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로그인


비 그리고 촛불

 

 <달빛이야기님의 몽당연필의 우주문화연구소에서,>


 비가 온다. 서울에선 오늘도 집회나 문화제를 하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지난 금, 토, 일 3일간을 서울에서 그것도 낮밤 뒤바뀌어 가며 보내온지라 몸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다. 일어나니 어깨가 너무나 아펐다. 최전방에서 시민들을 돌보다 살수차 물대포 직격탄을 맞고 후에 진압과정에서 방패를 맞은 딱 그 자리다. 아침내 뻐근함을 이기지 못해 순환기 내과 실습도중 학교 앞 의료기기점에 가서 붕대를 사서 칭칭 감아버렸다. 그나마 조금 괜찮아 진 듯 하다.

 지난 3일간 처치한 사람들만 백여명 가까이 되는 듯 하다. 현지 의료봉사팀, 그리고 우리 후배녀석들과 우리 봉사팀, 숫자만 해도 30여명은 족히 될테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을지 짐작이 간다. 그야말로 그곳은 지옥이었다. 염라대왕만 없다뿐이지 생지옥 그 자체였다.

 3일간의 서울행을 위한 준비는 너무나 힘겨웠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못한채 무작정 준비만 했다. 때로는 무서운 상상도 해봤다. 그러다 보니 불안해진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챙기고 싶은 욕심이 든다.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다. 준비에 필요한 자금도 부족해서 약이나 경비등은 사비로 해결해야 했다. 마이너스 통장은 더욱 울어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다. 더불어 지식이 부족해서 여러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갖은 상황에 대한 대처 술기를 돌다리 짚듯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당일 후배 몇을 선발대로 먼저 보내 본진 구축 및 스팀팩 1000병을 준비시켰다. 나는 후배 몇과 후발대로 길을 나섰다. 호흡기 내과 선생님껜 핑계를 댔다.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한시가 급했다. 언젠가 본 사진 속의 부상자들의 모습 속에서 너무나 울분이 치밀어 올라 시작했던 의료지원. 서울에서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시민들의 걱정이 앞섰다.

 액땜이라도 하는 것일까. 후발대로 타고가던 택시 속에서 창밖에 오토바이 사고현장이 보였다. 한 소녀가 숨을 못쉰다 외쳐대고 있었다. 구급차는 아직이었다. 고민에 빠졌다. 서울행 기차는 10여분 남은 상황,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냥 가자는 후배들의 재촉 속에 나는 택시를 잠시 멈추고 메던 가방을 택시 속에 던져버리고 먼저 가란 말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100m를 냅다 뒤었다. 다행이 목에는 청진기가 걸려 있었다. 순간 멍했다. 그리곤 곧바로 응급의학과에서 배웠던 ABCD가 생각 났다. 어떤 소년의 말처럼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심장은 미약하게 뒤고 있었다. 재빨리 CPR을 1회 시행하였다. 다행히 숨이 돌아 왔다. 구급차가 멀리서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다가온다. 재빨리 경추 보호대를 착용케 한 뒤 구급차에 몸을 싣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이리저리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보니 시간이 저녁 6시다. 기차는 놓쳤다. 다음기차를 탈 수 밖에 없었고 서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에 사람들에게 문자를 돌려본다.

 첫날은 큰 문제 없이 끝났다. 만나기로 한 분들도 다 만났다. 다행이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몇 정거장 떨어진 본진까지 짐을 들고 갔다. 새벽 4시경 국밥집에서 후배들과 24시간만에 첫 식사를 했다. 요상한 모텔 안에 무거운 짐을 풀었다. 어깨는 끊어질 것 같았고 다리엔 굳은 살을 넘어 물집까지 잡혔다. 새벽 6시경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잠이들면서 후배들과 다음 날의 결전을 위해 파이팅 해본다.

 둘째날은 2개조로 나누어서 운영했다. 나를 포함한 후배 한녀석은 낮 시간동안 현장 탐사에 나섰다. 다른 녀석들은 그동안 저녁 의료 지원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낮 시간동안 시청광장은 평온했다. 끊임없이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여기저기선 다양한 부스가 열렸다. 하지만 해가지고 어둠이 스며들면서 위기는 점점 다가왔다.

 시민들이 거리 가두시위를 나선다. 아는 누님을 만나 시민들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발에 불이 나게 뛰었다. 맨 앞 선두 행렬을 겨우 잡았다. 버스에 시민들이 올라가 있다. 그 중 어린 녀석도 있다. 불안했다. 옆에 있던 누님에게 좀 더 가까이 가보자고 했다. 마침 그 녀석은 버스 위에서 그대로 주저 앉어 버렸다. 버스 위에서 소년을 내려 부목을 댔다. 그리고 그 소년을 등에 업고 3백 미터 정도를 뛰었다. 어깨가 깨질것 같다. 하지만 뛰었다. 그녀석 다행히 무사했다. 곧장 부목을 풀어주고 집에 가기를 권했지만 다시 가두행진의 대열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다. 하루종일 밥을 안먹었단다 그래서 김밥 한줄을 손에 쥐어 보냈다.

