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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이상하리만큼 핸드폰이 울리지 않고 있다. ER 당직이야 이런저런 이유로 빠질 수 있었지만 first 콜은 받아야하는 불쌍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낮 시간의 서너번 콜을 제외하곤 하루종일 bed rest 중이다. 침대에 누워서도 수십번 엠뷸런스가 도착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모조리 타과 환자였는지 아직까지 연락 한번 없다. 옆에서 ER당직이나 NS 인턴 동기들은 일 많다며 죽는 소리를 해댄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그린벨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방금 전 4개월만에 ICU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로부터 기관절개술의 동의서를 받은 것 외에는 오히려 일이 없어 고민이다. 하지만 막상 새벽에 콜이 쏟아지지 않을런지 걱정이다.

 추석이라 그런지 병동 입원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추석이라 이참에 쉬는겸 미뤄왔던 수술도 받고, 빡센 집안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피차 병원에 많이들 입원해서 로딩이 오른다지만 우리병원만큼은 예외인가보다. 거기에 오늘도 몇몇 입원 환자들이 추석을 집에서 보내고 싶다며 외출을 강력히 요구했는데, 이거 참 기뻐서 소리마저 지르고 싶을 정도다. 이참에 드레싱 등 병동 일을 서둘러 정리해버리고 남은 시간을 밖에서 보내버릴까 생각 중이다.

 병원을 주욱 둘러보면 TV를 보지 않아도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특히나 주말 저녁엔 병동마다 '솔약국집 아들들'을 시청하지 않는 곳이 없다.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4개 병동 100병실 전부 지난 주말 8~9시 사이에 솔약국집 아들들을 시청하고 있는 진풍경마저 볼 수 있었다. 오늘 낮에도 병동의 40% 정도가 솔약국집 아들들을 재방송으로 시청했는데, 이정도면 가히 솔약국집 열풍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덕분에 나 역시 회진을 돌아도, 병동 일을 하면서도 솔약국집 아들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물론 회진 들어오면 TV를 아예 꺼버리는 보호자들 때문에 종종 시청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번 주말에도 특별히 큰 사건만 터지지 않으면 무사히 솔약국집 아들들을 시청할 수 있을거라 기대해본다. 물론 오늘 콜이 없이 조용했던 것이 폭풍전야를 암시하는 하늘의 계시였다면 후덜덜하겠지만 말이다. 설령 폭풍전야라 하더라도 새벽시간만큼은 콜이 없기를 바라며, 피스-

by Polycle | 2009/10/02 20:14 | 일기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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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02 20: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6
굿럭!
Commented by 먹보 at 2009/10/02 20:37
폭풍전야가 맞을 듯 ㅋㅋ 여유를 한 껏 즐기시길~ 피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6
thank U
Commented by DarkPrince at 2009/10/02 20:43
피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6
good luck!
Commented by Jill Valentine at 2009/10/02 23:57
솔약국집 아들 보시는군요.ㅋㅋㅋ
드라마도 마음 편하게 보시고 무사히 넘기시길
피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6
결국 못봤습니다. 흑,
Commented at 2009/10/03 01: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7
이제 월요일이 돌아오면 공포의 러쉬는 시작될 것입니다. 아멘.
Commented by 아나로즈 at 2009/10/03 01:34
산부인과 당직 때는 볼 수 있었지만...
내과 당직인 지금은 피토하는 심정으로 밤콜을 받고 좀비처럼 다니고 있습니다. ㅠㅠ
평안한 한가위 되세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8
내시경으로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는 그 토혈...
Commented by 레미사랑 at 2009/10/03 11:11
솔약국집 재미있죠 ..ㅋ
Polycle 님! 명절 잘 보내세요 ! :)



Ps. '잘' 보다는 '무사히' 가 더 어울릴수도 있겠네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8
무사하지 않았습니다...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10/03 12:35
급 안쓰러움이 느껴져요...ㅎㅎ

저는 어제 오후 부터 저녁까지 전부치고....도토리를 주워와서...

도토리 까고..

그러느라고....허리랑 손이 너무 아파요..ㅠㅠ

지금은 푹 쉬고 있는데..너무 행복해요..ㅎㅎ

명절 음식도 제대로 못드셨겠네요..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저는 언제 미션을 할지..;;;

자꾸 미루게 되네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8
도토리를 제게도 조금만 나누어 주시길,
Commented by 떼아모 at 2009/10/03 13:29
헤헷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8
난 네가 제일 싫어-
Commented by 천일동안 at 2009/10/04 01:14
^^ 저도 솔약국집 아들들 보는데.. 재미있죠?
오랜만에 왔어요 올리신 글들 잘 보고 가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9
감사합니다. ^^ 특히 진풍이 에피소드가 재밌더라구요.
Commented by freed at 2009/10/04 17:04
폭풍은 거의 지나갔네요?
지금 인터넷을 키면서 어떤 기사제목이 「추석 교통량, 역대 '최대'」였는데, 연휴가 짧았던 만큼, 과부하(?)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짧은 연휴가 생각보다 괜찮았던것 같습니다. 여태껏 연휴는 보통 4일 많으면 6일정도라서 좀 지루하기도 하고, 몸도 다소 피곤했던것 같습니다.(귀향길 고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연휴를 좋아라 하겠지만, 저는 연휴가 더 힘든것 같습니다 ㅋㅋ
그래서 이번 짧은 연휴가 왠지 개운하네요?

어쩌면 지금 이 시각(PM5:02)에도 열심히.. 혹은 바쁘게(혹은 불나게...) 일하시고 계실 듯한 폴리클님에게 이 메세지를 올립니다 ㅋㅋ

Ps.올림픽같은 큰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솔약국도 무너지죠 ㅋㅋ
Commented by Polycle at 2009/10/04 21:09
환자 콜 러쉬온 몸으로 막아내고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freed님은 잘 보내셨는지요?
Commented by 쵸이 at 2009/10/05 20:35
polycle님의 글을
가끔씩 들어와서 간간히 읽다 보면
평범한 일상들을 재미있게 늘어놓는 솜씨가
입가에 미소가 사알짝 번지게 하는군요.
오늘 새벽에도 콜이 없으시길...^^
Commented by pinkice at 2009/10/11 00:28
어쩌다보니 여기에 오게 되어 인턴쌤들 생활은 어떤건지 보게되네요 ㅎ
회진돌때 혹여나 방해가 될까봐 티비를 끄는데 -
이젠 끄지말고 소리만 좀 줄여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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