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28일
입원확인서 7통
금주는 소아과 인턴으로써 꿀타래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 소아과 인턴은 회진과 병동콜 외엔 거의 nonfunction에 가까운 존재이기에 여유시간이 타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으며 그 여유시간은 병원 반경 1km만 벗어나지 않는다면야 거진 자유시간에 가깝기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원없이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해서 특별히 하는 일이 있는건 아닌데, 쩝.)
간혹 전공의 선생들의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입원확인서를 써주거나 ER콜을 받는 등의 일이 바로 그것인데, 어차피 단순 노무에 가까운 일이라 머리 쓸 일은 없기에 큰 부담은 없다. 헌데 지난주엔 참 신기한 경험을 했다. 뇌수막염으로 입원했던 환아의 보호자가 입원확인서를 7통이나 요구한 것이다. 환아의 동생 역시 지난주 같은 병명으로 입원확인서를 7통이나 떼어갔기에 혹시나 문제의 소지가 있을까 두려워 노티를 했고, 그냥 해주라는 선생님의 답변과 함께 보험관계 때문에 그렇지 않겠느냐는 말을 전해 들었다.
평소 궁금한건 참을 수 없었기에 그 환아 보호자에게 왜 입원확인서가 7통이나 필요한지 물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했듯이 '보험'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10살, 13살짜리 아이들에게 무슨 보험을 그렇게 많이 들어놓았는지 무척이나 신기하고 한편으론 부모들이 참 대단해보였다. 헌데 금일, 그 보호자가 환아의 동생이 재차 똑같은 증상을 호소한다며, 회진 도중 과장님께 재차 입원가능 여부를 묻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걸 지켜보면서 또 입원하면 보험금 잔뜩 타겠구나라는 생각이들었다. 헌데 어쩌겠는가, 아프다는 애를 그냥 둘 수는 없느 노릇이고 죽어도 여기 입원해야겠다는걸.
사실 소아 수막염은 확진을 위한 요추천자는 무리가 따르기에 대부분 의증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과 동반되는 고열 정도로 수막염 의증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거나, 여기에 추가로 목이 뻣뻣하거나 이학적 검사 특이 소견이 관찰되면 요추천자 등의 확진을 위한 특수 검사없이 수막염 치료를 하는 병원도 많다. 이는 실제 환아가 보이는 증상이 수막염에 기인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수막염 치료를 받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로컬 소아과 수막염 의증 환아의 상당수는 실제 수막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요추천자라는 확진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수막염의 존재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기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입원치료(항생제)를 하는 것이다. 이는 요추천자를 통해 환아의 두통과 고열이 수막염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확진되면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로컬에서 고치는 수막염을 대학병원은 못 고친다며 진상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로컬과 대학병원에서 보는 수막염 환자군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다. 위에서 말했듯이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막염 의증 환아들은 실제 수막염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불어 2-3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막염 환아들은 1차 의료기관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거나 중증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환자군의 양질에 차이가 존재하기에 그 예후 또한 필연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1차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아들은 대부분 건강한 상태로 퇴원하지만 1차에서 치료가 안되거나 혹은 치료시기를 놓쳤거나, 중증의 환아들은 신경학적 장애(마비, 경련, 지능저하) 등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로컬 소아과에서는 100% 치료한다던데 큰 병원에선 이것도 못 고치냐며 외래나 병동에서 진상을 부리는 보호자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도 한다. (병동에는 인턴이나 전공의가 상주하기에 컴플레인도 그리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소아 뇌수막염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출발이 다른데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어찌 결과가 같을 수 있겠는가.
이야기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버린 느낌이다. 입원 확인서 7통에 싸인하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에 잠겨본다. 한달째 남매가 번갈아가면서 수막염으로 입원하다니, 분명 수막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을거라 생각한다. 이번엔 요추천자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입원하면 꼭 한 3~4일 누워있다가 괜찮아졌다며 퇴원한다.) 헌데 그 환아 동생도 재차 입원하게 되면 입원확인서 또 7장 떼달라고 하겠지?
