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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일지

 
 하루 일과 중 가장 대책없고 막막한 일을 하나 고르라면 경과일지 작성이 아닌가 싶다. 입원부터 퇴원까지 한 환자의 기구한(?) 병원 생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 그것이 바로 경과일지다. 사실 인턴이 경과일지를 쓰게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내과의 경우엔 경과일지를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치의 혹은 전공이가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surgery 파트나 기타 마이너과들은 전공의 선생들이 바쁘면 인턴이 그 업무를 고스란히 떠넘겨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과일지 작성은 환자의 상태변화에 따라 기재되어야 하기에 거의 주치의급(?)으로 환자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간혹 가라(?)로 경과일지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하여 소송문제가 얽히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되도록 사실에 기초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하지만 겨우 인턴 나부랭이가 어찌 모근 환자의 상태를 낱낱히 파악하고 있겠는가. 더군다나 5월부터는 어떠한 과를 돌던간에 OS 인턴잡까지 일부 소화하도록 강제되어(?)있기에 73명이나 되는 NS 재원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여기에 전공의 선생님이 남겨둔 30일 가량의 경과일지 미비기록 차트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에 매일 밤을 꼬박 새면서 일하고 있다. 환자마다 멘탈과 운동력 등을 일일히 체크하고 청진기로 가슴 소리도 한번 들어보고, 바이탈 체크 리스트를 보며 오더와 비교 대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3일 밤낮을 달린 탓에 절반정도 경과일지 작성을 마무리 지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간에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오늘 새벽 6시 반 교수님 회진 도중 환자 앞에서 서서 잠들었다가 한소리 듣기도 했다. 거기에 실수를 만회코자 주치의 선생이 미쳐 파악하지 못했던 환자 피검사 결과 변화 양상을 (교수님께서 묻길래) 대답했다가 회진 끝나고 주치의에게 욕을 한바가지로 얻어 먹었다. 아, 왜 대답했는지. 아직도 후회된다.

 스테이션에서 눈치보면서 포스팅 쓰고 있는게 영 어색하기도 하고 걸릴까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아, 빨리 숙소로 가고 싶다. 흑.

by Polycle | 2009/08/07 23:09 | 일기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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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끼리 at 2009/08/07 23:23
수고가 많으시네요- 요새 인턴일기 내용이 안쓰러운 방향이라 그저 힘내시란 말밖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0:56
환자가 많다보니 인턴일기도 안쓰러운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흑,
Commented by 닭고기 at 2009/08/07 23:46
더운데 고생이 많으셔요. 일지까지 써야한다는건 처음 알았어요...ㅠ 이젠 병원가면 의사선생님 말 잘들을게요.ㅠㅠ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0:56
엉엉. 일지랑 말 잘 듣는건 그리 관련이... ㅋㅋㅋ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08/08 00:27
푹 주무시기는 하셨는지...

여기와서 느낀 것은 의사라는 직업이..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 뿐만 아니라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리고 고뇌도 참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작을 실수가 큰 일로 돌아 올 가능도 많고...

항상 긴장하고..그래야 하니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막 반성하게 되요..

병원에 가면...한번 더 생각하고 그래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약간의 배려만 해도..굉장히 부러워지고...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비로그인이다 보니..ㅎㅎ 신비주의가 되었네요..ㅎㅎ

그냥 평범하다고 하면...

아마 제가 굉장히 못되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ㅋㅋ

똑 같은 아이이도 저는 네이버에 거주해요..ㅎㅎ

물론 공개글은 2갠가 밖에 없고..

이웃이상 신청해야 저의 잡담을 볼 수 있으시겠지만..ㅎㅎ

잡담도 딱히 별 내용은 없구요..ㅎㅎ

이렇게라도 알려 들어야지 궁금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글을 보면...좀 모나 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ㅎㅎ

주로 친한 사람과 편하게 주고 받게? 해서;;;

식은땀이 나려고 하네요..ㅎㅎㅎㅎㅎ

힘내세요..^^

아자아자~!!!!!!!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0:57
작은 실수가 큰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신경써가며 일을 해야하는데, 몸이 피곤하다보면 그 작은 실수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Commented by 아나로즈 at 2009/08/08 00:29
주치의 너무하네요...아니 환자파악 안한 자기 탓이지 밤새며 미비 채워주기까지 하는 인턴이 무슨 죄가 있나요;; 그저 안습...
4월 이후로 환자 차트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데...9월부터는 저도 다시 미비의 악몽에 시달릴 듯 합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1:00
미비의 공포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요. 저도 8월 들어서 의무기록실에 거의 매일 불려가고 있습니다.
Commented at 2009/08/08 00: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1:00
한방 먹였다가 뒈져라 혼만 났지요. 스테이션에서 눈치보며 포스팅하기란 쉽지않은 일입니다. 견제해야 할 사람이 한 두사람이 아니라서...
Commented by 나무 at 2009/08/08 01:21
토닥토닥,,힘내세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1:01
나무님도 무럭무럭 힘내세요.
Commented at 2009/08/08 21: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1:01
호이, pong님은 혹시 폴리클?
Commented by 먹보 at 2009/08/09 09:08
여기가 폴리클님의 마음을 달랠 수있는 공간인데 그래도 꼬투리 잡히지 않게
글을 못 올려도 그 시간에 눈을 붙이는 게 어떨까요?.. 정말 피곤할 땐 단잠이라도
자고 자면 개운한데..걸릴까봐 맘 졸이며 글 쓰는 게 안쓰러워요...ㅠ_ㅠ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1:02
나중에 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일기라 생각하니 잠을 못자더라도 일단은 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 요즘 예전 일기들을 읽어보면 기분이 흐뭇해지더군요. 아 저땐 저랬지, 이땐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Commented at 2009/08/09 14: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10 11:02
감사합니다. 그래도 짜증내지 않고 일해야겠죠. 벌써부터 짜증내면 앞으로 긴 의사생활 어찌해나가겠습니까. ^^
Commented by 샤른호스트 at 2009/10/21 22:00
안녕하세요~ 다르지만 비슷한 길을 걷고있는 학생입니다~

내일이 진단학 시험인데 수업을 잘 안들어서 ㅠㅠ

경과기록에는 어떤 요소를 적어야 하나요 ㅠㅠ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보니


멘탈, 운동력, 청진소리, 바이탈사인 등이 들어가는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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