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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언덕 위 하얀집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

 
 보통 사람들은 정신장애하면 으레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 즉, 보통 사람들과 행동과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들이 가진 장애라고 생각하며 신경정신과는 이러한 사람들만을 치료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신경정신과를 방문하여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 거부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정신장애 그리고 신경정신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덕 위의 하얀집'의 원칙을 고집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작은 도시 속의 유일한 언덕 위 하얀 건물이 바로 본원 정신과 병원이었다. 정신과 실습을 돌기 전에는 나 역시도 막연히 '이상한 곳'이나 '제 3세계' 쯤으로 여겼고 환자들을 만나는 일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특히나 자대학 병원의 경우, 정신과 병동만 본원과는 동떨어진 외진 곳에 분리되어 운영되었기에 출,퇴근 때마다 그 공포감을 배가 시켰다.

 하지만 3주간의 실습을 통해서 정신과에 대한 편견, 선입견 등을 대부분 허물어 버릴 수 있었다. 정신과 실습은 개방병동 1주, 폐쇄병동 2주간의 실습 프로그램으로 운영이 된다. 개방병동에는 대부분 기분장애나(우울증) 일부 신경증(대부분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폐쇄병동에는 정신증, 알코홀릭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자대학 정신과 병원의 경우 과거 본원으로 사용된 곳을 리모델링한지라 병실도 많고 규모도 커서 폐쇄병동이 3개층에 걸쳐서 운영되고 있어서 급성부터 만성 정신질환까지 다양한 환자군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개방병동의 경우 굳이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동네 마실과 비슷하달까. 남편에게 상처받은 아낙네들, 외로움에 시달리는 시골 노인네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한 아주머니의 경우도 남편의 욕설과 구타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어 입원하셨는데, 입원 후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경우 다른 환자들이나 병원 프로그램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퇴원하디가 싫다는 이야기까지 내게 털어 놓았으니(물론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겠지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군대 가기 싫어서 소집날 정신병 연기를 했고, 평가를 위해 입원했다는 동갑내기 남자 환자도 기억에 남는다. 사연을 들어보니 사업을 하는 중인데 중요한 시기에 군대가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 면제를 받으려고 소집날 군복을 찢어버리고 상관에게 욕설을 하고 바지에 똥을 싸버렸다고 한다. 보기엔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는 이 친구는 스스로를 '머리가 좋다'고 하면서 동갑내기 친구라 특별히 이야기해주는 것이니 비밀을 지켜달라 신신당부했다. 그 후, 회진 돌 때마다 이 녀석의 행동패턴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역시나 평가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을 대면할 때는 최대한 아픈 척, 우울한 척, 증상이 컨트롤 안되는 척 하다가 선생님만 사라지고 나면 정상적인 또래 아이처럼 활발하게 웃고 떠들며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이 녀석 말이 면제 등급 또한 중요한데, 잘 받으면 세금 면제나 사회적 혜택 등이 많이 주어지는 모양이었는지 앞으로 더욱 심도깊은 연기를 할테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 후, 그녀석을 만날 때마다 군에서 고생하는 친구들 생각에 씁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요령있게 세상을 잘 살아가는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폐쇄병동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자주 만날 수 없었지만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우수한(?) 등급으로 면제되었다고 하니 그녀석 소원은 성취하지 않았나 싶다.

 인상깊었던 개방병동 환자는 스트레스성 장애로 입원한 30대 초반의 한 가장이었다. 사고로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 괴로움으로 마음의 병(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을 얻어 오래전 입원했으며 거의 회복단계에 이른 환자였다. 슬픔을 딛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찾기위해 늦엇지만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내게 도와줄 수 있으냐고 물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돕겠다고 했다. 아마 전부터 '주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지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고 이전 실습조 중 주식관련 서적에 대한 강의를 해준 형님들도 있던 모양이었다. 나 역시도 일주정도 함께하며 오래전 투자상담사 자격증 공부당시 기억을 떠올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야 실전형 투자를 하기보다는 이론형에 가까웠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런지는 미지수지만, 누군가 어려움울 딛고 새생활을 찾아가는데 한 몫 일조했다 생각하니 기분이 참 좋았다.

