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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수면부족

 
 어제, 오늘 총 수면시간이 3시간. 자울자울한 멘탈에 다크써클은 이미 턱까지 내려온지 오래다. 병동 중환자실의 할아버지가 오늘만 L-tube를 5번 빼버렸다. 피로에 지켜있는 상태에서 같은 환자에게 같은 일을 5번 이상 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짜증이 났고, 괜시리 옆에 서있던 보호자들만 나무랐다. 할아버지에겐 한번만 더 이러면 굶길거라 엄포를 놓고 왔는데, 숙소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내가 좀 심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흉수 때문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한  70대 할아버지의 pigtail aspiration, 드레싱은 하루일과 중 꼭 정해진 시간내에 완수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호자들이 워나에 극성인지라, 정확히 오전 11시에 aspiration을 하지 않으면 병원을 뒤집어 놓겠다나 뭐래나. aspiration하는 와중에도 이것 저것 참 말들도 많다. 겨우 인턴 나부랭이에게 아무리 불만을 토해내봤자 돌아올 수 있는 답이라곤 '교수님과 상의하세요' 뿐인걸.

 욕창 환자 드레싱은 인턴잡의 최고봉이다. 시간도 많이 소요될뿐더러 냄새+고통+짜증의 3박자를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잡이다. 처음 욕창 드레싱 할 때는 역겨움에 토할뻔했던 적도 많았다. 그래도 익숙해진 탓인지 어느정도 견딜만해졌다. 가끔은 내가 해드린 드레싱 때문인지는 몰라도, wound에 호전 양상이 관찰되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전공의 선생이 경과 일지를 누락하고 파견 근무를 가버린 탓에 인턴인 내가 죽도록 개고생하고 있다. 오더와 컨설트 등을 일일히 대조해가면서 경과일지를 채우고 있는데, 환자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달 전부터 차근차근 채우려하니 머리가 지끈 지끈 아프다. 회진 때 교수님 말씀에 집중하고, 간호사 인계 타이밍에 어깨 너머로 듣기도 하고, 환자 보호자에게 물어보기도 하니 어느정도 개연성 있는 경과일지 스토리가 완성되고 있다.

 아, 이제 어느정도 일이 끝났으니 가서 푹 잠이나 자야겠다. 오프날인데도 오프도 못 나가고 이게 뭐람.

by Polycle | 2009/08/06 01:32 | 일기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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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명랑이 at 2009/08/06 01:49
고생하십니다.

의학도분들의 노고 덕분에 병 걱정 안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3
감사합니다. 걱정없이 건강하게 지내시길.
Commented by 항상맑음 at 2009/08/06 02:24
가끔 들어와서 좋은 글들을 읽고 가곤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더니 글이 올라와 있네요. 요즘 도서관에 나가고 있는데 세상에는 무슨 시험이 그렇게도 많은건지....
책상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온갖 책들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어요. 세상엔 쉬운 일이 없나봅니다.

고생이 참, 많으시네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4
시험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 보네요. 전 요샌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편하답니다. 시험없는 세상에 사는지라,
Commented by ICEAGE at 2009/08/06 03:04
글에서도 '피곤'이 몰려있군여.. (짧다능...)
뭐 감히 의사에게 이런 얘기해도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건강을 챙기세요~
남의 건강을 위한다는 조건으로 본인의 건강을 해친다면 그건 의사가 아닌듯.

어쨋든... 숙면 하시고, 운수 좋은날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4
아마 전국 인턴, 전공의들 건강검진 해보면 국민 건강 평균지수보다 현저히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Commented at 2009/08/06 03: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5
L-tube 3번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개그가 현실로 바뀝니다. ^^
Commented by 샛별 at 2009/08/06 09:39
결론 : '피곤함'.

도핑제..는 진짜 최악의 상황일떄 해야하는거니 냅두고, 걍 푹 주무세요.
그게 제일 나을듯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5
샛별님도 건강하시길. 흑,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08/06 14:03
정말 피곤하시겠어요..

잠 못자는게 정말....너무 고통인 것 같아요.

수면이 부족하면...멍하고 어지럽고...신경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않고 콜도 안들어 오고...푹 잘수 있길 바랄게요..^^

숙면하시기를..^^

저도 요즘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는데...힘들어요..ㅠㅠ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와요...;;

잠이 많은 편이어서...많이 자다가 작게 자려니..;;;

적응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빈혈까지 있으니 많이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번 댓글 달아 주신 것을 보니..

