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로그인


경험의 중요성

 
 현재 일하는 과 교수님은 환자 오더와 관련하여 인턴과 주치의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많기에, 대한민국 종합병원 인턴이 할 수 있는 일 이상의 것들을 해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예를 들어, 인체를 구성하는 전해질 중 나트륨 수치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의 교정이나 고칼륨혈증 혹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케어 등 많은 부분에서 직접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시행해 볼 수 있다.(물론 의학적으로 중요한 판단은 당연히 사전에 과장님의 ok sign을 받는다.) 교과서에서 수십번 밑줄긋고 암기했던 내용이지만 이해가 부족했던 개념들이 '현장경험 + 실전적용'의 과정을 통해서 완전이 내 것이 되어가는 기쁨은 누려보지 않는 이라면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때론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교과서와는 다른 현장 치료방침이나 적응증, 금기증 등은 아무리 책을 뒤져보고 머리를 싸매보아도 만족할만한 답을 얻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땐 동아리 선배들에게 열심히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기도 하고, 과장님이나 전공의 선생님들과 상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교과서만으론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둘씩 채워가고, 가끔은 예상치않았던 보너스를 건지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얼마전 전신 무력감을 주소로 입원했던 환자의 경우, 칼륨수치가 8이었고(정상은 5정도)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과장님은 옆에서 지켜볼테니 한번 알아서 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스테이션을 떠났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일단 교과서에는 고칼륨혈증의 경우 calcium gluconate, glucose, insulin, kayexalate, 투석 등이 그 치료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환자의 피검사 결과를 간호사로부터 전해들었을 때는, 위와같은 처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막상 적용할려니 어느정도 농도를, 어떠한 방법으로, 얼마나,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투여할지 앞이 깜깜했다.

 일단은 내과 전공의 선생들 옆에서 곁눈질로 훔쳐두었던 지식들을 활용했다. 일단은 심정지 위험이 가장 큰 문제였기에 ECG를 확인했다. 고칼륨혈증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소견들(tent T 등)은 보이지 않았지만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ECG monitoring을 지시했다. 피검사 샘플의 용혈로 인한 거짓고칼륨혈증의 가능성도 있었기에 대퇴동맥에서 천자를 시행하여 재검사를 보냈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고칼륨혈증의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콘셉은 '혈중에 증가해있는 칼륨을 물로 씻어준다'이라고 생각했기에 충분한 수액공급을 위해 생리식염수 1리터를 주입했다. 일단 주입 전에 소변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인지도 확인했다.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물만 때려 붓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했고, 환자에게 최근 배뇨장애 등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과거력은 깨끗했지만 어제-오늘 소변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환자의 말에 소변줄(FCT)를 삽입한 후, 수액 공급을 지시했다.

 그 뒤, calcium gluconate(칼코스)를 생리식염수 100cc에 섞어서 loading하였고 세포내로 칼륨을 넣어주는 효과를 지닌 포도당과 인슐린 사용 역시 필요했다. 포도당과 인슐린을 주어야 하지만 막상 어떤 방식으로 환자에게 주입할지 막막하여 내과 전공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20% 포도당과 환자 BST를 고려하여 RI를 6 unit 정도 믹스하여 투여를 하고 50% 포도당에 역시 RI를 4~6unit 정도 믹스하여 30분마다 3번 주입해보고 lasix(이뇨제)를 한앰플 써보는게 어떻겠냐는 답변을 받았고 그대로 환자에게 적용했다. 더불어 환자에게 설명과 동시에 관장의 필요성 및 상태 설명을 했으며 카슈트를 6팩 #3로 먹이고 I/O, BST, s-electrolyte F/U 할 것을 간호사에게 지시했다. 

 5분 남짓한 시간동안 위 과정을 모두 마무리 짓고 신장내과 외래로 차트를 들고 달려갔다. 신장내과 과장님께 그 자리에서 EKG 재확인 및 응급으로 투여한 오더를 확인받고 컨설트를 보았다. 다행히 응급조치는 잘 되었고 향후 피검사 결과를 보면서 F/U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4일이 지난 현재 환자의 혈중 칼륨 수치는 정상화 되었고 전반적인 건강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다.                          

