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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송명근, 이글루스, 100만

 
1.오늘 3차 모의고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학교 재학 중에 보는 마지막 시험이 되지 않을가 싶습니다. 늘 그렇듯 오늘도 죽썼지만요. 가끔 '이렇게 문제 풀고 공부해서 나중에 뭐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문제들이 종종 있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산부인과 전문의 선생님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궁동맥이 수평으로 자궁 정맥이 수직으로 주행하는 것을 도대체 왜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여나 나중에 산부인과 전공을 선택하게 되어 산부인과 관련 일을 하게 된다면, 아나토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않는 것은 물론 크나큰 죄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1차의사를 양성한다는 의과대학 교육 목표 아래 방금과 같은 사례의 문장들을 기어코 비비 꼬아서 시험문제로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흔히 의사가 될 사람은 1등도 없고 꼴등도 없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출제의도가 단순히 등수대로 일렬로 세워야 겠다라는 집념에 불타올라 내신거라면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인 것들만 내도 충분할 시험문제를 왜 저렇게 쓸딱지 없는 비비 꼬은 문제들로  도배하는지, 도무지 교수님들의 심보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따위 문제 객관식으로 푸는 바에야 당뇨나 고혈압 진단기준을 주관식으로 쓰는 문제들이 훨씬 더 낫겠네요. 거기에 하나 더, 의대생들 우울증-자살 줄이겠다고 의학 교육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교수님들께서 도입하신 new Rtype 문제가 오히려 더 의대생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기 바랍니다. 학생과의 커뮤니케이션 없이 교수님들끼리 앉아서 열심히 탁상공론하셔봤자 변하는건 하나도 없다는 것 역시 명심하시구요.

2. 요사이 송명근 교수님 이야기가 화제네요. 학회 동영상 밑에 댓글 中 '의사들은 왜 저렇게 지들만 아는 용어로 떠들어 대냐'라는 조롱섞인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동영상 중계 되는 곳은 흉부외과 학회장이고 전국 흉부외과 의사들이 모여 짧은 시간안에 다량의 최신지견 및 토론을 벌이는 곳이라 의학용어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강의나 심포지움도 아니구요. 어제 늦게 집에와서 동생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물어봤더니 역시나 '저거 어느나라 말이야?' 하더라구요. (도무지 궁금해서 해석을 원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포스팅 아래 요청해주세요.) 그나저나 동영상 도중에 과거 자대학 흉부외과에 계셨던 최종범 교수님께서 나오시네요. 물론 현재는 옆동네 대학병원 흉부외과로 자리를 옮기셨지만. 병원내 정권 다툼에 희생양(?)이 되어서 옮기셨다는 소문도 있고, 지원이 더 좋아서 옮기셨다는 소문도 있고 여튼 여러가지로 재밌는 분이셨습니다. 



 송명근 교수가 사회에서 비추어지는 면과 병원에서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라는 댓글도 있던데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최종범 교수님도 우리나라에서 CAVAR 수술을 하실 수 있으신 분들 중 몇 안되는 흉부외과 교수님입니다. 흉부외과계에서도 꽤 유명하신 것 같더군요. 머리도 하얗고 키도 작지만 엄청나게 무서운 분이셨죠. 본과 2학년 첫 수업 들어오셔서 분위기를 한번에 휘어 잡으시더니 나이 많은 형님이 잠깐 교수님과 눈을 못마주치자 갑자기 오셔서는 주먹으로 머리통을 '꽝'. 그 뒤로는 수업시간에 결석, 지각, 조는 사람, 책 없는 사람이 0%였던 수업시간이 되었죠. 병원에서도 담배피는 의사며 직원이며 가릴것 없이 피지말라고 호통을 치신답니다. 심장 하시는 분이니 담배에 관해선 더 민감하셨겠죠. 여하튼 자대학 병원의 전설과도 같은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홀연히 다른 병원으로 떠나시는 바람에 저희 학번 폴리클 실습 중에는 CABG 등의 심장 수술을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죠. 다행히 저는 본과 3학년 당시 용기를 내어 '교수님 수술이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하루 웬 종일 'aneurysm of valsalva rupture' 환자 수술을 함께했지요. 심장 수술은 무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에 실습 학생들도 스크럽 서보기가 힘든데(실습생 자체가 감염원이 될 우려가 있어 잘 안세우는 편입니다.), 당시 윗학년 선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럽까지 서는 영광을 앉았습니다. 아침 8시에 들어가서 밥도 못 먹고 저녁 8시즈음에 나왔으니 12시간 정도 서 있었나 봅니다. 최종범 교수님과 여자 펠로우 선생님, 수간호사 선생님, bypass 기사 그리고 저 이렇게 5명이서 수술에 참여했었죠. 실제로 심장을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환자가 젊은 남성이어서인지 몰라도 팔딱팔딱 잘 뛰더군요. 그리고 정말로 심장을 왜 하트모양으로 그리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가슴을 열면 하트모양과 똑같은 심장이 나옵니다.

