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5일
D.O.A
오늘도 싸늘하게 식어버린 주검 한구가 응급실로 운송되어 왔다. D.O.A , 'Dead or alive'라고 불리우는 x-box 게임 이름이 아니다. DOA는 'Death on arrival'의 약자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도착당시엔 이미 죽어있을 경우에 사용되는 용어다.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 메인 테마곡에서도 이 용어가 사용되는데, 가사 중 - Your job's a joke, you're broke, your love life's DOA 네가 하는 일이라곤 다 우스운 것뿐이고, 돈도 한 푼 없는 데다, 사랑은 ‘도착 시 이미 사망 상태’인걸. (* 즉,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은 이미 나쁘게 끝나버린 상황을 말하며, 여기서는 사랑운이 지독히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라는 구절에서 본래 뜻과는 조금 다른 속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3월 이후로 D.O.A 환자는 꽤나 드물었던지라 간만에 마주하는 교통사고 사망 환자를 앞에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이미 지난 3월, D.O.A 환자를 두고 이학적 검사를 포함한 아무런 차팅도 하지않은채 과장님께 노티만했다가 무지하게 깨진 전력이 있던터라 혹여나 D.O.A 환자가 내원하면 구석구석 잘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건 뭐 환자 상태가 도무지 이학적 검사를 도와주지 않으니 무척이나 답답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Out car TA로 사망한 환자는 몸이 한군데도 성한 곳이 없었다. 양다리는 부러져 뒤틀린채 골절편이 몸 밖으로 튀어 나와있었고 뒤통수는 완전히 박살이 나있는 상태였다. 눈에 보이는 곳만 체크하면 다행이랴,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기록하는 일이다. 하지만 한여름에 양털 파카를 포함하여 몇겹씩이나 껴입고 있는 환자 옷을 일일이 찢고 벗기느라 땀을 한바가지는 흘렸다.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수십겹의 옷가지들. 벗기고 벗겨도, 자르고 잘라도 나오는 양파껍질과 같은 그 누더기를 제거하는데에만 한참을 씨름했다.
겨우 옷을 벗기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아저씨의 몸은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다. 카데바와는 전혀 다른, 아직까진 몸 이곳 저곳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신분증이 없어 신원은 파악하기 힘들었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와 더러운 행색으로 유추해보건데 행려자가 아닌가 싶었다. 생체활력징후를 다시한번 체크하고 flat한 EKG리듬을 뽑은 후, 시신을 영안실(장례식장)로 내렸다. 짧다면 짧았던 1시간 남짓동안 내개 해줄 수 있는것이라곤 아저씨가 편히가실 수 있도록 눈을 덮어드리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사람의 생을 마무리짓고 또 다른 환자의 진료를 위해 길을 나섰다.
요즘 들어선 사람의 죽음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진건지, 응급실을 경유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도 아쉬움, 안타까움, 슬픔, 애도 등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누군가는 너무 냉정한게 아니냐며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3월 처음과는 다르게 수많은 환자를 만나고, 때론 오늘처럼 D.O.A 환자를 마주하거나 사망 선고를 하게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감정을 갖고 그들을 대하는 것이 때론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일이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느라 또 다른 환자의 진료가 시의적절하게 적합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의사로써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까지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그렇게 죽음에 대해 무디어져가는 내 자신의 변화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져들며 깊은 잠을 청해본다.
3월 이후로 D.O.A 환자는 꽤나 드물었던지라 간만에 마주하는 교통사고 사망 환자를 앞에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이미 지난 3월, D.O.A 환자를 두고 이학적 검사를 포함한 아무런 차팅도 하지않은채 과장님께 노티만했다가 무지하게 깨진 전력이 있던터라 혹여나 D.O.A 환자가 내원하면 구석구석 잘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건 뭐 환자 상태가 도무지 이학적 검사를 도와주지 않으니 무척이나 답답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Out car TA로 사망한 환자는 몸이 한군데도 성한 곳이 없었다. 양다리는 부러져 뒤틀린채 골절편이 몸 밖으로 튀어 나와있었고 뒤통수는 완전히 박살이 나있는 상태였다. 눈에 보이는 곳만 체크하면 다행이랴,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기록하는 일이다. 하지만 한여름에 양털 파카를 포함하여 몇겹씩이나 껴입고 있는 환자 옷을 일일이 찢고 벗기느라 땀을 한바가지는 흘렸다.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수십겹의 옷가지들. 벗기고 벗겨도, 자르고 잘라도 나오는 양파껍질과 같은 그 누더기를 제거하는데에만 한참을 씨름했다.