 개방병동이나 폐쇄병동에서 보내는 시간은 대부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진다. 병원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되고,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며, 경우에 따라선 들키지만 않으면 땡땡이 치는 일도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요가, 노래방, 만들기, 딥단치료, AAA 등 다양했는데 정신과 치료 프로그램을 환자들과 함께 체험해보니 기존에 가졌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등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깨닫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상하거나',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었으며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마음의 병을 치료받기위해 입원하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그 상처를 회복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이러한 편견, 선입견 때문에 간단하게 해결 가능한 정신과적 문제가 가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정신과 질환이라면 엉뚱한 얘기를 하고, 머리를 산발하고 다니고, 이유 없이 실실 웃고 그래야만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거꾸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머리를 산발하고 다닐 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끔은 경험하는 걱정, 불안, 의욕저하, 기분변화 등의 증상은 그 심한 정도와는 상관없이, 이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불편한가 와는 전혀 무관하게, '의지가 부족해서, 믿음이 약해서, 성격이 나약해서, 원래 내성적이고 소심해서'라는 말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니까 이런 증상들로 인해 불편할 때에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 치료하는 정신과의 도움은 받을 필요가 없고, 혹시라도 치료를 권유받으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흔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때론 이런 문제들로 인해 마음의 병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정신장애의 하나다. 이런 마음의 병은 마음의 병에서 그치지 않고 몸 곳곳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분이 우울하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 학교도 가기 싫고 출근도 하기 싫고 하여 결석이나 결근이 잦아지는 것, 심장이 뛰면서 불안한 감정을 느껴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 신체적 기질적 원인 질환 없이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다음날 집중하기도 곤란하고 계속적으로 피곤하여 능률이 떨어지는 것,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등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기분도 좋지 않고 몸도 여기 저기 좋지 않고 피곤하고 하는 것, 남편과 자녀 등 가족과의 관계의 불화로 억울하고 분하여 생긴 증상들 역시 정신장애다. 

 3주간의 정신과 실습 중 개방병동 실습을 통해서 수 많은 개인적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신질환은 그저 병일 뿐이다. 당뇨, 고혈압, 위장병처럼 그저 마음(뇌)에 생긴 병일 뿐이다. 또한 정신장애는 정신증뿐만 아니라 위와같이 폭 넓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신과 또한 폭넓은 다양한 장애들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환자들의 취업과 결혼등 사회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며 이는 회복한 환자들조차 사회적응을 어렵게 하여 재발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느끼도록 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하여 질병을 더욱 키우게끔 한다. 신체적 질환은 현대의학의 기술 및 관심 증폭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신질환은 그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 개선은 아직까지 미비한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이해하는 노력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개인적 선입견이나 사회적 편견을 극복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by Polycle | 2009/02/11 13:36 | 건강 | 트랙백(2)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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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마나 아빠 홈피 at 2009/02/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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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2/11 13: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11 15:57
고생하셨군요. 그래도 여기저기서 의식 개선을 위한 캼페인도 벌이고 일반인들의 따가웠던 시선도 차츰 완화되어 가는 모양입니다. 자대학 정신과에서도 프리허그 운동 등으로 시민들에게 좀 더 친숙히 다가가려 많이 노력하더군요.
Commented by 리셋 at 2009/02/11 14:30
정말 우리나라는 사람들 편견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원래는 우울증만으로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정신과인데.....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11 15:58
리셋님 말 듣고 생각해보니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꽤 많겠네요. 그냥 자연스레 정신적인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곳으로 변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하기 위해선 의사-환자, 일반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Commented by 면도날고토 at 2009/02/11 15:16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으면 보험 가입시에 불이익이 있다고 예전에 방송보도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도 편견이지만 이렇게 시스템 자체가 잘못 운영되고 있으니...

