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01일
교과서와는 달랐던 현장
교과서와는 너무나 다른 실제 현장의 모습에 때론 당황하기도 하고 때론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며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하는 일이다. 내가 의심하는 질환이 맞는지, 내가 지금 랩 결과나 사진 판독을 잘하고 있는지, 내가 내린 처방이 환자에게 적합한 처방이었는지 환자는 이미 응급실을 벗어난지 오해지만 끊임없이 생각해본다.
관광버스 전복으로 인한 교통사고 30여명 환자들의 방문, 그리고 상태가 위중한 MI환자 둘의 방문은 응급실 근무가 고작 3일밖에 되지 않는 나에겐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다. 어디를 어떻게 얼마나 다쳤냐고 물어야 할지부터 어떤 사진을 촬영하고 어떠한 처방을 내릴지, 노티는 언제쯤 하며 언제 치료하냐고 닥달하는 환자에게는 무어라 설명해야할지 답답할 뿐이다. 과장님은 이 도시의 시민들이 너를 환영하는 것 같다며 놀려대지만 마음은 쉽사리 안정되지 않는다.
배를 부여잡고 자신은 끊임없이 맹장염이라고 주장하는 환자를 두고, 요석에 의한 통증의 가능성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향후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진행될지 설명하는 일은 고역이다. 인후염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1세대 세파를 처방했지만 바뻐서 알러지 확인을 빼먹은 탓에 투여 후, 환자의 얼굴엔 urticaria 등의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고 간호사는 옆에서 어떻게 해야하냐고 난리다. 급한 마음에 약물 투여를 중단하라고 했지만 이미 항생제는 다 들어가버렸고 무엇을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다행히 뒤늦게라도 호흡 등의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선 지켜보자는 한 마디만 남긴채 돌아섰다.
교과서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약물 알러지 반응이라면 phenylamine이나 epi등을 써야한다는 대강의 outline은 잡혀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러다보니 심계항진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무엇들을 의심하고 어떻게 진단 및 치료 계획을 세워야할지 당황스럽다. 입으론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지만 맞는 내용인지도 모른다. 도움을 줘도 모자랄 환자에게 피해만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저 청진이나 심전도 다시 찍고 호흡하기 곤란하다고 해서 O2 주는 일 밖에는 해줄께 없다.
사진 설명을 요구하는 환자 보호자들 앞에서 CT 사진만 띄어놓고 나도 모르는 설명을 한다. 다행히 환자 증상이 단순한 두통이고 특별한 병변이 관찰되지 않는데다 과장님께 검사까지 맡았기에 망정이지, 이걸 나 혼자서 보고 판단한다 생각하면 끔직하다. 3월 첫 인턴의 응급실은 이처럼 위태롭다. 그래서 새벽녁 응급실을 인턴 혼자서 지켜야하는 지금 시간은 무척이나 두렵다. 과장님은 안에서 주무실 뿐이고 간호사들은 나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고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인계장만 뒤적이고 있을 뿐이고. 그렇게 저녁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이 시간, 잠깐 틈이 나서 몰래몰래 인터넷을 즐겨본다.
# by | 2009/03/01 07:04 | 일기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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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9년 3월의 비뇨기과인턴
3월 응급실 근무기1 by 폴리클님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먼저 갔다왔지요. 신체적인 문제가 아닌 문제로 소위 "신의 아들"이라는 병역면제는 아니지만 "장군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는 6개월 단기사병이라 쓰지만 흔히 6방이라고 불리우는 짧은 군대를 다녀온 후 2월말에 인턴으로 모교병원을 들어갔습니다.같이 졸업하고 의사국가고시를 치룬 동기들과 같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저만 따로 들어간 인턴이라 더더욱 긴장이 되었습니다. 바로 졸......more
그렇지만 파이팅이에요!
두려움, 당황, 걱정 등등...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잘 적응하고 있는
폴리클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래봅니다.
피 뽑으러 띡 갔는데 초보 임상병리사한테 걸려서
vasovagal reflex 에 당해서 syncope 일보직전까지 다녀왔었던 기억이 -_-;;;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빨리 적응하실거에요 -ㅁ-
-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