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2일
VIP (빕스간 이야기 아님)
여자저차한 사정으로 오늘 오후동안은 종합검진센터에서 문진하는 유닛으로 탈바꿈했다. 신종플루 임시진료소 파견에 이은 두번째 경사다. 이곳에서 내 역할은 기본적인 문진을 담당하는 일, 이는 편안히 앉아서 '과거에 앓으셨던 질환 있으세요?', '드시는 약 있으세요?', '가족력 있으세요?'의 3종 질문 셋트만 무한대로 반복하면 끝나는 단순노동이다. 따라서 내게 주어진 다섯 시간은 정형외과 외래에서 캐스트를 말거나 톱질을 하지 않아도 되며, 동시에 환자와 마주앉아 원없이 떠들어도 되는 꿈과 행복의 시간이다.
종합검진센터 검진은 오늘이 두번째인데, 지난 1차 파견 당시엔 VIP 환자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만 잔뜩 가지고 돌아갔었다. 블로그 이웃인 늑대별님도 바로 어제 소개했지만, VIP라는 존재가 얼마나 귀찮고 손 많이 가는 손님인지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거라 생각한다.
그날 검진센터를 찾았던 VIP 역시 고위층의 사돈되는 사람이었다. VIP가 늘 그렇듯 동료 인턴 하나가 내시마냥 여기저기 길 안내를 하고 있었고, 그 뒤를 떡화장과 명품으로 치장한 부인과 함께 거들먹거리며 걷고 있었다. 검진센터 앞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위층의 통화 한방에 그 사람은 가장 먼저 모든 검진을 끝마칠 수 있었다. 문진 당시에도 배를 주욱 내밀며 방으로 들어와서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 '이렇게 머리에 피도 안마른 의사가 무슨 진료냐'며 빈정상하게 하더니 급기야 검진센터장을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정수리까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삭히고 어차피 기본적인 문진이니 피래미 의사가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척하더니 병원이 구리네 어쩌네 불평-불만만 잔뜩 늘어놓고 진료실을 나갔다. 병원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한 마디하고 싶었지만, 당시의 나에겐 그럴 용기도 힘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VIP에 대한 에피소드가 몇가지 더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교수님 양친을 모시고 검진을 2~3번은 돌았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도 모두 젠틀한 분들이셨고 밥을 사주거나 격려를 해주시는 등 길 안내는 내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억들도 있다. 한번은 동기 형님의 어머니가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지인이라 그런지 약을 쓰거나 술기를 할 때도 소극적-방어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치료 역시 더디게 된 적도 있었다.
또 한번은 이 지역 도의원이 단순 타박상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의원님 덕분에 하루에 회진을 10번이 넘도록 한적도 있었다. 본원 병원장부터 브랜치 병원장까지 그 샌님이 입원해있는 2주동안은 병원 고위직의 얼굴을 질리도록 마주쳐야만 했다. fever가 37.7밖에 안 뜨는데도 주임과장님이 병실로 달려올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샘플할 때마다 벌벌 떨어야 하고, 상황 설명해드려야하고, 긁힌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Bid로 드레싱해야하는, 내겐 지옥 그 자체였다. (나는 단순 타박상이 femur neck Fx.보다 더 신경써야 하는 case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여하튼 VIP는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다. 내 자신도 우리 부모님이 혹여나 아프시다면 내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모시고 싶지 않다. 비록 내가 고위직은 아니지만, 분명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할테고 그 속에서 정상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물건은 아는 사람한테 사더라도 병은 모르는 사람한테 고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종합검진센터 검진은 오늘이 두번째인데, 지난 1차 파견 당시엔 VIP 환자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만 잔뜩 가지고 돌아갔었다. 블로그 이웃인 늑대별님도 바로 어제 소개했지만, VIP라는 존재가 얼마나 귀찮고 손 많이 가는 손님인지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거라 생각한다.
그날 검진센터를 찾았던 VIP 역시 고위층의 사돈되는 사람이었다. VIP가 늘 그렇듯 동료 인턴 하나가 내시마냥 여기저기 길 안내를 하고 있었고, 그 뒤를 떡화장과 명품으로 치장한 부인과 함께 거들먹거리며 걷고 있었다. 검진센터 앞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위층의 통화 한방에 그 사람은 가장 먼저 모든 검진을 끝마칠 수 있었다. 문진 당시에도 배를 주욱 내밀며 방으로 들어와서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 '이렇게 머리에 피도 안마른 의사가 무슨 진료냐'며 빈정상하게 하더니 급기야 검진센터장을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정수리까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삭히고 어차피 기본적인 문진이니 피래미 의사가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척하더니 병원이 구리네 어쩌네 불평-불만만 잔뜩 늘어놓고 진료실을 나갔다. 병원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한 마디하고 싶었지만, 당시의 나에겐 그럴 용기도 힘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VIP에 대한 에피소드가 몇가지 더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교수님 양친을 모시고 검진을 2~3번은 돌았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도 모두 젠틀한 분들이셨고 밥을 사주거나 격려를 해주시는 등 길 안내는 내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억들도 있다. 한번은 동기 형님의 어머니가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지인이라 그런지 약을 쓰거나 술기를 할 때도 소극적-방어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치료 역시 더디게 된 적도 있었다.
