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18일
남자끼리 모텔가는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고향 친구나 학번 동기들 중 일부는 벌써 병원 지옥에 입소하여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며 하소연을 많이들 합니다. 아직까지 고향에서 평온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저에겐 모두 마음 속 깊이 와닿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이제 2주 후면 제 입에서도 그런 불평들이 나올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초저녁에 붕어빵 먹고 푹 잤더니 이렇게 늦은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멀쩡한 상태로 깨어있네요. 자정즈음 글을 하나 쓰기 시작해서 마무리 짓고, 열심히 노가다(?)를 하다가 잠들려는 찰나 인터넷에서 떡밥하나 덥썩 물어써 이렇게 다시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새벽인지라 주변은 고요하고 들리는 소리라곤 우리집 강아지의 코골이 뿐이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떡밥은 '남자끼리 목욕탕은 가는데, 모텔가는건 이상해?' 라는 한 블로거의 글입니다. 사연인 즉슨, '남자 친구들끼리 늦게까지 술마시다 잘 때가 없어서 모텔 방문 감상평'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필자는 남자끼리 가는건 어색하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모텔 환경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글을 마무리 지었더군요.
지난 추억을 돌이켜보고 나아가 방문객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있는 포스팅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상기 포스팅 관련하여 몇자 적어봅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지난 촛불의료 봉사단의 주류는 대부분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이었기에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문화제에 관한 계획을 짜고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이 숙소 및 짐보관 장소 마련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주말 숙소나 짐 운송문제 등은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매 상경때마다 부탁드리는건 그 분께도 여러모로 부담이 될거라 생각했기에 자체적으로 해결한 날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당연히 함께했던 선생님들이나 후배들은 대부분이 남자였기에 하룻밤을 꼬박 새는건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집회가 한창이던 6~8월에는 하루만 봉사를 하고 돌아오기엔 부족함이 많았기에 길게는 3~4일까지도 서울에 머무는 날이 많았고 때마다 숙소를 잡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대부분 집회는 시청이나 청계천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지라 그 주변의 호텔, 레지던스에 머물기엔 학생벌이로는 한계가 있었고 가까운 곳에 찜질방이나 24시간 목욕탕 또한 없었습니다. 행여나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라도 잡은 날에는 물품 운송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구요. (처음 상경할 때, 숙소를 종각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잡았었는데 남자 6명이서 '익산->기차역->용산->지하철->숙소->시청->광화문' 까지 밤새도록 그 먼거리를 생리 식염수1L 10개들이 10박스와 비타 500 3천개 들고 나르느라 죽도록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하지만 상경을 거듭할 수록 노하우(?)가 쌓였고, 한 시민의 후원 덕분에 물품 보관문제도 해결되어 신체적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원거리에 위치한 숙소 또한 잡을 수 있었구요.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서울에 연고가 없는데다 다들 용돈받아 생활하는 학생인지라 원거리가 가능하다해도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모텔이나 찜질방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찜질방은 여전히 중장기적 짐보관이 어려웠고 머무는데 불편함이 많았기에 주로 모텔을 선정하여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링크된 포스팅에서도 소개가 되었지만 남학생들끼리 모텔을 드나들다보면 발생하는 여러문제 가운데 하나가 '오해'가 아닐까 싶어요. 후배들과 모텔을 방문하면 단 한 곳도 예외없이 '의심의 눈초리 + 자고갈꺼야 쉬어갈꺼야' package를 경험해야 했으닌까요. 레지던스나 호텔에서 머물 땐 발견할 수 없는 뭐랄까 꼭 죄인이 된것만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렇다고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은 아닙니다.) 그렇게 20여차례 후배들과 모텔을 드나들었고, 처음엔 어색했던 느낌도 자츰 익숙해져서 요즘은 상경하여 후배들과 술 한잔 거하게 하고나면 으레 모텔을 잡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방과 다르게 서울은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사는 지역이 멀리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아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시간까지만 즐겨야하는 제약이 있더군요. 지방은 새벽까지 술마셔도 코 닿으면 엎어질 곳에 원룸-하숙집이 있는터라 그런 느낌 모르고 살았거든요.)
