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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한 아이

 
 이래저래 다음주도 피곤한 한주가 될 듯 싶다. 또다시 화염방사기, 고엽제 전우회의 폭력 행사에 울컥해서 서울행을 결심한 내 마음은 지칠대로 지친 내 몸에게 미안했다. 새벽녁에 도착하여 바라본 서울 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여의도로 행진을 하고 있단다.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의 나에겐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 10km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그래서 시청에 잔류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독이 필요한 이들, 약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6.10 100만 집회 후 상경하기전 까지 날마다 같은 꿈을 꾼다. 꿈 속의 나는 심청동 길목에서 다친 이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혹여나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금 현장이 그리워졌다. 어쩌면 광화문 집회 현장은 고향보다 내게 그리운 곳이 되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웬일인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적다. 의료진이 부족해 1조 최전방을 맡았다. 적지않은 소식을 듣고 올라왔기에 부담감이 컸다. 화물연대 노조 등 많은 노조들이 상경했다. 새벽녁에는 그 사람들이 쇠파이프를 쓸거라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경찰측에서는 명박산성의 후유증 때문인지 컨테이너를 치우고 전경 버스를 배치하고 그 앞에 경찰들을 세우는 폴리스 라인을 구축했다.

 그렇게 많이 보였던 깃발이며 사람들이 너무나 적었다. 곧이어 광화문 앞에서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청와대를 향해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비폭력 평화시위를 이어갔다. 물론 술취한 중년의 꼴사나운 모습들도 있었다. 그때쯤 어디선가 새벽 2시 부터 진압을 시작할거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팀을 책임지고 있는 나로써는 구성원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심시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000여명 남짓되는 시민들이 1만 경찰 병력 앞에서 혹여나 큰 일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 되었다. 다시한번 필요한 물품들을 점검하고 각 상황의 최적 동선을 머릿 속에 그려본다.

 다행히 전경들은 시민들을 인도로 몰아내는 수준에서 진압을 멈추었다. 이윽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빈 택시 무리들이 광화문 도로를 점거했고 일각에서는 통행권을 요구하며 전경들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그리곤 이내 횡단보도를 돌며 '이명박은 물러나라!' 를 외친다. 그야말로 합법적인 평화 시위였다.

 바쁜 와중에 지난 5월 말 경복궁 태치 장소에서 부터 상경하여 의료봉사를 할 때마다 보는 15살 짜리 중학생 아이를 만났다. 옷차림새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시위 현장에서 계속 먹고 자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날도 그랬던 것처럼 늘 이아이 전방으로 가려다 어른들에 막혀 못가면 침을 뱉고 욕설을 하곤 사라졌다가 다시금 나타나서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서 연출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함께 동행했던 누나가 난리다. 그 아이 귀에 상처를 좀 봐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다가가 상처를 좀 보고 이리저리 좀 살펴 보았다. 역시나 며칠은 씻지 않은 듯 한 악취, 보호자에 대해 묻자 대답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점 등을 토대로 미루어 봤을 때 31일 부터 현장에 계속 상주해 있었던 모양이다. 몇가지 이학적 검사를 해보니 급성 중이염, 이하선염을 의심케 하는 증후가 보였다. 당장 병원을 가보라 했지만 현실적 상황이 그렇지 못한듯 보였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검사 없이 그 아이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자세한 검사를 했다 하더라도 내가 쓸 수 있는 약 또한 없었다.

 이래저래 고민하다. 병원에 꼭 가라는 당부 한 마디와 함께 간단한 소독을 해주고 그 아이를 돌려보냈다. 동행했던 누이가 계속해서 걱정을 하길래 현장 의료봉사팀원 한명에게 그 아이 사정을 말해 두었다. 이야기가 얼마나 잘 전달 되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다.

