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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슬램덩크 패러디

 
 어느 순간에서 부터인가 포기를 서슴지 않게 결정하게 되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1년 전만해도 포기를 몰랐던 내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 시험 역시 그랬다. 소아과야 원래 관심이 없었던 과목이라고 내 안에서 아무리 외쳐대 봐도 결국은 변명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요 근래들어 서울 일이 너무나 바뻤던 탓도 있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달려언 덕분인지 체력은 거의 바닥난 상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잠에 들었어야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깬 상태로 오늘 시험을 끊임 없이 되뇌이는 내 자신을 보며, 정말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3년 전만해도 시험기간이라면 모든걸 잊고 살았다. 심지어 핸드폰 까지 꺼 두고 3주 가량의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점차 그랬던 모습이 직책을 맡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준비해 일을 벌이다 보니 이제는 과거의 내 모습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잊혀져 가고 있다. 매일 예습-복습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 때와 달리 지금은 봐야할 양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는 선택보다는 도서관 자리에서 그래도 엎드려 잠을 청해버리는, 그런 한심한 인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시험지를 받아들며, 도대체 이게 어느나라 언어로 쓰여진 문제인지조차 헷갈려 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내 모습이 책상 한켠 비추어 졌을 때 정말 가슴이 아려왔다. 앞으로 시험이 5개 남았다. 하지만 해나갈 자신이 없다. 점점 나약해져가는 내 모습이 싫다. 그렇게 나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에서 포기를 아는 남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책상 앞에 엎드려서 1시간 이상은 도저히 못자겠다. 1시간 정도 자면 장 내에 있던 가스가 전부 위를 거쳐 식도로 올라오는 느낌에 탄력받아 잠을 깨버린다. 1시간도 못자니 피곤함은 가시지도 않고 시간 낭비만 실컷하고 만다. 누가 책상에서 자는 노하우 좀...

by Polycle | 2008/07/10 12:58 | 그냥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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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흐스흐 at 2008/07/10 13:05
쿠션을 베고 자면 그나마 괜찮더라구요. 요는 배가 좀 덜 접히게 하면[?] 괜찮달까...
전공책 한권 깔고 쿠션 얹어놓고 자는게 최고지만, 쿠션이 없다면 그냥 전공책 두권으로 해결하기도 하구요.
의자가 높낮이 조절이 된다면 의자를 제일 낮게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되요.
Commented by 공룡사랑 at 2008/07/10 13:06
책상에서 자려면 숨구멍은 틔워놓고 자야죠. ㅠㅠ
저는 옆으로 고개 돌리고 내지는 칸막이에 머리 박고 자던 사람이라 -_-;;;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해요. 흑...
흐스흐님의 저 힌트 중요해요. 두꺼운 책을 베면 가스 덜 찬답니다.
그리고 저는 요새 현실에 휩쓸려서 숲을 못 보고 할딱할딱 삽니다.
우울하지만, 이렇게도 살아지더군요. (먼산)
Commented by ellouin at 2008/07/10 13:42
보약을 한재 드시지요. 이렇게 폭염에는 좀 도움이 됩니다.
가격에 압박이 있으면, 주변에 아는 분 통해서 싸게해서 드세요.
Commented at 2008/07/10 14: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urky at 2008/07/10 14:11
소시적(고딩적..)에 쓰던 방법인데 책을 가슴에 대고 책상에 업드리게 되면 책상 모서리로 인한 가슴의 압박이 줄어들어 좀 편하게 잘 수 있습니다 -_-; 아니면 양팔을 책상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양 발은 편하게 앞으로 내 뻗고 책 1~2권으로 베게를 삼아서 자면 자가다 팔, 다리가 저릴일이 거의 없지요.
Commented by 유리알 at 2008/07/10 14:49
전 목이 아파서 ...-_- 거기다가 손을 포개고 머리를 대면 손에 피가 안 통해서 무척 괴롭더군요. 잘려면 역시 침대로 -_-/
Commented by 반댕이 at 2008/07/10 15:12
서울에 있는 저희들이 잘 챙기지 못한 탓도 있는 거 같네요...
메이저 리그 중인거 같은 데...
일단 시험에 전념하시는 게 좋을듯...
[다운] 이거 ... 힘듭니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좋을듯해요.....
시험끝날때 까지 시험공부 전념하시고 서울일은 저희에게 맡겨놓으셔도 될듯해요
의봉에... 알리시구 리그 끝나고 상경하세요...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8/07/10 18:21
아뇨, 포기를 안다는 건 때때로 중요해요 'ㅅ'
포기를 아는 건 자신의 한계를 (혹은 흔들리는 지점)을 아는 것이고,
그 지점을 알아야만 힘을 비축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여러 일을 함께 놓고 밸런스를 맞추는 연습이겠지요, 지금 스테이지는?

