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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과 지저분함

 
 잠이 필요하다. 5월의 마지막을 달리는 요즘 유난히 많은 ER 및 병동 콜 탓에 거의 쉬지를 못하고 있다. 간간히 여유있는 시간은 지민이를 위한 수술비 모금 운동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외 식사시간이나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몸을 씻을 여유조차 없다. 생각해보니 몸에 물이란게 닿은지 4일이나 지났고 3일전 고장난 정장바지 앞자크는 아직도 열린채 병원 여기저기를 다니고 있다. 다행히 긴 가운 덕택에 어느정도 가려지긴 하지만 행여나 의자에 앉기라도 하면 쫙 벌어지는 남대문 탓에 남몰래 민망해 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몸을 씻지 않은 적은 고3 이후로 처음이 아닌가 싶다. 불멸의 고3시절 당시, 6일을 씻지 않고 버텨본 적이 있으니 아직까지 신기록 달성에는 이틀이란 시간이 남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구린 상태로 환자를 진료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신기록 달성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머리는 떡진지 오래며 온 몸이 가렵고 냄새나고 수염은 덥수록 한데다 입가에는 침흘린 자국 마저 남아있는듯한 느낌. 완전 상거지 꼴이다.

 하지만 그간 전혀 개인적 위생상태의 불결함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 정말 더럽구나라고 느낀 것도 한 환자의 지적 덕택이었다. 어제 계단에서 넘어져 다친 병동 환자의 피부를 아홉바늘 꼬매는 도중 그 환자가 '선생님, 정말 바쁘신가 보네요. 씻은지 오래 되셨나봐요?' 라며 웃는 탓에 정말 내가 오랜시간 씻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요근래 4~5일간은 잠 역시 제대로 못잤다. 요근래 유난히 늘어난 뇌수막염 의증 환자 탓에 요추천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재원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병동 일도 많아져서 그간에 1~2시간 정도 쭈욱 자오던 낮잠을 자지 못한데다가 새벽 응급실 콜도 유독 많았던지라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밖에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씻을시간이나 식사시간도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general conditon도 그에 비례하여 급감했다.

 몸이 정성적인 컨디션이 아니다보니 짜증도 늘었다. 병동 간호사들이 작은 실수만 하더라도 짜증내고 화를 냈다. 어제도 suture하는데 TQS 결과도 볼 줄 모르고 실도 안가져오고 슈처 셋트 챙기라고 했는데 씨져도 빠져있고... 그러다보니 이미 한 바늘 꼬매놓고 다시 도구가 준비되기까지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아홉바늘 꼬매는데 한시간이나 걸렸으니 환자 표정도 썩 좋은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사가 옆에서 하도 뭐라뭐라 소리를 질러대니 환자도 컴플레인하기보다는 '천천히 하시죠. 저 괜찮습니다.'라며 연거푸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늘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점점 malig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재차 친절한 의사가 될 것을 다짐해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휴. 잠시 짬이 나서 글 하나 남겼지만 다시 ER 환자 보러 가야하고 주말에 찍은 MRI 확인하러 가야한다. 좀 자고 싶다. 정말 지친다. 인삼이라도 먹어야 하는건가.

by Polycle | 2009/05/31 17:56 | 인턴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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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늑대별의 이글루 at 2009/05/31 22:51

제목 : 인턴, 전공의의 싼 노동력과 환자의 안전, 그리고 ..
피곤함과 지저분함 by 폴리클님인턴생활이 많이 힘드시군요.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대우도 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역시 인턴은 잠도 모자라고 항상 배고프고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과정인가 봅니다. 20년전 (1989년이니까 딱 20년전이군요) 제가 인턴생활 했을 때도 그랬지요. 저는 인턴때보다는 내과 1년차 때의 상황이 더 열악하고 힘들었던 기억인 게 조금 다르지만은요.1. 잠을 못 잔다는 게 가장 힘든 기억입니다. 하루......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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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5/31 18: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49
많이 덥네요. 역시 몸 건강하시길.
Commented by rainblue77 at 2009/05/31 20:01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 힘들면..짜증이 배로 느는 것 같아요.