또 한번은 이 지역 도의원이 단순 타박상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의원님 덕분에 하루에 회진을 10번이 넘도록 한적도 있었다. 본원 병원장부터 브랜치 병원장까지 그 샌님이 입원해있는 2주동안은 병원 고위직의 얼굴을 질리도록 마주쳐야만 했다. fever가 37.7밖에 안 뜨는데도 주임과장님이 병실로 달려올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샘플할 때마다 벌벌 떨어야 하고, 상황 설명해드려야하고, 긁힌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Bid로 드레싱해야하는, 내겐 지옥 그 자체였다. (나는 단순 타박상이 femur neck Fx.보다 더 신경써야 하는 case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여하튼 VIP는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다. 내 자신도 우리 부모님이 혹여나 아프시다면 내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모시고 싶지 않다. 비록 내가 고위직은 아니지만, 분명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할테고 그 속에서 정상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물건은 아는 사람한테 사더라도 병은 모르는 사람한테 고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다.
# by | 2009/09/22 13:40 | 인턴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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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들어왔다가 읭?
중간에 아 vip가 빕스를 사준건가..
하다가 마지막에 제목을 다시 보고 아....(..)
저도 교수님방 일할 때 따님 모시고 여기저기 심부름 다니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저한테 고생한다고 격려해주시고 잘 해주셔서 편했거든요.
-_- 의원...쪽은 열 받네요.
일단 VIP가 되고 볼..[?]
정말로 VIP분은 오히려 젠틀하신분도 계신데, 꼭 조금이나마 아시는 분이 있거나 줄(?)이 있으신 분이
오히려 더 뻣뻣한..(HyperExtensive Neck+ Neck Stiffness + Bamboo Spine 이죠.)
그나저나..Femur Neck Fx. 보다 simple abrasion등이 더 중요한 Wound라니...참..(-_-;)
P.S.
이번 주도 힘내세요~!
술기도 좀 이상해지고, 영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듯...
잘 해주려다 망하는 수가 많다니까요.
거부하더라나, 동료의사들이 이친구가 폐암 전문의인데, 이 친구가 못고치면 넌 뒈진다 겁주니
테일러가 백배사과 하더라나.
예전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총맞아
병원에 갔을때 주치의가 맨처음 병원에 도착해서 한 이야기는
VIP가아닌 일반인으로 처치해 달라고 했었다던데...
VIP는 처치 방법이 다른가 봐요.
그 뒷 이야기도 일반적인 처치를 했기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지
만약 VIP처치를 받았더라면
병이 나쁜쪽으로 발전했을 거라던데 ...
무슨말이 무슨말인지....
VIP라는 사람들한테 보통 의료수가의 10배정도를 받으면, 그들이 거들먹거려도 별로 기분상하지 않을것같습니다.
만약 그정도 돈도 못낸다면 VIP라고 할수 있을까요?
일반인 진상은 측은지심이 들고,, 상류층 진상은 화부터 나는 것 같아여..
내 성격이 문제인가?? 헤헤헤헤~
오늘 처음 방문했는데..사실적인 글들이 눈길을 사로 잡네요~
자주 들러야 겠어여*^^*
그리고 상류층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 아닐까요>
그들은 단지 부유층이거나 지식층으로 구분될 뿐인데 자꾸 주변에서 상류층 상류층 하면 지들이 귀족이나 된 듯 착각하지요.
병원장을 치료하는 일개 레지던트로썬 여간 손이 떨리는 일이 아니죠 ^_^
굳이 차이를 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CT 조영제 부작용에 '사망'을 꼭 강조해드리기는 했다는..ㅡㅡ
모르셨죠?? ^^.
머리와 가슴이 VIP라야 진정한 VIP 아닌가요? 전 예전에 서비스업에서 일할때 오히려 돈이 없으신 분이더라도 당연한건데 저의 서비스에 고맙게 생각해주시고 별거 아닌거에 감사하다고 그럴때 뭐 하나라도 더 해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 VIP는 따로 계셨던거죠.
참 할말이 없네요..
학교에서 배운..국회의원은...저렇게 권력남용하라는..그런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한다고 배웠는데..
이제는 너무 창피한 존재가 되어서....할말이 없어져요..
저런 사람들이 왔다 갔다...사람 골치아프게 하는 것 같아요..
별것도 아닌 것에 호들갑은 참 잘떤다..하는 생각이..
국회의원하니...떠오르네요..
전에 무슨 행사에 제가 도우미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국회의원이...와서...고생한다고...하면서 악수 청하는데..
솔직히 하기 싫었는데..손 내미니..해야 해서 했는데..어찌나 목에 깁스를 하고 그러든지.
본인도 하기 싫은 것 이미지 생각해서 하는 것 같은데..
수행원 조차...참 목에 깁스를 하고..
저번 국회의원 선거 때....볼만 했죠..
당에서...지원도 못받고 무소속으로 나왔는데..
제가 운동하는곳이 대학교 운동장이어서...
그쪽에 사람이 많으니 선거 유세하러 왔는데..이번에는 뛰어와서...악수 청하길래..
모른척 하고 지나갔던 기억이나요..
선거철만 되면....참 갈대같이 잘도 움직이더니..
당선만 되면..어느새 깁스..;;
샛길로 샜네요..
저런 분들 안마주치고..좀 좋은 분들이 많이 오셔서..즐겁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기 얼른 나으세요~!!!!!
푹쉬고 그러서야 할텐데...
(꼭 어줍쟎은 것들이 더 난리..하앍)
정말 반듯하고 호의적이며 협조적인 환자들은 연줄을 가진 VIP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VIP보다 성심성의껏 대하게 되는데, VIP라고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행동거지를 모이지 못 하더군요.
이전에 군의원을 하셨던 분부터 면장을 하셨던 분, 마을 이장님까지...
아픈곳을 말하기 보다 과거 경력을 먼저 말씀하시며 자리에 앉으시죠.
해드리는 것은 똑같지만 은근히 고급진료(?)를 강요하시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같은 약을 드리면서 좋은 약이라고 말씀 드리는 요령(?)이 생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