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3일
천하무적
서울에서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방금 전 날아온 문자메세지 하나, 그리고 확인한 까페의 글.

그렇다. 완전히 끝났다. 사실 이번처럼 피로한 심신을 이끌고 평소의 10분에 1도 안되는 공부량으로 승부했던 적이 있었던가. 늘 시험은 나에겐 승부였다. 하지만 이번엔 그 승부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수 없었다. 하지만 진급했다. 천운이었나 보다. 하지만 마음속 저편에서 자그마한 죄의식 하나가 뭉게구름처럼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여러분이 모두 열심히 한 관계로
과연 나는 최선을 다했던 것일까. 열심히 했던 것일까. 5월 초부터의 강행군은 나로 하여금 도저히 견딜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과 고통 때문에 내가 선택한 또 하나의 길을 되돌아 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두 가지 길을 함께 가보기로 결정했고 양 다리가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버텨냈다.
중간고사부터 기말고사까지 시험을 치루고 난 후 상경하여 봉사하고, 다시금 내려와서 시험을 보고 재차 상경하는 죽음의 싸이클을 견뎌야만 했다. 때론 상경하여 3시간만 현장에 머무르고 온 적도 있었다. 급한 날은 시청광장에서 수첩에 간단히 메모하여 암기를 하기도 했다. 암기하다 환자를 보고 다시 암기하다 환자를 보는 웃지 못할 상황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그런 나를 보고 고생한다며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상경하는 날은 잘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기차안에서- 그리고 틈틈히 시간을 쪼개어 잠을 청했다. 생전 자본 적이 없었던 책상머리에서도 잠이 들 정도로 피곤했다. 여러 블로거들이 책상머리 앞에서 현명하게 잠들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실제로 몇가지 해보기도 했고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익숙치 않았던 탓일까, 자고 일어나면 늘 더 피곤했다.
그야말로 본2와 실습빨로 시험에 임했다. 성적이야 내 인생에서 좀 더 소중한 것을 찾아보자는 그 결심하나로 포기한지 오래였지만, 과연 그 머리좋다는 의과대학생들 속에서 공부 하지 않고도 얼마나 견디어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내심 불안했다. 하지만 나는 진급했다. 그것도 무사진급으로-.
서울에서의 일도 원만히 끝나고 아주 조금 걱정했던 유급에 대한 걱정도 떨쳐버릴 수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러고 보면 나, 사실 천하무적은 아니었을까?
# by | 2008/07/23 23:03 | 그냥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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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피
사촌오빠가 유급된 경험이 있어서 이런 글 보면 괜히 저두 기뻐요 ^^ ㅋㅋ
축하드려요~!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ㅠ.ㅠ
진급 축하드립니다!
고생이 많으셨는데, 그만큼 더 달콤하게 느껴지실것 같네요
축하드립니다 ^-^
저희를 거느려만 주신다면야...ㅋㅋㅋㅋ
담에는 꼭~!!! ^^
전원진급이라니 정말 놀라운 결과네요..
다들 열심히 하셨나봐요....
이젠 좀 홀가분하겠어요....
조큼 걱정했는데 다행이어요. 홀가분하게 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