정신과 진료의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11 16:16
동감입니다. 정신과 문제 만큼은 사회제도 변화가 인식 개선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Commented by alice at 2009/02/11 15:20
정신과 진료 를 받은 저로썬... 사실 두렵다는.. 정신분열증이라든가 우울증을말이죠..
나중에 ...그런거 걸릴까봐 ㅜㅜㅜㅜㅜ 아 막..취업하기 조금 힘들 조짐이.. ㅇ<-<
우울증이 만성이 되서...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11 16:17
너무 걱정마세요. 대부분 정신과 기록은 환자 동의없이는 열람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취업시 불이익을 준다면 관련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구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2/11 15:22
위에 분도 말씀하셨지만 정신과 진료 기록이 전과 기록보다 무서운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하는군요. 그 때문에 가벼운 우울증을 중증 우울증으로 악화시키는 일이 많을 겁니다. 정신과에 한 번 가보라고 진지하게 권하고 싶어도, 미친 사람 취급한다고 펄쩍 뛸 게 무서워서 권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정신과에 다녀와서 너무나 오랫만에 편하게 잠을 잤다는 등, 그동안의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나라 일반의 인식이 하루 빨리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11 16:19
동감입니다. 간단한 치료로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사회적, 환경적 이유로 덮어두고 키우다보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소욯해야 하닌까요. 정신과 진료나 치료도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변했습니다.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요.
Commented by sr at 2009/02/11 16:14
저도, 정신과 실습은 여러모로 참 뜻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정도 분량이라 해도...
환자 면담시에 있었던 일을 포스팅하셔도 괜찮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11 16:21
늘 그런 문제 때문에 많은 내용을 생략하거나 환자 프로필을 실제와는 다르게 바꾸는 방법 등을 사용합니다. 정신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도 마찬가지지요. 크게 문제될 내용은 없어보입니다. 비슷한 또래신 것 같은데 의견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2/11 16:32
정신과는 알고 있었는데 장기기증자의 보험가입이 안된다는 이야기에는 상당히 벙 쪘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아직도 정신과 선택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하고 살지요^^.

이론으로 프로이드니 융이니 하고 공부할 때는 재미있지만 막상 들어가면 제일 어려운 게 정신과라서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22 21:34
선생님은 블로그 하시는 것 보면 웬지 즐기셨을것 같다는 생각이...
Commented by 페브 at 2009/02/11 17:16
편견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거죠,
사실은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게든, 크게든,
이런 저런 정신병을 가지고 살고 있는데 말이죠 ^^
Commented by 구별 at 2009/02/15 11:42
이런저런 정신병이 아니라 신경증이겠지요.
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병을 가지고 산다면 큰 일이죠.
우리나라는 정말이지 정신병의 정의를 홍보하는 일부터가 시급합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22 21:35
구별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특히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합니다.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의 병 하나는 안고 살아가지 않나 싶어요. 더불어 문제가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게 중요하겠죠.
Commented at 2009/02/11 20: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22 21:33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니 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법적으로 타인의 진료기록부를 동의없이 열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Commented at 2009/02/12 00: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22 21:32
아, 감사합니다. 근데 커밍아웃 하시고... 덧글을....흑,
Commented at 2009/02/13 18: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22 21:32
아직까진 이 사회가 덜 성숙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힘내시고 블로깅을 통해서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스스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도 좋은 치료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Commented at 2009/02/22 19: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9/02/22 21:30
다른 진료과목이라면 추천을 해드릴 수가 있는데 정신과는 제가 잘 모르는 탓도 있고... 하지만 지식인 검색보다는 지난번에 알려드린 정신과 선생님 페이지로 가셔서 물어보시는게 좋지 않을가 싶어요.
Commented at 2009/02/22 22: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2/22 23: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2/23 23: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4/05 19: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4/15 19:18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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