이래서 참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학문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설사 비전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귀를 기울여 듣고 신중히 생각해보는 여유가 때론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는데 중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말하는 의사보다는 잘 듣는 의사가 되리라 다시금 다짐해본다.
# by | 2009/10/04 21:53 | 일기 | 트랙백 | 덧글(2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잘듣는 의사가 되시겠다는 말씀이...참 듣기 좋네요..^^
명절은 잘 보내셨냐고 물으면...실례가 될까요?
내일 부터 또 일상의 시작이네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이 저에게는 느껴져요..''
어쨌든..아자아자`!!
대개 몸의 한쪽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면 거의 100 % '풍'이 오기 전의 증상이라고 들었는데... 희한하게도 잘 커버하셨군요.. (부럽습니다.)
---
근데,,,
>> 몇일간 상태 변화를 지켜보는 조건으로 입원하였다
이런게 가능한가요?
단지 병원에 입원 한번 해 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경험한 터라... [좀 쉬려고..^^]
더군다나,,,
>> 병이라곤 한번도 앓은 적이 없어보이는 건강한 사람
이라는데........... 이 또한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때 예후가 모 아니면 도라고 들은 기억 말고는.. ㅡㅡ
그걸 연구하는 의학도 그래서 어려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식처럼 딱딱 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의료계통 종사자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_-;;
몸이 아플때에는 우선 쉬고싶다는게 사람의 마음인데
바로 병원에 가다니...ㅎㄷㄷ
나이 지긋한 노인 아니면(한 70세 정도?) 다 불법시술인데요;;
잠깐 삼천포로 빠지면 침구사 제도의 부활을 한의사들이 막고 있는 입장이죠... 어쨌든
환자분이 그 친구분 말 안들으셔서 참 다행입니다.
많이 부딪혀 봐야 산지식인거죠~ 티비에서 카루 님이 말한 침구사 제도 본 적은 있는데..그 환자 분 대단함! 조금은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저도 완전 궁금함.
잘 말하는 의사보다 잘 듣는 의사~
정말 그런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6년째 편두통으로 고생하면서 의사들한테 맘 많이 상한 1人- ㅋㅋ
추신//다음 메인에 있는 것 보고 들어왔는데 재밌어서 구독 추가 했어요~ㅎ
앞으로 자주 들어와 볼 것 같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