 곧 시민들은 첫번째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로 향해 진격했다. 4갈래로 나뉘었다. 가는 길에 한 여자가 호흡이 없는채로 실신해 있다. 재빨리 응급조치를 하고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린다. 여기서부터 끊임없이 사람들을 돌보았다. 그들은 가벼운 찰과상부터 두통, 소화불량, 과호흡, 출혈, 심계항진등 다양한 문제를 호소했다. 전경과의 첫번째 대치장소 였다. 

 한 전경이 흉통을 호소하며 끌려나왔다. 호흡이 가빠보였고 얼굴은 창백해 있었다. 의료진이라며 보기를 원했지만 전경들은 무엇때문인지 계속해서 괜찮다며 이리저리 뱅뱅 돌린다. 그러다 이내 그 전경은 구토를 하며 주저 앉았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전경은 당황해 했다. 화가 났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다들 비키시라고. 이윽고 몇몇 전경들이 더 오더니 정부종합청사 대문을 막는다. 그리고 의료진을 찾았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기에 내가 달려갔다. 몇가지 가벼운 질문을 했다. 하이바 끈에 잠시 목을 졸린 것 이외엔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주고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했다. 그 전경은 종합청사 안으로 유유히 실려갔다. 걱정되어서 수십번 가서 되물었다.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안심하고 돌아선다.

 두번째 대치장소에 잠깐 들렀다 세번째 대치장소로 갔다. 환자가 있다는 말에 다시금 달렸다. 발이 아프더라도. 한 아주머니가 전경과 대학 학생회 시위대 사이에 누워 있다. 손이 너무나 차다. 찬 바닥에 너무 오래 누워있었다. 아주머니는 어떤 전경의 어머니인데 서로 싸우는 꼴이 싫어 누워버렸다고 한다.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러곤 담요를 찾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담요를 내놓지 않는다. 그래서 가운을 벗었다. 그리곤 아주머니를 덮어 드렸다. 그러자 누군가 담요를 건넨다. 따뜻한 물을 아주머니께 사서 쥐어 드렸다. 그리고 부탁드렸다. 제발 본인의 건강부터 먼저 생각하시라고, 아드님도 이건 원치 않을 거라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곳에는 오랜 시간 서로 대치된채 정적만 흘렀다. 누군가 전경들 앞에 나와서 춤을 추고 택견을 공연한다. 그곳에는 야밤의 작은 문화제가 열렸다. 맨 앞에 서있는 나에게 전경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큭큭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금 두번째 대치장소로 갔다. 살수차가 물을 살포한다. 일부는 큰 비닐로 그들 위를 덮어 대응한다. 기발했다. 하지만 오래 견디지 못하고 이내 사람들이 실려온다. 한 의사 선생님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 선생님을 뒤로 보내드리고 최전방을 지켰다. 누군가 버스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너도나도 올라간다. 어디선가 버스에서 누군가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물대포고 뭐고 최전방의 중앙으로 달려갔다. 몇몇 사람들이 메딕 메딕 하고 외친다. 정신이 없었다. 가슴 한가운데 물대포를 맞아 핸드폰을 잃어 버렸다. 모르고 있었다. 중앙으로 무작정 향했다. 얼마나 많은 물을 퍼부어 댔는지 발목까지 물이 차온다. 온 몸이 다 젖었다. 버스에서 떨어진 사람을 찾았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단 뒤로 후송 시켰다. 그 뒤로도 그곳을 1시간 가량 더 지켰다. 함께한 누나가 나를 따르다 물에 젖어 벌벌 떨고 있다. 누나를 현지 아고라 의료팀이 있는 곳으로 보낸 뒤 나는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갔다. 아니 가야만 할 것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그 아수라장에서 핸드폰을 건네준다. 내 것이다. 이미 물에 젖고 파괴되어 쓸순 없었지만 너무나 감사했다.

 후방에서 누군가를 처치하고 있는데 진압이 시작 되었다. 시위대가 벌떼처럼 쏟아져 나온다. 큰 거리에서 전경과 시위대가 대치한다. 어디선가 엠비씨 엠비씨 하는 소리가 들린다. 또 살수차가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뒤로 빠지느라 처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혼잡한 상황 속에서 후배 두 녀석이 연락이 되질 않는다. 초조하다. 잡히진 않았겠지 위안 삼아 보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핸드폰을 빌려 통화를 시도해 보지만 받질 않는다. 그러다 우연찮게 전경 뒤에 무사히 있는 것을 알았다. 이 녀석들 다친 전경들을 치료하다 갖힌 모양이다. 만나자 마자 화를 냈다. 안전을 최우선시 하라고 한 지시를 잊지 말라 다시금 당부했다.

 시청 역 1번 출구에 보관해둔 스팀팩이 생각났다. 그리곤 후배 5명과 천여병 되는 비타민 음료를 무작정 날랐다. 어깨가 부서질 것 같고 손이 저려왔다. 하지만 스팀팩을 기다리는 시위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힘을 냈다. 그리곤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다행히 전경들의 아침 7시 진압에 맞추어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한 병씩 얼른 손에 쥐어준다. 천병이 금새 동이 난다. 감사하다 말하는 이도 있고 함께 나누어준 사람들도 있다. 스팀팩 먹고 힘내길 바랬다. 무사하길 바랬다. 그 사이사이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처치했다. 너무나 많이 다쳤다. 예상외로 시위대의 피해는 심각했다.