그렇게 짜증 부리고 화를 내다가 어느 순간 제 자신을 보면..이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또 그렇게 되고..

그게 사람이라고 혼자 위로 하고 그러는데..음..

우선 푹 잠을 좀 주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바지도 좀..;;;;;;;;

언제나 힘드시고 지치시겠지만...

아자아자~!! 힘내세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49
바지가... 글쎄, 오늘 수선점에 갔더니 안왔더라는. 저녁에 출근하려면 바지가 있어야 하는데.
Commented by 닭고기 at 2009/05/31 21:18
바빠서 오래동안 깎지 않은 수염은 보통 여자들이 피하는 요소 중 3위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왜 그렇게 가슴 설레는지, 저한테 없는 거라서 그런지 참 므흣 해요.캬캬컄
....아 이런.-_);;
뭐 어때요. 바쁘다는 증거잖아요. 너무 결벽증 있는 모습보단 그게 낫지 않으려나요. 치료받는 환자 입장에선 선생님 위생상태가 신경쓰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위생을 떠나서 바지는 좀.(...)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50
이상한 매력에 이끌리시는군요. 오늘 지저분하다는 소리 여럿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깍는 중.
Commented by great surgeon at 2009/05/31 21:22
아휴... 글로만 봐도 Polycle님의 피로가 느껴지는것같네요ㅜㅜ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하루빨리 여유시간이 나야할텐데

하루에 3시간자고 몸이 버텨낼수있을지 걱정이네요

이렇게 글써주시는건 기다리고있던 저로써는 좋지만

Polycle님의 몸상태가 심히걱정되네요

맘같아선 글올리는대신 짧은시간이라도 잠시 쉬시라고 하고싶지만..ㅜ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그러다 쓰러지시는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정말 비타민제나 보약이라도 보내드리고싶네요^^

환자도 중요하지만 그환자들을 돌봐야하는 Polycle님 몸이 제일중요해요

정장바지 지퍼도..^^:

이시간에도 바쁘게 뛰어다니고 계시겠네요
힘드신 Polycle님에게 아무도움도 되진못하겠지만
이렇게 글로나마 응원합니다~!

화이팅이에요!!!!힘~!!!!!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50
늘 이렇게 응원해주시고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에 great surgeon님도 힘내시길.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05/31 21:48
아이쿠. 글속에서 Polycle님의 바쁨과 피곤함이 전해져 오는듯 합니다..OTL
저도 단 두시간만 못자도 사소한것에 짜증이 치미는데, 4~5일동안 제대로 못주무셨으면 오죽하겠습니까..ㅠㅠ

그저 멀리서 힘내시라고 한마디 던질뿐입니다.
힘내세요;ㅂ;!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51
잠이야 괜찮지만. 제발 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at 2009/05/31 23: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51
아이돌 스타가 아니라서 받기는 힘들거 같아요. 하하. 하지만 아직까지도 잠보다는 인삼이...
Commented by seii at 2009/06/01 00:42
블로깅은 나중에, 일단 눈 좀 붙이심이...ㅜ_ㅜ 잠이 보약이예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51
지금 좀 자두려구요. seii님도 요새 하시는 일들 잘 되시나요?
Commented by seii at 2009/06/02 01:02
목표가 있으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고 있답니다. :) 건강 잘 챙기세요. Polycle님. ^^
Commented by 우리 at 2009/06/01 10:52
힘내세요~~!!! ^-^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6/01 13:51
감사합니다. 힘내겠습니다~!!
Commented by 보니보니 at 2009/06/01 16:26

4~5 일간 거의 못주무시고 일을 하셧다니 엄청한 고통의 압박이 느껴지네요
저도 회사다니면서 학교다닐때는 정말 피곤해죽을 것만 같아서 잠못자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있을것 같아요

날씨도 더워지는데 잠도 못주무시고 일할려면 완전 힘드시겠어요
인삼이라도 갈아 드리고 싶지만 거리의 문제상~

폴리클님 힘내세요!
수염은 그렇다고 쳐도 머리는 감으심이..조,좋을듯 하군요

화이팅!!
Commented at 2009/06/01 19:18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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