 후에 과장님께 상황을 보고했고 잘 처리했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받았다. 우연찮은 기회에 경험할 수 있었던 고칼륨혈증 환자의 케어는 향후 고칼륨혈증 환자를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기본적인 처치를 할 수 있는 지식과 용기를 내게 주었다. 환자의 이상을 캐취하고 직접 치료를 적용해보았던 이번 기회는 내 마음 속에서 무척이나 소중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교과서를 백번 읽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단 한번이라도 현장 경험을 해보는 것이 교육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랄까.

by Polycle | 2009/08/17 03:05 | 일기 | 트랙백 | 덧글(29)

트랙백 주소 : http://medwon.egloos.com/tb/241880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08/17 05:01
역시 백번 듣는거 보다 한번 보는게 낫고, 백번 보는것 보다 한번 하는게 낫다는 말은 어디에든 다 통하는 말인듯 합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31
경험의 중요성은 정말 백번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겁니다. 저 역시도 교과서 밖으로 나와서 현장경험을 하면서 이론과 실제는 얼마나 다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아일우드 at 2009/08/17 05:01
백문이 불여일견..멋집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32
아일우드님 연인에게 받은 상처 잘 치유하시길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선주 at 2009/08/17 06:56
저도 인턴 때 Dopamine, Lidocaine, Amiodarone 을 써 본 것 같은데..

이 약들은 교과서 용량 그대로 사용을 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 다만, 상황이 좀 그렇다는게..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39
상황을 잘 판단해서 써야겠죠. 아무래도 인턴은 경험이 적다보니. 저도 PSVT 환자에게 verapamil로 리듬이 잡히지 않아서 amiodarone 써본 기억이 있습니다. 헌데 약으로 안잡히던 리듬이 아이볼 마시지 한번하니 바로 잡히더군요.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8/17 10:19
정말 멋진 경험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44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거 같아요.
Commented by ICEAGE at 2009/08/17 10:23
아무리 교과서에 써있는것을 모두 통달하더라도, 직접 해보시면 정말 난감하실듯하네요~(첫경험)
실패와 실수는 결과적으로는 비슷하더라도, 시도하는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감이 필요하죠ㅋ
자신감을 가지세요. 환자앞에는 의사밖에 없으니까 ㅋㅋ

Ps.혹시 라인도 직접잡으시는지?(보통 간호사가 하는거 같아서...)
저는 그게 어렵게 느껴지던데..;; ㅋ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47
라인을 잡는 병원도 있더라구요. 저희는 라인은 잡지 않아요. ^^
Commented at 2009/08/17 11: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50
선생님 조언 감사드립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성장일기와도 같은 인턴일기를 쓰며 여러 선배님들께 이렇게 덧글로 도움받는 일이 가장 행복하답니다.