 아침 10시경 익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몸은 찢어질듯 피곤했다. 삼일간의 과로로 다들 지쳐있었다. 잠시 잠들었다 깨어보니 익산이다. 그리곤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너무나 피곤해서 후배들 밥도 못 사먹이고 보냈다. 못내 아쉬웠다.

 오늘도 인터넷에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피해를 입는 소식들이 속속들이 전해진다. 이명박이니 쇠고기니 대운하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의 꿈을 꾸어가고 있는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해야할 일을 생각해 본다. 그리곤 처음 서울에 올라가기로 마음 먹었던 몇일 전처럼, 다시금 서울행을 결심해본다.

by Polycle | 2008/06/02 23:26 | 기분 | 트랙백 | 핑백(1) | 덧글(32)

트랙백 주소 : http://medwon.egloos.com/tb/175348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수줍은 느낌의 미소 : 원광의.. at 2009/01/01 03:11

... ... more

Commented by 이주꿍 at 2008/06/02 23:58
엉엉. 너무 부족한 도움이라 죄송하군요. ;ㅁ;
Commented by 슈가럽 at 2008/06/03 00:03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님도 몸 좀 챙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온에어 at 2008/06/03 00:07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샛별 at 2008/06/03 00:07
소녀가 다쳐서 100m 뛰어가는 그 사이에 응급실의 ABCD를 바로 머리속에 떠올리시다니
역시 의사님들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ㅎㄷㄷ

지금 서울에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폴리클님 이번에는 좀 쉬셨다가, 원기를 회복하시면 가세요
가셔셔 괜히 폴리클님 건강 나빠지실까봐 걱정입니다
Commented at 2008/06/03 00: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olycle at 2008/06/03 00:09
감사합니다. 숙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짐 보관 할 수 있는 곳이면 됩니다. 그럼 믿고 한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
Commented at 2008/06/03 00: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헤비스 at 2008/06/03 00:41
효자동에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몸 사리지 않고 애써주신 용기에 감사드리고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6/03 01:10
정말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Commented by 림삼 at 2008/06/03 01:23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현장이 눈에 아른 아른할 정도네요..푹쉬고 아픈 곳 얼른 나으시길 바래요..폴리클님 건강도 걱정하셔야죠..ㅜ_ㅜ 퐈이팅입니다!
Commented at 2008/06/03 02: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케이리엘 at 2008/06/03 02:57
Polycle님 자신의 몸도 챙기셨으면 합니다. 좋은 일이지만, Polycle님께서 다치시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줄어버리잖아요 ;ㅅ; 하기는 어느 누구나 몸이 상하는 것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덧. 닉네임을 뭐라고 읽으면 좋을까요 ^^;;
Commented by blus at 2008/06/03 05:57
조심히 다녀오시고 꼭 폴리클님 건강도 함께 챙기셔야 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ㅂ;
Commented by 컴터다운 at 2008/06/03 07:05
당신같은 분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Commented at 2008/06/03 09: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무명 at 2008/06/03 09:51
메딕 지지하는 1人
Commented at 2008/06/03 10: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6/03 10: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6/03 12: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까칠한노리 at 2008/06/03 12:54
;ㅁ; 수고 많으셨습니다.. 근데 혹시 의료팀에서는 약값 지원안받으시는지요;ㅁ; 적게나마 보태고싶습니다...
Commented by 음헬헬 at 2008/06/03 16:28
이전 페이지 누르시면 지원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제가 보태드릴 땐 얼마 안되더니 많은 분들이 지원 해주시네요.
Commented by K at 2008/06/03 14:05
힘 내세요!
Commented by iamsia at 2008/06/03 14:28
수고하십니다. ㅠㅠㅠ
...근데 감명깊게 읽다가 중간에 메딕에서 웃었;;;
Commented by JJ7sw at 2008/06/03 16:50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보니 정말 많은 일을 하시고 계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at 2008/06/03 16: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ㅇㅅㅇ at 2008/06/03 17:57
메딕이다.
Commented by ㅇㅅㅇ at 2008/06/03 17:58
가운데 오토바이 부상자 도와주신건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군요,
Commented by 강민희 at 2008/06/03 19:11
참 훈훈한 글입니다. 저도 비내리는 시위에 참가했었지만,...다행히 부상자는 없었으니까요. 익산이라면 원대의대생인것 같네요. 같은 전주사람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8/06/03 22:35
과연 나이팅게일의 전통을 잇고 계시는군요. 훌륭하십니다.
Commented by 떼아모 at 2008/06/03 23:30
형이 최고에욤.
Commented by 리나신 at 2008/06/04 22:55
정말 멋지십니다. 눈물 나네요..ㅜㅜ
Commented at 2008/11/10 15:03
비공개 덧글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