간혹 전공의 선생들의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입원확인서를 써주거나 ER콜을 받는 등의 일이 바로 그것인데, 어차피 단순 노무에 가까운 일이라 머리 쓸 일은 없기에 큰 부담은 없다. 헌데 지난주엔 참 신기한 경험을 했다. 뇌수막염으로 입원했던 환아의 보호자가 입원확인서를 7통이나 요구한 것이다. 환아의 동생 역시 지난주 같은 병명으로 입원확인서를 7통이나 떼어갔기에 혹시나 문제의 소지가 있을까 두려워 노티를 했고, 그냥 해주라는 선생님의 답변과 함께 보험관계 때문에 그렇지 않겠느냐는 말을 전해 들었다.
평소 궁금한건 참을 수 없었기에 그 환아 보호자에게 왜 입원확인서가 7통이나 필요한지 물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했듯이 '보험'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10살, 13살짜리 아이들에게 무슨 보험을 그렇게 많이 들어놓았는지 무척이나 신기하고 한편으론 부모들이 참 대단해보였다. 헌데 금일, 그 보호자가 환아의 동생이 재차 똑같은 증상을 호소한다며, 회진 도중 과장님께 재차 입원가능 여부를 묻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걸 지켜보면서 또 입원하면 보험금 잔뜩 타겠구나라는 생각이들었다. 헌데 어쩌겠는가, 아프다는 애를 그냥 둘 수는 없느 노릇이고 죽어도 여기 입원해야겠다는걸.
사실 소아 수막염은 확진을 위한 요추천자는 무리가 따르기에 대부분 의증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과 동반되는 고열 정도로 수막염 의증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거나, 여기에 추가로 목이 뻣뻣하거나 이학적 검사 특이 소견이 관찰되면 요추천자 등의 확진을 위한 특수 검사없이 수막염 치료를 하는 병원도 많다. 이는 실제 환아가 보이는 증상이 수막염에 기인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수막염 치료를 받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로컬 소아과 수막염 의증 환아의 상당수는 실제 수막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요추천자라는 확진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수막염의 존재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기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입원치료(항생제)를 하는 것이다. 이는 요추천자를 통해 환아의 두통과 고열이 수막염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확진되면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로컬에서 고치는 수막염을 대학병원은 못 고친다며 진상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로컬과 대학병원에서 보는 수막염 환자군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다. 위에서 말했듯이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막염 의증 환아들은 실제 수막염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불어 2-3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막염 환아들은 1차 의료기관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거나 중증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환자군의 양질에 차이가 존재하기에 그 예후 또한 필연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1차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아들은 대부분 건강한 상태로 퇴원하지만 1차에서 치료가 안되거나 혹은 치료시기를 놓쳤거나, 중증의 환아들은 신경학적 장애(마비, 경련, 지능저하) 등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로컬 소아과에서는 100% 치료한다던데 큰 병원에선 이것도 못 고치냐며 외래나 병동에서 진상을 부리는 보호자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도 한다. (병동에는 인턴이나 전공의가 상주하기에 컴플레인도 그리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소아 뇌수막염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출발이 다른데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어찌 결과가 같을 수 있겠는가.
이야기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버린 느낌이다. 입원 확인서 7통에 싸인하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에 잠겨본다. 한달째 남매가 번갈아가면서 수막염으로 입원하다니, 분명 수막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을거라 생각한다. 이번엔 요추천자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입원하면 꼭 한 3~4일 누워있다가 괜찮아졌다며 퇴원한다.) 헌데 그 환아 동생도 재차 입원하게 되면 입원확인서 또 7장 떼달라고 하겠지?
# by | 2009/07/28 09:55 | 일기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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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통이면 도대체 한달 보험료가 ㅋㅋㅋㅋ
irritability 도 높고, 대답하기도 힘들고, 질문은 많고...(+ 각종 확인서등 서류까지..) (^^;)
물론, 아기들이니까 더욱 더 그러시는 것은 이해하지만..
남는 시간엔 역시 잠이나 자는 것이..(-_-; 퍽..)
애기 엄마인 저는...이제야 무릎을 치고 갑니다 ㅠㅠ
그걸로 만족하고 산답니다. :) 3월에 아기 수술하고 돈 받아서
아들래미 통장에 넣어놨어요 ^^
보통 한 가지 fact가 여러 보험사의 조항에 해당되면 보험마다 약정금액이 아니라 비례로 지급한다는 조건이 어떤 어린이 보험에는 있던데... 화재보험 상품만 그러나? ^^
암튼... 약간 씁쓸한 이야기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