오래전 칼코스와 관련하여 액션포텐셜을 낮추어 cardiac problem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선배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ECG를 보고 사용을 망설였지만 혹여나 내가 판독한 ECG가 잘못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 못했기에 루틴으로 사용했습니다. 투여하지 않아서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것보단 일단은 응급으로 투여하는 것이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말 공감합니다. 환자볼 때는 옵쎄가 되어야한다는...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NePHiliM at 2009/08/17 12:15
ㅎㅎ 정확히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처리하셨군요. 점점 멋진의사가되가시는겁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50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걸요. 언젠가 저도 환자 케에어와 관련하여 능숙해질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我的雲 at 2009/08/17 13:05
정말 평생 공부하는 자세로 살아가야겠구나, 하고 새삼 생각하게 되네요.^^ 잘 배우고 갑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51
정말 공부에 끝이란 단어는 없지않나 싶습니다. 늘 배우는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답니다. ^^
Commented by cataka at 2009/08/17 13:41
저 또한 처음 진료를 시작하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낍니다. 가끔 이곳에서 글을 읽으며 많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부분에 적지않은 부러움 또한 느끼고요 ^^ (이곳은 작은 보건지소라...^^;) 앞으로도 좋은 경험 있으면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53
cataka님의 포스팅도 몰래몰래 잘 읽고 있는 1인(?)입니다. 역시나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야 아직은 갓 걸음마를 ㅅ작한 의사기에 이런 경험이 cataka님께 괜히 피해가 끼치는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 앞으로도 덧글로 자주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먹보 at 2009/08/17 14:34
와우!~대견스러워요~제가 과장님 인 것처럼...ㅋㅋ칭찬도 받았으니 힘도 나고ㅎ
그리고 보너스! 요거 요거 중요! +_+
곁눈질로 본 걸 활용했다는 건 눈썰미가 있다는 건데~
병원을 잘 선택한 건가요?..좋은 교수님 아래 좋은 제자가 나오는군요~
한국의 교육이 이론가 실기가 병행이 잘 된다면 흥미를 가지고 능률이 오를 꺼예요..
특히 과학 시간..주구장창 외운 기억 밖에 없는...힘든 인턴 생활 속에 행복감을 느끼는
폴리클 님이 완전 부럽습니다..(여기 부러운 사람 한 명 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4:54
늘 과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끔 뒤에서 도와주시고 기회를 만들어 주신답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는 중입니다. (물론 그에 비례하여 수면시간 역시 줄어들지만 ㅠㅠ)
Commented by 먹보 at 2009/08/17 15:15
글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댓글 쫘~악
폴리클 님 오프이신가?..ㅋ그러면 얼릉 눈 붙이시길~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15:41
하하, 오프는 아니고 오늘은 레지던트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시는 날이라 조금 여유가 생기네요. ^^
Commented by 교주님 at 2009/08/17 17:15
Wow 부럽네요~!
HyperK는 manage가 꽤 어려운데...성공하셨으니 축하드려요~! ^^
(인턴에게 이런 Management를 시키는 병원도 참 드문데..과장님 멋지네요~!)
저는 인턴때 해본 것이라곤 High Quality of CPR 이라는...(ㅡ,ㅡ)
교대는 아무도 안 해주고... 땀은 나고, 힘들고... 다만 심장은 계속 Arrest 중일 뿐이고...(ㅜ.ㅜ)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23:31
의외로 저는 축복받은(?) 인턴인가 봅니다. High Quality of CPR이라함은 희망없이 그 40분동안 이루어진다는 힘든 노동을 말씀 하시는건지?
Commented by PT at 2009/08/17 20:42
오늘도 많이 배워갑니다

요즘 글을 잘 올려주셔서 하루하루 잘 읽어가고있네요 ^^

앞으로도 멋진 글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전문적인 지식은 아직 제가 내공이 부족해서 제가 저번에 PT학생이라구 ^^기억하실지...

오늘하루도 마무리 잘하세요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23:29
매번 글을 읽어주시나 보군요. 감사합니다. ^^ PT 학생이라면 기억이 날 듯.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주세요!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08/17 22:54
정말 좋은 경험이셨겠어요..^^
뿌듯한 마음도 드실 것 같아요...^^
전에 학부 때 고고학 발굴...정확히는 시굴도 참여해봤는데..
학부생이어서 말 그대로 땅을 파야하고...밑에서 심부름하고 하는데..
제가 판 부분에서 뭔가 유물이 나올때...그 느낌이...아직까지 생생해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게 철기시대때...나온 것이라고 하니...
그때의 그 기쁨...ㅎㅎ

다는 아니어도 조금은 이해가 가요..^^

언제나 아자아자~!!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7 23:30
역시나 rainblue77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셨군요. 역시나 만물이 불여일견이지요? ^^
Commented by 친절한 누나씨 at 2009/08/18 10:59
짝짝짝!!!! ^^

저도 같이 뿌듯하고 기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