매번 적게는 3~4명의 후배들과 다니다보니 숙박비 흥정이나 잠자리 선정 등 요령과 기술이 점차 늘어가더군요. 대개 3~4명이서 4~5만원의 비용을 들이면 깔끔한 모텔에 투숙할 수 있었기에 찜질방에서 하루저녁 지내는 것보다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저렴한 것은 둘쨰치고라도 극악의 모텔이 아니라면 대개 수건이나 샴푸, 린스, 비누, 칫솔, 면도기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독점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TV, 경우에 따라선 컴퓨터, 푹신한 침대와 몸을 지질 수 있는 뜨끈한 바닥, 기본적으로 구비되어있는 물-음료 등 몇일간 생활하기엔 부족함이 없을만큼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호텔보다 더 좋은 곳도 많더군요. 실제로 여러 사정때문에 코리아나 호텔에 투숙한 적이 한번 있었는데 오래되서 그런지 모텔보다 미흡한 부분들이 많더군요. 여튼 지방 학생들이 가격대비 머물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위에서 말했던 주변인의 이상한 시선들 뿐이었지요. 물론 모텔 중에는 비싼 곳들도 많았지만 사전에 인터넷 조사 혹은 그간의 투숙 경험을 통해서 이동 경로마다 몇군데씩 지정해두고 이용하다보니 바가지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편안하게 푹 쉴 수 있어 다음날 이어지는 활동도 큰 무리없이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주욱 하다보니 모텔 예찬론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허허.
아마 모텔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그 이미지 때문에 저와 후배들도 이상한 눈초리에 시달려야만 했고 가까운 지인들도 '무슨 남자들끼리 모텔에서 자냐'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곤 했었지요. 링크된 포스팅의 필자 역시 '낭비'라고 생각하며 다음부터는 목욕탕 수면실을 이용하겠다라며 글을 마무리 지었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개인적으론 찜질방이나 목욕탕과 같이 개방적인 공간에서 푹신한 침구조차 제대로 못 갖춘채 자고 나오면 오히려 피로를 한덩이 더 붙이고 온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거기에 TV는 거친 아저씨들이 주도권을 잡고있어 원하는 채널을 보기도 힘들었고 수면실은 다양한 지역에서 상경한 코골이 합창단의(고속터미널, 서울역 기준) 교향곡이 울려퍼졌으며, 일회용 샴푸나 린스, 칫솔, 면도기 등을 추가로 구매해야 했고, 공간부족이나 소음 문제로 함께 한 친구들과 술 한잔 가울이며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누기 힘들었습니다. 그에 반해 모텔은 원하는 채널의 티비를 즐기며 담화와 함께 술 한잔씩 나눌 수 있는 뭐랄까 MT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지요. 간혹 침구가 모자란 경우가 있었지만 협상을 통해 부족한 수량을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으며, 체크아웃 시간이 대개 12시인지라 늦잠 잘 경우 서둘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주인장에게 말만 잘하면 1~2시간 정도는 미룰수 있기에 충분히 씻고 준비하여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링크된 글에서 지적하였듯이 모텔은 가끔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곳들은 깨끗하지만 침대 밑이나 서랍, 탁자 밑 등에는 먼지나 쓰레기, 쓰다버린 콘돔 종이 등이 널부러저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으닌까요. 하지만 호텔대비 저렴한 숙박 가격에 찜질방이나 목욕탕과 달리 제공받는 여러 서비스를 감안한다면 감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체크아웃하면서 주인장에게 강력하게 어필하여 이런 일이 차후 발생하지 않도록 주지시키는 행동도 필요하겠지요.)
의료봉사와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모텔, PC방, 찜질방, 목욕탕에서 숙박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여행 중이거나 음주가무 후 쉴 곳을 찾는 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피로회복과 휴식처 마련을 위한 장소를 찾아 고민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PC방의 자욱한 담배연기나 전자파, 찜질방이나 목욕탕의 대중적 개방성 등을 고려해봤을 때, 특별히 그곳의 시설을 즐기려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역시나 편한 곳에서 쉬는게 가장 좋지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음주 후 PC방이나 찜질방을 가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많은지라 더욱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겠지요. 투숙인원이 한 두명에 불과하다면 물론 소요되는 비용을 놓고 고민이 많이 되겠지만 자신의 건강한 내일을 생각한다면 역시나 편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지난 몇개월을 모텔이라는 시설덕분에 굉장히 편하고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었고 '모텔'에 대한 개인적 편견이나 선입견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물론 아직도 '모텔=러브호텔'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에 가는 것이 꺼려질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지난 수차례 상경을 통해서 느꼈기에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여튼 만원정도 비싸긴해도 찜질방이나 목욕탕 수면실보다는 편하고 좋습니다. 그리고 남자들끼리 가는 모텔, 사랑하지 않아도 갈 수 있으니 꼭 이상하게만 생각하지 말자구요!
# by | 2009/02/18 07:41 | 기분 | 트랙백(1) | 덧글(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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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남자끼리 목욕탕은 가는데, 모텔가는건 이상해?
주말에 친구와 함께 술을 거하게 먹고나서,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하룻밤을 묵으려고 돌아다녔지만, 근처에는 없고 택시를 타고 시내쪽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소맥에 양주까지 거하게 먹은 터라, 택시탈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몸은 연체동물처럼 축축 늘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 한 상황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근처 여관이나 모텔에 가서 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는 멋쩍은듯이 PC방에서 밤 새고 가자라고 했지만, 담배연기 자욱한 PC......more
근데 남녀혼합 4명이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다나 뭐라나. 과제한다고 이야기하고 투숙(?)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뭐, 남자끼리 가도, 여러명이 가도 이상하게 보이긴하네요. 워낙 모텔의 이미지가 그래서말이죠.
