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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국시가 50여일밖에 남지않았는데 어제 폭음해버렸네요. 매년 생일은 아끼는 동기-후배-술들과 함께했지만 의대 입학하고 처음으로 어제 찻집을 가는 큰 결단을 내렸지요. 품위있게 차를 마시며 음악도 듣고 작당모의도하고 놀고 있는데 한 녀석이 '형, 허전해요.' 하는 바람에 진짜 딱 한잔만 딱 한잔만 하기로 굳게 약속하고 맥주집으로 향했습니다. 헌데 그날따라 도서관에서 공부도 잘되는게 이상하다 싶더니 술집에서 너무나 존경하는 군산의료원 정형외과 김영진 교수님을 만나게 된거죠.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김영진 교수님은 동아리 지도 교수님이시고, 개인적으론 너무나 닮고 싶었던 제 인생에 롤 모델이시죠. 의대 갓 입학해서 '여기 뭐야 무서워.' 하고 있을 때부터 의과대학 먹이사슬의 최강자인 본과 4학년 지금까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기도 하구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부터 너무나 슬펐던 시간까지 교수님과 함께했던 예전 기억들이 문득 생각나네요.

 한번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영화 예매라는 것을 하고 치과대학 여학생과 데이트 약속을 잡았지만 하필이면 그 날 교수님 댁으로 소환을 당했죠. 약속 시간이 10시인지라 교수님 댁에서 9시 59분까지 놀다가 나가면 맞겠지 하는 어리석은 계산을 했지요. 매년 1~2회씩 방문하는 교수님댁에서 단 한번도 제정신으로 나온 적이 없다면 당연히 그 여자아이와의 약속은 지킬수 없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며 그날도 과음, 폭음 했죠. 교수님꼐선 당시 '**야, 여자를 잡으려면 일단 짜빠뜨려야 된다. 교수님도 그렇게 결혼했어.' 라는 조언과 함께 어찌 교수님 댁에서 걸어나와 마음 속 한 줄기 빛을따라 영화관 안까지 들어갔지만 너무 만취한지라 10분도 못보고 나와선 길거리에서 토하고...뭐, 이야기는 더 할 필요가 없겠군요. 그 뒤로 그 여학생은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당시 영화가 타짜였는데, 요즘 TV에서 방영해줘도 그떄의 아픈 기억 때문에 보질 않지요.)

 그래도 교수님이 좋습니다. 늘 우리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해해주시고 함께해주시닌까요. 제가 6년간 속해있던 동아리도 제가 들어오기전까지는 차만 마시는 동아리였지요. 폴리클의 입학과 함께 교수님이 동아리 지도교수님으로 집권하시고 첫 대면 당시에 '의대 최강의 주량을 자랑하는 동아리'로 키우자는 장및빛 미래를 약속하며 손을 부여잡았던 오래전 기억이 나네요. 올해 지도교수 자리를 후임에게 물려주시고 뒷선으로 물러나셨지만 지난 6년간 교수님과 함께했던 최강의 추억들은 평생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나머지는 기회가 되면 더 들려드리지요.)

 다시 어제 저녁으로 돌아가서, 차를 마시고 딱 맥주 한잔만 하자던 믿지 못할 약속과 함께 술집으로 향했는데 교수님 굴비를 마주쳤죠. 교수님 굴비 학생들이야 워낙에 자주 동아리 학생들과 교수님이 술 배틀을 많이 주선하셔서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날 따라 임꺽정 스타일의 한 선생님이 더 있었다는 것, 에이스인 본과 3학년 친구가 떡실신 되서 실려갔다는 안타까운 소식뿐. 평소와는 좀 다른 분위기 였죠.

 임꺽정 스타일의 선생님은 충남 서천에서 정형외과를 개원하신 분인데 역시나 OS답게 무섭더군요. 뵙자마자 '인사해야지' 하시며 은연중에1700 원샷을 요구하시더군요. (수도권은 1700c를 2000cc라고 부르더군요.) 뭔지는 모르지만 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원샷을 하고 그 뒤로부터는 계속 술, 술, 술. 국시 100일 전에는 금주하겠다는 약속은 그렇게 무참이 깨졌습니다.