 수술 도중 여자 펠로우 선생님이 전기톱으로 가슴 뼈를 단번에 자르는 것에 한번 놀라고, 대동맥 자르면서 피가 얼굴로 확 튀어서 두번 놀라고(봉달희에서 나온 장면 저리가라였습니다.) 심장을 냉각시키며 심폐기계를 돌리자 심장이 서서히 멈춰가는데도 환자의 바이탈이 살아있다는데 세번 놀랐습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12시간의 경험이었죠. 끝나고 펠로우 선생님께서 밥 함께먹자 했지만  옆에서 수간호사 선생님이 '회식가면 픽스다.'라는 뀌뜸을 해줘서 그 회식자리는 어째어째 핑계를 대서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한때나마 흉부외과 의사를 꿈꿨었고 전문 서적도 많이 읽었었지만 막상 현실에 봉착해보니 너무나 힘든 삶이었기에 미련없이 포기한 불쌍한 생물이 바로 저랍니다. (1년 뒤 흉부외과 실습때 다행이 못알아 보시더군요.)

3. 이글루스가 요새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싸이글루스네- 포털화네-로 논쟁이 뜨거운가 봅니다. 연령 제한에 대해선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이글루스내에서 제가 잘 알려진 블로거도 아니고 많은 이글루스 이웃들과 교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쉽게 뭐라고 말하긴 조금 부담스럽네요. 하지만 여러 관련 글들을 읽으면서 딱 두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확실히 네이트온 핫블로그 뜨면 찌질 악플러들이 많이 오긴해.' (여지껏 4~5번 정도 뜬 것 같은데 그 때마다 고생했지요.) 그리고 '저 사람들 말 들어보면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줘도 될까?'

 어차피 힘없는 유저들이 아무리 왈가왈부한들 이글루스측에서 내린 결정을 바꿀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가족적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출발하여 지금까지 이어온만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어찌보면 이글루스도 블로그라는 상품을 파는 회사기에 마땅한 수익 모델도 있어야겠지요. 사실 여타 포털 블로그 시스템에 비하면 이글루스가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닌까요. 스킨이나 노래를 파는 것도 아니고 광고를 작살나게 다는 것도 아니고. 

 가장이 돈을 벌어와야 가족들도 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인 공지 전달과 같은 무식한 태도 역시 합리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들어 빈번했었죠.) 가족이라면 가족답게 서로 대화하며 이해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난 주인이고 가장이닌까 내 꿀리는 대로 할꺼야. 니들은 시키는대로 해.'라는 태도나 '주인인 네가 꼴리는 대로 하니 나는 접고 다른데로 갈련다.' 라는 태도, 가족을 운운하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조금만 서로 이해합시다.

4. 3번 글 내용이 부끄러울 정도로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100만 이벤트 진행이 순조롭습니다. 내일 시험 끝나는대로 보육원 방문 준비를 하고있는 후배들과 합류하여 최종점검을 할 계획입니다. 강의와 공연, 체험,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부터 주마다 한번씩 방문하는 곳이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뭔가를 준비해서 갈 생각에 다들 마음이 들떠있습니다. 참, 이벤트는 내일까지 입니다. 제돈은 아깝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덧글 및 트랙백 달기에 함께해주세요. 후에 블로거 뉴스에 보낼 기사에 함께 첨부하여 이글루스 블로거들이 왜 다른 포컬 블로거들과 다른지를 보여줄 참이랍니다. 이름은 얼음집이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은 너무나 따뜻한 사람들이란걸요.