뭐 동성끼리 모텔에 들어가면 손님만 찔리고 괜히 오해를 산 게 아닐까 찜찜할 뿐 장사하시는 분들은 전혀 반응 없으시던데요. 이상한 눈초리 이런 거 없고... 역시 장사는 장사니까요^^;
저는 사회통념에 둔감해 '찜질방은 시끄럽고 불편하니까 모텔가서 자자'는 여인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냉큼 잤다가 다음날 혼자 깨어난 기억이 있음T.T
그너마가 술먹고 혼자 모텔가서 자기 뭐해서 저 부르곤 했는데 데스크에서 보는 눈초리가 아휴 ㅋㅋㅋㅋ
고생하시네요 ㅎㅎ
제 글을 소개해 주셨으니 트랙백 걸어두겠습니다.~
좋은글 자주 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농담이구요 -_-; 뭐 갈수도 있지요 어허허 근데 세간의 시선이라는게..
-네피
전 그랬는데..
저도 그런것도 있고 요즘 찜질방 범죄가 많은지라 날잡고 놀게된 경우엔
글쓴님처럼 여럿이 방 잡아서 마음 편하게 놉니다.
남자끼리 모텔-?등의 의심의 눈초리는 남자한테 더 이상하게 가는거 같아요.
꼭 이런 경우가 아니어도 살다보면
여자가 눈총받는 일/남자가 눈총받는 일이 따로 있는것 같아 보여서 좀 마음이 갑갑해집니다ㅎㅎ
전 모텔에 여자끼리 갔는데 별로 그런 느낌은 못 받았거든요.
저한테도 물론 '쉬고가냐,자고가냐' 물으셨구요..
모텔의 청결은... 주변 말 들어보면 정말 심각한가 봅니다..
사실 제 아버님께서 모텔을 운영하시긴 하는데 깔끔을 1원칙으로 하시는 분이라
정말 깨끗이 관리하시거든요... TV서 모텔 청결문제 거론할땐 억울해 하시면서도
더 열심히 하셨구요..
저도 몇번 안 가본 모텔이지만 제가 간 곳은 무난했구요..
정말 모텔 운영하시는 분들 좀 더 신경써주셨음 좋겠네요...
이러다간 다 같이 망할듯;
오히려 재미있어요
뒷이야기도 하고 놀기도하고..
너무 성에집착한건 아닐까요
왜 여자끼리 영화 보러 가는것은 괜찮고 남자끼리 영화보는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걸까 ㅠㅠ
아침에 모텔을 박차고 나오는 슬픈 산업전사들..쩝.
여행하던 곳의 프랑스 모텔이 상당히 비쌌는데, 우리 정서대로 한다면, 다 같은 남자들이고,
비싼 방이어서 돈도 아껴야 하므로 당연히 방 하나만을 얻는게 당연하겠지만,
불란서 친구들은 각각 하나씩 그 비싼 방을 얻어 투숙한 적이 있다.
프랑스 친구 말에 의하면,
서양에서는 호모놈들이 많아서 남자들끼리 모텔이나 호텔을 가면 당연히 모텔에 가서 똥꼬로 드러운짓 하는 동성애자로 본 다는 것....
곧 우리나라도 그런 시각으로 변할듯....
우리나라에도 병자같은 호모들이 많고, 또 증가하고 있으니....
MT니까요^^
남자,남자의 손님이라고 해서 당연히 100% 숙박 목적으로 방문한것이라고 단정해버린다면
오히려 성적소수자를 차별하는것 아닐까요?
모텔의 대실개념과는 좀 다르지만 고급호텔에서도 이용시간에 따라 요금이 약간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요금을 적용해야 할지 판단해야하니 카운터에서는 당연히 목적을 확인하는것이구요.
피해가된다면. 숙박손님이 비교적 돈이 되지 않거나 돈벌이에 방해가 되니(대실손님을 많이 못받기때문에) 푸대접하거나 받지않으려하는 영업방침에 문제가 있는것이죠.
미리확인을 하고 정확한 요금제로 계산하는것은, 오히려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기본서비스인거죠.
일이 있어 출장갔다가 2박 3일로 모텔에서 묵기로 했는데 모텔측이 "낮의 쉬러 오는 손님들때문에 낮 시간에는 되도록 짐을 빼달라."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통에...잠시 유체이탈 경험.
그래서 제일 작은 방 하나는 낮에 대실안해주고 거기다가 우리 짐 몰아두기로 합의.
이게 말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