 저보고 자꾸 국시떨어지면 서천으로 와서 호빠 같이 하자고 말씀하시는데 난처. 팔씨름 하자는데 져드렸더니 화내셔서 난처. 뭔가를 물어보시는데 이해를 잘못해서 난처. 그 자리에 있던 의약품 회사 직원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엔 장난아니셨다고. 지금은 많이 성질이 사그라든거라고. 그래서 더 덜덜덜. 자리 끝내고 일어서는데 어깨동무를 하며 끌고 가시더니 대학로를 접수하자, 내 차를 몰아봐라. 그런데 차가 아우디인지라 조금은 몰고 싶기도 하더라구요. 여하튼 그렇게 묵사발이 되고 반 혼수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고 일어나보니 9시 반. 일어난김에 궁금했던 하지불안 증후군 포스팅이나하고 가자란 생각으로 오늘은 오전 중에 글쓰고 12시가 되서야 학교를 나갔죠. (포스팅을 하는 것이 공부 효과가 크답니다. 쓰면서 책 펼쳐서 찾아보고 이해하고.) 뭐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간만에, (그 선생님은 정말 무서웠어요.)

by Polycle | 2008/11/25 23:49 | 그냥 | 트랙백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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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PHiliM at 2008/11/25 23:54
아하하 다시 힘내셔서 국시 잘 보세요
-네피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03
네피님을 오래전부터 봐왔지만 늘 '-네피' 쓰시는게 무척이나 힘드실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교류하시는 분도 많던데 덧글 남기시려면 흑,
-폴리클
Commented by NePHiliM at 2008/11/26 00:03
= _= 반사적으로 써진답니다 아하하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12
그나저나 연애밸리 현피 다녀오신 이후로 좋은 소식이 들리던건...?
Commented by NePHiliM at 2008/11/26 00:12
...아무 좋은 소식 없어요오
-네피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13
무언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들었던것 같은데. 아닌가요?
Commented by NePHiliM at 2008/11/26 00:13
넴 ㅜㅜ 아닙니다
-네피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11/25 23:58
어제 저희 병원에서도 회식이 새벽까지 갔다는 소문이...저야 뭐 별명이 "박데렐라"..^^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05
헬스로그에서 본 선생님 사진만보면 '박데렐라'가 맞을듯 싶지만 의외로 소화기내과 선생님들은 애주가(?) 선생님들이 많더라구요. 혹시 다음날 오전 12시에 끝나는 술자리가 아닌가요? ^^;
Commented by 닭고기 at 2008/11/26 00:01
..........주량이 어마어마 하신가봐요; 읽고 있기 무서울 정도인데요.ㅇ_ㅇ;;;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마시는 술자리는 정말 최고긴 해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06
정말로 전 의대 입학 후 신입생 오티 자리에서 술을 처음 입에 대어봤는데, 사람이 그렇게 변하기도 하더라구요. 예과 1학년 초꼬꼬꼬꼬꼬마 시절엔 냉면 두 그릇에 가득 담긴 소주를 진입주로 마시고 응급실도 가봤죠. 그렇게 잔인한 기억들이 주량을 많이 늘려주지 않았을까요.
Commented by 닭고기 at 2008/11/26 00:10
웁;;;;; 읽기만 해도 토악질 할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
정작 예체능계열이라고 술 잘먹고 담배피게 생겼다는 편견을 무진장 받아온 저랑 매우 반대시군요.ㅠ 저도 적당히 마실줄 알면 진짜 좋겠는데, 요즘은 소주는 정말 냄세만 맡아도 올라와서 전혀 입에 못 대겠어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11
의대생 중에도 못마시는 사람은 못마셔요. 오히려 예체능 계열이 빡세다고 들었는데. 저희도 가끔 체교과 학생들하고 대학로에서 겨루는 때가 많지요. 평균 주량은 밀리는데 마지막까지 남는건 항상 의대생이었다능...
Commented by 아이페오스 at 2008/11/26 00:02
어쩌다 술자리 크리 한 번 뜨면 저는 그날, 다음날, 다다음날까지 제 페이스를 못 찾았더랬죠. 그래도 어찌어찌 합격하긴 했습니다. ㅋㅋㅋ
요즘 올라오는 포스팅을 보면 '아, 요즘은 XXX 파트를 공부하고 계시구만 ㅋㅋ'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ㅎㅎ (여담이지만,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질병과 국시에 나오는 질병이 언제나 같은 건 아니더라구요. =_=;;;) 올해는 포스팅한 곳에서만 시험문제가 나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09
역시나 선생님은 눈치가 빠르시네요. 공부하다가 모르거나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게 있으면 포스팅이라는 방법을 활용해서 공부한답니다. 보통 시간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저녁 10시대- 마이너에 매달린지 3일째라 요새는 계속 마이너 관련 포스팅만... 오늘은 ENT를 하루종일 공부했죠. 헌데 문득 드는 생각이 정말 로칼에서 많이 봄직한 질환은 대충 공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채우고 싶어 자세히 보고 있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뭐 요새 이러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착선 at 2008/11/26 00:03
읽기만 해도 즐거운 교수님이시군요. 저도 한때는 저런 선생님을 꿈꿨었죠.. 포스팅이 은근히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건 공감...제가 아직 공부위주의 포스팅은 안하지만요. 가끔 올릴때 찾아보는 책이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00:10
이건 정말 비밀인데. 1년전 본과진입식 당시에 선물로 빤스를 후배들에게 주었는데 교수님이 흥에 겨운 나머지 그걸 바지 위에 입으셨죠. 그 사진 후일 잘 쓰려고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다인 at 2008/11/26 00:49
제가 다니는 학교는 교수님들과 이런 즐거움이 없는 분위기라 막 부럽습니다.T_T
포스팅이 공부에 된다는데 저도 한 표! 사실 그래서 저도 교육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깨작깨작 포스팅을 해보려고 했는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미라클폴리클님T_T....
포스팅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희희 그나저나 1700cc 원샷이 인간으로서 가능한거였군요.. 그런거였어../폴리클님을 새삼스런 눈으로 보았다
국시 화이팅입니다! ㅎㅎ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3
1700원샷은 저도 4년만에 이루어낸거였죠. 물론 도중에 한 100cc는 흘려주는 센스!
Commented at 2008/11/26 01: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5
엑; 아니예요. 1번은 절대...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8/11/26 02:37
헉... 소주한잔에도 정신줄 놓는 저는 절대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로군요 =_=;;
제일 잘 마시게 생겨서 가장 잘 나가떨어진다고 친구들도 의아해하는 저인데...
다시한번, 생일 축하드려요. ^^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6
감사합니다. 저도 소주 한 잔에 정신줄 놓을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빨리 끝날수 있을거고 그럼 마음이 편해질테닌까요. ^^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8/11/26 02:54
하하. 일상 이야기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근데 저 엄친아를 측정하는 10 가지의 질문 중 8번 9번 10번은 엄친아의 기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6
어차피 전 엄친아가 아니라는게 중요하죠. 일상 이야기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휘갈기는 편이라 ;;
Commented by 제게 at 2008/11/26 03:07
분야는 다르지만, '여기 뭐야 무서워...' 이 생각한적 저도 있는 터라.. 그 부분에서 우하하하 웃어버렸네요ㅎㅎㅎㅎ