제가 굉장히 신비주의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ㅎㅎ

즐겨찾기로 해놓고..자주 오니 어느새 새글이 올라 오면 댓글 달게 되고 그래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6
정말 누구신지 궁금해요. 비로그인으로 이렇게 꾸준히 남겨주시는 분은 rainblue 77님 뿐이라. 누구실까요? ^^
Commented by 카루 at 2009/08/06 14:12
저는 예전에 인턴일때 자꾸 L-tube 빼는 환자분이 있어서
의사가 와서 L-tube 한번 낄 때마다 처치비용으로 돈 만원씩 나간다고 옆에 있는 보호자분 들으시게 슬쩍 흘렸더니 그 다음부터 확 줄더라는......
흠 근데 이 방법은 보호자분이 종일 옆에 있을 수 있는 일반병동이 아니면 효과가 없겠군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7
중환자실은 손 한번만 풀어주면 폴리든 엘튜브든 하나는 반드시(?) 빠지더군요. 멘탈이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라 뭐라 할 수도 없답니다. ㅠㅠ

+) 사실 그간에 한의학 관련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카루 선생님 때문이었답니다. 혹시나 상처받으실까봐. ㅠㅠ
Commented by 카루 at 2009/08/08 01:36
환자가 스스로 빼는 건 어쩔 수 없지요. L-tube를 끼고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정말 엄청난 일이라 -_-;;;

저 신경쓰지 마세요. 전 대놓고 이야기하잖아요.^^;; (저도 키배하면서 혹시 폴리클님께서 보시고 상처받으실까봐 아주 조금 걱정하긴 했지만 인턴이라 바쁘시니까 못볼거야 이러고 넘어갔었는데 -_-;;;)
잘못하는 건 까야죠. 의사 눈에 안보이는 게 한의사 눈에 보이는 게 있듯, 반대도 있을 거에요.
그냥 미신 취급만 안해주시면 돼요. ^^;;
Commented by ㅋㅋㅋ at 2009/08/13 03:26
간호실습 할때 엘 튜브 했었는데요
정말 정말 고통스럽더군요.
멘탈이 없는분들이면 그나마 괜찮으시겠지만
멘탈있는상태에서 끼고 있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기본적으로 실습때 서로에게 실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은 해 봐도 괜찮은거 같아요.
뭐 그래도 하루밤에 몇번씩 하게되면 짜증은 나게되는건 어쩔수 없지만 말이에요.^^
Commented by 먹보 at 2009/08/06 14:55
극심한 수면 부족에도 글을 올리는 대단한 폴리클님..
시간 가기 전에 얼릉 주무시길..다들 힘들게 사는데
전 반성을 아주 많이 해야겠어요....시험은 이 세상 뜰 떄까지
있다는 거..선택에 달려있기도 하지만..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8
스테이션에서 차치들 눈치 보면서 몰래몰래 올리고 있습니다. 띄엄띄엄 쓰는 탓인지 나중에 글을 읽어보면 어색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더라구요. ^^
Commented by draco21 at 2009/08/06 15:26
... 전 그쯤가면 이미 혼수상태가 될겁니다. ToT 꼭 숙면 취하시길..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8
deep drowsy mental state
Commented at 2009/08/06 16: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19
엘튜브 입에서 꼬일 때가 짜증나는건 전국 모든 인턴이 똑같은 마음일겁니다. 그래도 FCT만 안잡아 당기면 감사죠. 비뇨기 컨설트 보면 100이면 100 bladder irrigation. ㅠㅠ
Commented by 까망 at 2009/08/06 20:57
푹 자고 일어나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꺼에요^^
이건 제가 주로 하는 방법ㅋㅋ 자주하면 살이 불어난다는 단점이 있지만..ㅠ.ㅠ
드레싱...정말 괴로우시겠어요..냄새가..전 병원 특유의 냄새도 정말 싫던데..
전 이번 주 해운대에 놀러갔다왔어요ㅎㅎ 바다를 보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더군요~
폴리클님도 시간 나면 한적한 저녁 바다에 다녀오심이^^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20
저도 바다에 가고 싶습니다. 가서 원없이 낚시나 해봤으면 ㅠㅠ
Commented at 2009/08/06 22: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20
앗 pong님 또다른 곳에도 게슴츠레 눈을 뜬 인턴 선생님이 있으신가요? ^^

늘 들러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Commented at 2009/08/06 22: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8/07 23:21
저도 그 스킬 좀 알려주세요. ㅠㅠ

+) 카루님 아이디어 저도 요새 심각하게 사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카루 at 2009/08/08 02:39
아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길래 내 이름이 또 거론되는.... ;; L-tube 관련인가요? ^^;;
근데 의사가 돈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건 될 수 있으면 자제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야말로 '슬쩍' 비용이 든다는 걸 암시하는 정도... 아 어렵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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