 다행히 시위대도 일찍 해산하고 그다지 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의료팀은 안심하고 철수 할 수 있었다. 시청광장 본부에 앉아 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기차시간도 되고 하여 6시 30분 익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물론 잠들어서 광주까지 가서 도로 새마을을 타고 익산에 오긴했지만) 이번 6번째 의료지원이 큰 문제없이 무사히 끝나 너무나 다행인듯 싶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그 중학생 아이가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인데,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로써나마 여러사람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혹여나 시위 혹은 집회 현장에서 까까머리 중학생 중 자꾸 앞에 나서려 하며 어른들을 향해 욕도 서슴지 않는 이 아이를 만난다면 혹시나 병원은 다녀왔는지, 다녀오지 않았다면 병원을 함께 데리고 가줄 이는있는지, 상처는 어떠한지 한번 쯤 따뜻하게 살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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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ycle | 2008/06/15 11:38 | 기분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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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림삼 at 2008/06/15 13:18
그 아이 걱정되네요..몸이 건강해야 될텐데.. 그나저나 내릴 역을 놓치다니.. 많이 피곤하셨나봅니다. 푹쉬시길...^.^
Commented by 샛별 at 2008/06/15 13:52
31일때부터 계속 거기에서 상주하고 있었다라..
아니 그 학생은 학교는 안간데요? 흠좀무-_-
게다가 사람들이 무지 몰리는만큼, 병균이 많이 옮겨다닐건데...거의 1주넘게 거기에 있었으면 충분히 병균침입가능성이 있겟네요.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할상황이었으니..
그 학생 좀 이비인후과 가서 빨리 나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at 2008/06/15 14: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6/15 15:45
여러모로 정말 고생하십니다.
Commented by 이카 at 2008/06/15 15:52
아, 그 아이. 저도 보았지만 상처를 소독해 주는 것 외에 해줄만한 게 별로 없어서 저 역시 소독만 하고 돌려보내야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시위 현장에 갈 예정이니 혹 보게 된다면 그 때는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께요.
Commented by scully at 2008/06/15 16:21
가출한건 거의 확실할 것 같고.. 아마도 청소년 행려가 아닐까 싶네요. 흥분과 긴장이 공존하는 분위기도 그럴테고 먹을것도 지원이 되니 머무는것이겠지요. 행려응급실 근무할때 경험으로 봐선 소아행려들이 없진 않거든요. 누가 보호시설에라도 인계해주면 좋을텐데.. 가능하면 경찰에 인계돼서 보라매병원 행려응급실로 인계되면 좋겠는데요. 그게 또 당사자가 원하지않으면 끌고갈 순 없는거라서.. 보라매 아니라도 행려응급실이 있는 병원들이 몇군데 있는데 강북쪽엔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나요.

월요일부터는 또 일상으로 돌아가겠네요. 어깨는 observation 잘 하시고 실습 열심히 도세요. 궈궈궈.:)
Commented by 제이 at 2008/06/15 23:21
여러모로 고생많으셨습니다. 일단 복지단체에 연락해서 인계하셨으면 좋겠네요. 성인도 노숙은 힘든데 어린아이가 계속 그 상태로 있다간 건강이 더 나빠질거에요. 폴리클님도 체력회복하셔서 기말고사도 무사히 끝나시기를.... 본인이 건강해야 남도 돌볼 수 있어효. -(__)- 힘내요!
Commented at 2008/06/16 01: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하나씨 at 2008/06/16 07:24
아, 그 아이 저도 보았습니다. 'ㅡ' 현장팀에게 인계드렸어요.
Commented by 티슈 at 2008/06/17 07:18
오늘, 아니지 어제 KBS에서 본 것 같습니다. 어려보이고, 빡빡머리에 귀에 붕대(?)를 붙이고 다니던 아이... 가출청소년으로 오해를 자주 받나봐요. 그래서 '이번에도' 가출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서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아이 아버지랑도 통화했는데 아버지도 포기(?)한 듯한 분위기...;;;
아무튼 가출이든, 집회참여든 그 아이의 귀가 걱정되네요.
Commented by 하이 at 2008/06/19 11:14
안녕하세요 이글저임니다
ㅡㅡ 아진짜욕좀하지마세영
뭥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사는거다 at 2008/06/26 14:38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익숙한 주소에 이끌려 들어와봤습니다. 여기도 익산.... 가까운 곳에 계시는 분이 그 멀리까지 가서 수고하시네요.... 부끄럽습니다. 의대생이면 학교다니는 것도 힘드실텐데... 많은 응원보내드립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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