잘 보고 갑니다ㅎ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6
'여기 뭐야 무서워...' 전 자주 느낀답니다. ^^
Commented by 제게 at 2008/11/28 02:00
ㅋㅋㅋ 저도 일주일에 4번정도 느끼고 있어요ㅎㅎㅎㅎㅎ
Commented by 매모리 at 2008/11/26 10:01
저랑 분야는 다르지만 정말로 공감되는 이야기 이네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6
매모리님도 혹독한 환경에서 자라셨군요.
Commented at 2008/11/26 11: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7
확인했습니다. ^^; 올비님 그나저나 주소 꼭 남겨주세요~!
Commented by 달로스 at 2008/11/26 11:19
맥주 1700cc 라니 배 부르지 않나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7
1700 원샷 3년째 배부르단 느낌보다는 더 발리 끝낼순 없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Commented at 2008/11/26 15: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8
네! 감상문 꼭 쓰세요! ^^
Commented by HINT at 2008/11/26 19:02
앗, 선물 도착했습니다. 감사히 잘 읽을게요
Commented by HINT at 2008/11/26 19:04
아, 근데근데 초콜렛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집으로가는 길 왔어요.
저야 괜찮지만 바뀌신 분이 실망하시진 않을지 걱정-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26 19:58
선물이 몇가지 뒤바뀐것 같아요. 큰일이네;;
Commented by 고은새 at 2008/11/27 00:00
오~ 서울이랑 잔 크기가 다른가요? 아니면 크기는 같은데 부르는건만 다른건가요? 첨 들어보는 소리네요. ㅎㅎ 이제부터 열공하면 되는거죠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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