잘 될 거에요..^^ 조금 더 기다려 보세요, 아마 예전과는 또 달라질 테니까요. 역량의 폭도 더 넓어지겠지요.


저도 엎드려 자면 쥐약이라서... 그냥 앉아서 꼿꼿이 잠들어요 ㅎㅎ 가끔 손에 얼굴을 괴고; 그럼 빨리 깨면서 오히려 머리가 덜 무겁더라구요.
Commented by 림삼 at 2008/07/10 19:48
그냥 잠깐 누워서 잠깐 자고 일어난 다음 공부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하핫. 책상 앞에서 많이 자봤지만, 딱히 좋은 방법은 없더라구요.

힘내세요...^^ 포기를 아는 것과 포기를 실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포기하기엔 일러요! 남은 5과목이 있잖아요. (불끈)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8/07/10 22:15
Sabiston이나 Harrison두권 혹은 홍창의 소아과,-노박이나 윌리엄스등 산부인과 계열 책들은 별로입니다.-를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방석 하나 얹으면 높이가 딱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창시절 보던 Sabiston14판에 비해 16판 이후는 책이 얇아서 좀 불편하겠군요.(도망중)
저는 책상에 엎드려자면 다리가 저려서 영 불편해지는 바람에...아무리 시험 전날이라도 새벽 두 시 되면 도서관에 빈 자리가 생기니까 그때 의자 여러 개 붙여놓고 자는 게 훨 낫습니다.
Commented by blus at 2008/07/11 02:13
克己라 함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이겨도 이기는 쪽은 나. 져도 이기는 것은 나.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도 되는 것입니다!!(트..틀려!!)

...저 같은 경우는 앵간하면 피곤할 땐, 그냥 엎어져서 자버리는데..정 자면 안되는 경우에는 엘릭서를 지어 먹습니다. 고3 시절부터 애용한 비약의 제조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포카리스웨트 1.5L를 하나 사서 두 잔쯤 드시고 그 빈공간에 박카스 딱 세 병을 들이 붓고 잘 흔들어주면 노르스름한 심상치 않는 색깔을 자랑하는 비약 <엘릭서 : 박카리스웨트>가 완성되는데 다 마시면은 3일 정도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는 초각성상태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부작용은....(...)
Commented by mang at 2008/07/11 02:17
죽이시는건가여
Commented by blus at 2008/07/12 17:35
...부작용이 3일뒤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된다는 것입ㄴ....
Commented by AyakO at 2008/07/11 09:16
음... 본3 1학기말 때는 1주일동안 엎드려서 하루에 한시간정도씩만 자고 살았던 적이 있었군요. -_-;
...본2 때부터는 잡지사에서 필자로 알바를 병행하는데, 단행본 작업 강행군하느라 한 달동안 매일 2~3시간씩만 자다가 산부인과 시험 전전날 작업 마치고 공부 시작한 게 새록새록 기억나는데... ...이러고도 참 졸업했다니 -_-;;;
Commented by phice at 2008/07/11 12:55
다리를 책상에 올리시고 주무십쇼 ... ; 아니면 책상밑에 들어가서 쭈그리고 앉아도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시원찮은 방법이라)
Commented by 샤리잔 at 2008/07/13 01:16
우왕...희로애락에서 '애'의 화면에 보이길래 들어왔어요. 근데 최하위권 의대생이 보기엔 굉장해 보이는데요!
예과 땐 게임 폐인으로 살다가 본1땐 정신차리고는 싶었지만 공부에 적응이 안 되었고 이제 본2가 되어서는 어떤 과목의 랜덤한 점수에 치여 망했어요...(신세한탄이 하고 싶어서;;)
2학기라도 좀 건지면 나중에 도움이 될라나 모르겠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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