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05일
종합병원2, DRE
집에 10시쯤 돌아와 어제는 걸렀던 종합병원 6회를 시청했다. 가끔 요조님이 '회진 시간입니다.' 하고 방송&연예 밸리에 글을 올려주시면 방송보면서 실시간으로 수다를 나누곤 했는데, 오늘은 열리지 않아서 오로지 방송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이글루스에 Hwan님이 따로 전문적인 리뷰를 꾸준히 해주고 있는데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종합병원2를 포스팅거리로 다루진 않았지만 간만에 한 씬에 얽힌 재미있는 추억이 떠올라 이웃 여러분께 들려드릴까 한다.
금번 6화에서 한 연예인의 인공항문술(잘룩창자냄술, colostomy) 에피소드가 다루어졌는데 마침 어제-오늘, 이틀간 외과 공부를 한터라 더욱 재미있게 시청했다. 극 중 김정은이 환자에게 직장수지검사(DRE)를 하는 장면이 잠깐 소개가 되었는데 병원 실습 당시 DRE, 참 많이했었다. 젤리를 묻혀서 항문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이학적 검사를 하게되는데 할 때마다 어찌나 쑥스럽던지. 극 중 환자처럼 소리를 치시는 분도 있었고 다시는 못하겠다는 분도 있었으며, 좋아하시는(?) 분도 있었고, 내겐 세상은 참 다양하다는걸 새삼 느끼게해준 경험이었다.
보통 관장을 할 때도 직장수지검사 후 관장액을 투여하게 되는데, 문득 응급실 근무당시 간성뇌증 환자 관장 사건이 기억난다. 간성뇌증 환자의 경우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를 관장을 통해서 체외로 배출시켜주어야 하는데, 응급실 근무하던 당시 폴리클들에겐 최악의 응급실잡으로 악명 높았다. 간성뇌증 환자를 만나면 경우에 따라 다르긴하지만 보통 14시간 근무동안 4~5번은 하게되는데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대개 간성뇌증 환자는 멘탈이 헤롱헤롱한터라 협조도 잘 되지 않는데다가 관장액을 투여하고 얼마간 막고있어야 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그래서 대개 관장액만 넣어주고 항문을 막는 일은 보호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간성뇌증 환자 보호자가 어찌막는지 모른다며 보여달라길래 멋지게 틀어막는 모습을 그 보호자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드는건 왜였을까. 환자는 온 몸을 비틀고 있었기에 협조율은 제로에 가까웠고 보호자는 이미 환자로부터 멀찍히 떨어져있었다. 어찌어찌 직장수지검사를 하고 항문을 통해 관장액을 들여부었다. 항문을 막는 사이에도 환자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고 점점 불길한 예감이 내 주변을 엄습해왔다. 틈새로 조금씩 새는 노오란 액체와 함께 땀을 뻘뻘흘리고 있는데, 보호자분은 옆에서 '선생님같은 분이 의사를 해야햐요. 선생님 이거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 죄송해요. 힘내주세요.' *1000만번은 말하고 있었으니 도저히 퇴근시간 되었다고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맡기고 도망가려 애타게 부르짖었던 나의 사랑스런 동기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굳이 하지않더라도 넘쳐나는 heparinization을 ABGa용 주사기를 열심히 만드는척하며 애써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보호자의 눈물어린 부탁, 동기들의 외면, 미래 의사로써의 사명감, 관장의 자신감 뭐, 이런게 대충 섞여서 버티고 있었건만 이미 노오란 액체는 주체할 수 없을만큼 환자 엉덩이 굴곡을따라 넘쳐흐르고 있었고 하필이면 그 날따라 빨리가고싶은 마음에 시트밑에 비닐도 깔지않았다는 것을 눈치챘을때는 이미 대변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환자가 순간 훼이크성 모션을 취하며 늘 비틀던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비트는 순간, 그 노오란 액체는 나를 향해- 가운은 샛노랗게 물들었고 그 후 몇시간을 씻어도 지워지지않는 고유의 냄새, 보호자의 죄송하다는 외마디 메아리만 어디선가 들려올뿐...그 사건을 계기로 응급실 근무시에 관장할 일이 있으면 ABGa 주사기 heparinization에 열중하거나 도와달라 말하지도 않았거만 CT실로 달려가는 행위를 하거나, 멘탈빠진 환자라도 응급실로 실려오면 sampling 할 것 남아있지않나 수간호사 선생님께 공연히 물어보며 애써 외면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오늘 우연찮게 종합병원을 보며 그 간성뇌증 환자의 보호자가 내게 연신 고맙다했던 추억이 불현듯 떠올라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적어본다. 하지만 내가 힘든만큼 그 환자도 자신의 상황이 견디기 무척이나 힘들었을것이다. 그 작은 술기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수 있었음에도 힘들고 더럽다는 이유로 기피했던 내 자신이 불현듯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난 아직 참된 의사가 되려면 멀었나보다.
