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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밀이

 
 나의 뒷산 등반계획은 절반의 성과 밖에 거두지 못했다. 산 중턱에서 지쳐 쉬는데 더 오르다간 쓰러질 것 같아서 3년만의 고지점령을 눈 앞에 두고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찾은 목욕탕. 고향 땅에서 때밀이 아저씨에게 내 몸을 맡겨보기는 근 5년만이다. 나는 그새 대학 졸업을 눈 앞에둔 20대 중반이 되어버렸지만 아저씨는 변한게 아무 것도 없다. 때밀이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천장은 마치 매일 보았던 것 같은 친숙함마져 느껴진다.

 세월이 흐르고 많은 것들이 변해가지만 여기는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추억에 젖어들 찰나 변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때밀이 요금. 12000원에서 15000원으로 지난 5년간 3000원, 년 500원의 상승률로 꽤나 많이 올랐다. 익산 땅에서는 때밀이 요금이 안마 서비스까지 포함, 12000원인데 비하면 무척이나 비싼 편이다. 비싼 때밀이 요금에 흐르는 눈물을 뒤로한채 내 몸을 맡겼고다. 아저씨와 나는 5년만에 재회했지만 특별한 대화없이 묵묵히 서로의 역할에 충실했다.

 어린시절 때를 스스로 밀던 아이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아무리 밀어도 나오지 않는 때 덕에 목욕탕을 다녀와서 어머니께 때 이 따위로 밀었다고 많이 꾸지람을 들었다. 그 뒤 내 몸은 때밀이 장수에게 반강제적으로 맡겨졌고 그 시절에 나는 그 때밀이가 싫어서 목욕탕 가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다. 이태리 타올로 피부를 벗겨내는 느낌 너무나 아프고 징그러웠다. 하지만 수능을 준비하던 고3시절 피곤에 찌든 몸을 때밀이 아저씨에게 맡기면 마술처럼 상쾌해졌고 그 뒤부터는 조금씩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때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의 몸은 피부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중 일부는 피부가 변해서 이루어진 털이나 각질로 이루어져있다. 때란 이런 피부의 세포들이 대사활동의 결과로 내놓는 노폐물과 생활하다가 접촉해서 묻게 되는 여러가지 오물들이 뭉쳐진 것이다.

 피부는 진피와 상피로 나뉘는데 상피 아래쪽에서는 새로운 세포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세포들에 의해 밀려난 오래된 세포들은 피부 표면으로 올라와 각질층을 만든다. 이 세포들은 위로 올라오면서 세포의 모양이 납작해지고 단단해지면서 서서히 죽게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질층에는 혈관이나 신경이 없기 때문에 가끔씩 얕게 찔린 경우 통증을 느끼지 않고 지나가는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 때로 벗겨져나오기 때문에, 가끔씩 목욕탕을 다녀와서 듣는 인사인 '한꺼풀 벗었네' 라고 하는 것이다.

 때를 쉽게 벗기려면 몸을 물에 담가 불려야 한다. 탕 속의 따뜻한 물에 들어가 오래 있으면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이 물을 흡수해 부풀어오른다. 이런 과정을 때를 불린다고 한다. 보통 상태의 피부에는 방수능력이 있는데, 그 이유는 피부세포 중에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케라틴은 표피세포에서 물이나 박테리아 등의 침입을 막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뜨거운 물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케라틴이 제구실을 못해 피부는 방수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뜨거운 탕에 들어갔던 사람은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라 자두색 주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탕에서 나와 피부에 흡수된 수분이 증발하면 다시 정상인 상태로 돌아 온다. 

 아저씨가 지시하는대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움직이다 갑자기 때밀이 아저씨는 왜 그렇게 때를 잘 밀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친구끼리 때를 밀어 줄 때도 아프지 않게 잘 미는 녀석들이 있었다. 하지만 못 미는 녀석들에게 등판을 맡기면 뻘겋게 상처만 날 뿐 때는 나오지도 않는다. 때미는 능력에도 차이가 있는걸까? 아니면 때를 잘미는 녀석들은 하늘로부터 날 때부터 선택 받는 것일까?

 때를 민다는 것은 표면끼리의 싸움이다. 등의 표피세포와 때사이의 인력보다 큰힘으로 수건을 밀어 때를 떼어내야만 밀어지는 것이다. 너무 큰 힘으로 민다면 이탈된 때가 다시 짓눌려 쉽게 때를 떼어낼 수 없게 된다. 또 한가지 때를 쉽게 밀 수 있는 비결은 피부에 나있는 선을 따라 미는 것이다. 진피의 아래층에 있는 교원질이라고 하는 부분은 섬유다발 모양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피부에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든다. 의학에서는 이 주름을 '랑거선' 이라고 부른다. 솜씨 좋은 외과의사들은 이 선을 잘 알고 수술을 하기 때문에 흉터가 별로 남지 않는다. 각 목욕탕마다 있는 때밀이 아저씨들이 힘을 별로 들이지 않고 쉽게 그리고 아프지도 않게 때를 밀 수 있는 것도 오랜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by Polycle | 2008/07/28 18:29 | 기분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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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07/28 21:47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가 있지 않았습니까..때밀이 아저씨도 "달인"이셨을겁니다. 무슨 일이든 오랫동안 꾸준히 하면 어떤 반열에 오르는 것 아닐까요...^^
Commented by 붉은거북 at 2008/07/28 23:18
때를 이따위로 밀었다고 ㅋㅋㅋ 음 나름 의학적인 포스팅인데 보고나니 때밀러 가자 라는 단순한 감상만이 남는군요...
Commented by 나무 at 2008/07/28 23:55
흠-_-.. 그런데 왜 때는 한국인만 미는 걸까요? 다른 각질제거법이 있다고는 해도, 백인이나 흑인들은 아예 때가 안나온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지나가다 무심코 궁금해진 (..)a)
Commented by 림삼 at 2008/07/29 00:10
오오. 피부도 선이란 것이 있었군요. 흥미로운 포스팅이네요...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당장 목욕탕으로 엄마랑 달려가고 싶네요. 하핫.
Commented by Mh_Kāśyapa at 2008/07/29 05:19
로마인 이야기에 보면 때 깎는 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데....정말 스릴이 넘치는 목욕이었을 것 같아요~

피부선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와닿습니다. 선을 잘못 따라가서 절개했던 수술흉터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결리고 땡기던 아픔이 있었거든요. 결국 재수술했답니다. ㅠ.ㅠ
Commented by 샛별 at 2008/07/29 13:03
저기~어디냐. 유럽쪽에 이름이 2글자인 나라에서도 때민다고 합니다.
한번 밀어봤는데, 그쪽은 그쪽나름대로의 테크닉(?)이 잘 되어있었어요 ㅎㅎ

아..생각해보니 때 안민지 어언 2주일씩이나 됬네요
어서가서 밀어야겠어요. ㅎㅎ
Commented at 2009/01/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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