by Polycle | 2008/11/13 21:35 | 기분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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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샛별 at 2008/11/13 21:41
으허 잘 읽었습니당.
근데 3번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블로그라는 건 비공감 해요 'ㅡ'
ㅋㅋㅋㅋ
근데 심장이 멈춰가는데 바이탈이 그대로라니 정말 신기한데요?! 직접 봐야 믿을수 있을거 같아요 ㅎㅎ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22
심장 수술을 아마 병원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보기는 어려울듯 합니다. 제 블로그 아직은 누추합니다. 샛별님,
Commented by MoonJ at 2008/11/13 21:49
1. 앞으로 의사가 된 후에도 왜 해야하는 지 모르겠는 일을 엄청나게 해야하고 왜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일을 왜 모르냐며 엄청나게 욕얻어먹습니다. 국시 모의고사정도면 양반이죠. 하아.

어쩌면 앞으로 겪어야 할 수많은 부조리들에 대해 내성을 만들어주려고 그런 문제를 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국시문제는 그렇게까지 조악하지 않으니 기운내시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물론 공부라는 것이 말만큼 쉽지 않긴 하지만요. 의사자격증 딸 때까지는 조용히 공부하셔야합니다^^
의사자격증 따고나서는 그래도 좀 개성대로 살 수 있다고 희망의 이야기를 전할게요. ㅎㅎ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24
가끔은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이 몇가지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다 좋은 의사가 되라는 선배들의 채찍질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방법이 비록 비루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지라도...
Commented by 마키아벨리 at 2008/11/13 22:08
폴리클이란 단어가 K대에서만 쓰인다는 소문이....ㅎ
Commented by AyakO at 2008/11/13 23:49
헛소문이네요.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11/14 01:23
그건 아니겠죠... PK, EKG등 영어 용어의 약자가 독일어의 영향으로 C->K로 쓰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건 미국학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적어도 한국의 의과대학에서는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일부학교에서는 PK라는 말대신 달리 부르는 용어가 있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24
폴리클이라는 단어는 전국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학교는 서브인터, SD라고 하기도 하더군요.
Commented by 닭고기 at 2008/11/13 23:52
"이글루스내에서 제가 잘 알려진 블로거도 아니고"<--- 이 ,이건 춈.....

'저 사람들 말 들어보면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줘도 될까?'에 대해선 저도 동생이랑 이야기해본적 있는데, 동생의 시크한 대답은 "선거권을 주는 동시에 범죄에 대한 청소년 면죄부도 사라지면 돼." 라고 하더군요. 딱히 선거권과 면책을 연결지어서 이야기 한건 아니고요, 선거권을 주는 만큼 책임이 좀 더 무거워 지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어요. 그것만 돼면 선거권을 줘도 괜찮다더군요. 근데 뭐.... 이글루스 미성년제한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네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26
이글루스 내에서는 정말 무명에 가깝습니다. 이글루스에서만 하루 오시는 분들도 얼마 안되구요. 선거권 이야기는 불현듯 떠오르더라구요. 꼬마들 유입되면 물흐린다고 떠들어대지만 선거권 이야기 할 때면 청소년들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잠시 어지러웠다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8/11/14 04:22
지나가다..쑥스럽지만,,,,아나토미는..정말 알아야합니다. 지금은 고생한다 생각하실지라도 다 쓸 데가 있습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27
아나토미가 중요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아나토미가 아니라 그야말로 문제를 위한 비비꼬인 아나토미라면 그다지 환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Commented by 올비 at 2008/11/14 09:36
성인과 견주어도 될 정도의 청소년들은 오히려 조용하지요.
나이값 못하는 (중고딩임에도 초딩과 견주어도 될 정도의) 애들이 시끄러우니 문제죠 ^^;;
아마 그래서 폴리클님께서 시달리신걸거예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28
성인과 견주어도 될 청소년들만 유입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흑,
Commented by 카루 at 2008/11/14 09:58
동맥은 수평, 정맥은 수직... 저야 수술할 일이 없으니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만, 그냥 왜인지 모르게 중요해 보이는데요(.....) ㅎㅎ 힘내세요.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28
오늘 모의고사 역시 그러한 문제들이 수두룩 했습니다. 단지 서열세우기를 위한 문제, 문제를 위한 문제는 그다지 맞더라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나저나 선생님 오랜만이시네요. 잘지내시는지.
Commented at 2008/11/14 18: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1/15 10:30
저희는 이틀을 보기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펠로우 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이시죠. 나이 40가까이 되시는걸로 알고있는데 미혼이시라니,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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