금번 6화에서 한 연예인의 인공항문술(잘룩창자냄술, colostomy) 에피소드가 다루어졌는데 마침 어제-오늘, 이틀간 외과 공부를 한터라 더욱 재미있게 시청했다. 극 중 김정은이 환자에게 직장수지검사(DRE)를 하는 장면이 잠깐 소개가 되었는데 병원 실습 당시 DRE, 참 많이했었다. 젤리를 묻혀서 항문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이학적 검사를 하게되는데 할 때마다 어찌나 쑥스럽던지. 극 중 환자처럼 소리를 치시는 분도 있었고 다시는 못하겠다는 분도 있었으며, 좋아하시는(?) 분도 있었고, 내겐 세상은 참 다양하다는걸 새삼 느끼게해준 경험이었다.
보통 관장을 할 때도 직장수지검사 후 관장액을 투여하게 되는데, 문득 응급실 근무당시 간성뇌증 환자 관장 사건이 기억난다. 간성뇌증 환자의 경우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를 관장을 통해서 체외로 배출시켜주어야 하는데, 응급실 근무하던 당시 폴리클들에겐 최악의 응급실잡으로 악명 높았다. 간성뇌증 환자를 만나면 경우에 따라 다르긴하지만 보통 14시간 근무동안 4~5번은 하게되는데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대개 간성뇌증 환자는 멘탈이 헤롱헤롱한터라 협조도 잘 되지 않는데다가 관장액을 투여하고 얼마간 막고있어야 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그래서 대개 관장액만 넣어주고 항문을 막는 일은 보호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대충 이런 모양새? (출처)
한번은 간성뇌증 환자 보호자가 어찌막는지 모른다며 보여달라길래 멋지게 틀어막는 모습을 그 보호자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드는건 왜였을까. 환자는 온 몸을 비틀고 있었기에 협조율은 제로에 가까웠고 보호자는 이미 환자로부터 멀찍히 떨어져있었다. 어찌어찌 직장수지검사를 하고 항문을 통해 관장액을 들여부었다. 항문을 막는 사이에도 환자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고 점점 불길한 예감이 내 주변을 엄습해왔다. 틈새로 조금씩 새는 노오란 액체와 함께 땀을 뻘뻘흘리고 있는데, 보호자분은 옆에서 '선생님같은 분이 의사를 해야햐요. 선생님 이거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 죄송해요. 힘내주세요.' *1000만번은 말하고 있었으니 도저히 퇴근시간 되었다고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맡기고 도망가려 애타게 부르짖었던 나의 사랑스런 동기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굳이 하지않더라도 넘쳐나는 heparinization을 ABGa용 주사기를 열심히 만드는척하며 애써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보호자의 눈물어린 부탁, 동기들의 외면, 미래 의사로써의 사명감, 관장의 자신감 뭐, 이런게 대충 섞여서 버티고 있었건만 이미 노오란 액체는 주체할 수 없을만큼 환자 엉덩이 굴곡을따라 넘쳐흐르고 있었고 하필이면 그 날따라 빨리가고싶은 마음에 시트밑에 비닐도 깔지않았다는 것을 눈치챘을때는 이미 대변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환자가 순간 훼이크성 모션을 취하며 늘 비틀던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비트는 순간, 그 노오란 액체는 나를 향해- 가운은 샛노랗게 물들었고 그 후 몇시간을 씻어도 지워지지않는 고유의 냄새, 보호자의 죄송하다는 외마디 메아리만 어디선가 들려올뿐...그 사건을 계기로 응급실 근무시에 관장할 일이 있으면 ABGa 주사기 heparinization에 열중하거나 도와달라 말하지도 않았거만 CT실로 달려가는 행위를 하거나, 멘탈빠진 환자라도 응급실로 실려오면 sampling 할 것 남아있지않나 수간호사 선생님께 공연히 물어보며 애써 외면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오늘 우연찮게 종합병원을 보며 그 간성뇌증 환자의 보호자가 내게 연신 고맙다했던 추억이 불현듯 떠올라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적어본다. 하지만 내가 힘든만큼 그 환자도 자신의 상황이 견디기 무척이나 힘들었을것이다. 그 작은 술기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수 있었음에도 힘들고 더럽다는 이유로 기피했던 내 자신이 불현듯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난 아직 참된 의사가 되려면 멀었나보다.
# by | 2008/12/05 00:30 | 기분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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