겨우 옷을 벗기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아저씨의 몸은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다. 카데바와는 전혀 다른, 아직까진 몸 이곳 저곳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신분증이 없어 신원은 파악하기 힘들었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와 더러운 행색으로 유추해보건데 행려자가 아닌가 싶었다. 생체활력징후를 다시한번 체크하고 flat한 EKG리듬을 뽑은 후, 시신을 영안실(장례식장)로 내렸다. 짧다면 짧았던 1시간 남짓동안 내개 해줄 수 있는것이라곤 아저씨가 편히가실 수 있도록 눈을 덮어드리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사람의 생을 마무리짓고 또 다른 환자의 진료를 위해 길을 나섰다.
요즘 들어선 사람의 죽음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진건지, 응급실을 경유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도 아쉬움, 안타까움, 슬픔, 애도 등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누군가는 너무 냉정한게 아니냐며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3월 처음과는 다르게 수많은 환자를 만나고, 때론 오늘처럼 D.O.A 환자를 마주하거나 사망 선고를 하게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감정을 갖고 그들을 대하는 것이 때론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일이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느라 또 다른 환자의 진료가 시의적절하게 적합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의사로써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까지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그렇게 죽음에 대해 무디어져가는 내 자신의 변화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져들며 깊은 잠을 청해본다.
# by | 2009/06/15 23:18 | 일기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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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내/외과 당직 서면서 2명의 환자가 죽는 걸 눈 앞에서 보고도 별 감흥이 없더군요.
인턴의 삶은 그렇게 우리를 무디게 하나 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계속 겪다 보면..
때로는 그게 가끔 뒤 돌아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도 참 힘든 것 같아요.
Polycle님을 보면..
사람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항상 지켜봐야 한다는게..
저에게는 힘들 것 같아요.
이런 것을 보면 의사선생님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져요.
힘내시구요..
아자아자~!!
늘 글 읽으면서 느끼지만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힘내세요..!!
0_0;; 냉정한게 아니라 비범한 생활(일반인은 사람의 죽음을 맞을 확율이 굉~장히 낮은데 반해서 의사라는 직업 종사자는 많이 다르니까요.)속에 익숙해지시는 거에요.
=_=;; 지극히 인간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겁니다.
익숙해지면 별의 별 미친 짓도 다하는게 인간이니...
폴리클님이 냉정하다고 하는 사람이 바보죠.(철부지 어린애거나.)
늘 냉정하다.차갑다. 감정없는 로봇.이런 수식어가 따라붙죠
하지만 어쩔수없는것같아요
의사도 사람인데 환경이라는게 사람의 죽음에
무감각해지게 만드는거죠
물론 처음에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을땐 마음아프고 눈물도 나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슬픔감정이 드러나지않는 포커페이스로
무덤덤하게 사망선고를 하게되는거죠
그러고 보면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도 눈물글썽였던 사람이
직업에 따라 사람이 이렇게 변할수있다는게 참신기해요^^
정말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네요
정답이 따로 있을까요?ㅋㅋㅋ
요즘날씨가 햇빛쨍쨍 기운빠지고 나른해지기 딱좋은 날씨네요
저는요즘 자주 졸곤하는데ㅠㅠ
Polycle님은 혹시나 환자보다가 졸진않으시죠?^^
하루하루 너무 빨리지나가는것 같네요
삼계탕이라도 드시고 몸보신하시고 힘내세요!
그래도 다른 환자의 진료를 방해하지 않는 선 내에서, 어.. 그러니깐 [좋은 곳 가시기를] 정도의 마음만은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 그러니까는..... 쪼끔의 사람냄새 나는 의사선생님이요. 그냥 갑자기 tv 드라마에 나오는, 굳이 예를 들자면 종합병원2에 나왔던 최진상(차태현 분)같은 의사선생님은 정말 존재할 수 없는걸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아, 어려워-
날씨도 더워지고, 게다가 올리시는 글들을 보면 어째 갈수록 더더더더 고생하시는 것 같은데 힘내세요. :)
하지만 타인의 죽음에까지 둔감해져가는건 의사의 슬픈 숙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슬픈 직업 중 하나가 의사인것도 같습니다.
힘내세요, 괴로워하는 환자들보단 웃는 얼굴로 퇴원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 링크 뜯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