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23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1차 의료봉사
6년째 대한민국 오지(?)를 찾아가는 의료봉사 활동이 올해도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학생이 주최가 되어 의료 봉사활동을 나설 수 있는 단체 혹은 모임은 대한민국에서는 꽤나 드물지 않나 싶다. 의료봉사라는 것의 특징이 실질적으로 본과 4학년을 제외하면 거진 학생들은 function이 없다는 점, 활동 중 사용되는 약값의 부담 등, 대개 대한민국에서 의료봉사라면 병원급 이상의 규모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여러 선배님들이 진료 및 약제류등 많은 부분에서 힘써주셔서 그다지 많은 준비를 하지 않고도 의료봉사를 다녀올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할 뿐이다.


입구에서 접수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금번 의료봉사는 전라북도 함열의 효도마을이라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주변에 병의원이 없는 인구 200~300명 정도의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원래는 방학을 이용해 2박3일간 의료 봉사를 다녔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학기 중 전 학년이 시험이 끝나는 5월의 어느 따스한 날, 당일치기로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초진하는 모습, 여기에선 과거력, 가족력, 주증상 등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물어보는 곳이다.
최고학년의 입장으로 참여하는 의활에서 나는 주로 초진을 맡았다. 초진이라는 것은 환자가 교수님께 진료 받기전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등을 물어보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력, 가족력, 약물 복용력, 알레르기, 수술 입원등의 기왕력, 주증상 등을 물어보아 진료에 필요한 Present illness를 적는 일을 한다.

할마이들과의 대화는 늘 어렵다.
초진을 하다보면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장애다. 사투리야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 치아가 없으시거나 귀가 잘 안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30~40대 성인 같으면 1분 안에 끝날 질문을 10~2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또 대부분 정확히 본인이 아픈 곳을 말씀하시지 못하시고 그냥 여기저기 아퍼 다 쑤셔, 하면 그때 부턴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다. 초진의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환자를 파악하고 적합한 진료과에 보내드리는 일인데 애매모호한 표현이나 막연한 한탄등은 분류작업은 나를 굉장히 힘들게 한다.
초진에서 무리하게 청진등의 이학적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진료소에 가면 교수님들이 다 알아서 하시기에 개략적인 것들만 적어 보내드리면 되지만 또 학구열(?)에 불타는 나에겐 환자 한분 한분 오실때마다 청진도 해보고 이학적 검사도 해보고 하는 등 액티브(?)하게 초진을 하였다. 이렇다 보니 초진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넘쳐나는데 진료소에는 환자가 한명도 없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초음파 진료를 하고 계시는 교수님
금번 의료봉사의 경우 다행히 방사선과 교수님이 함께 하셔서 초음파를 가져갈 수 있었다. 요즘들어 병원이 많이 늘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 남에 따라 실제 의료봉사라 이름 붙여 활동하는데에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른다. 웬만한 시골에도 병원 하나쯤은 있을뿐더러 현지 개업의들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장소 선정도 쉽지가 않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의료봉사를 가면 해줄 수 있는 것이 단지 약을 주는 것 뿐이기에 근래에는 활동 방향을 많이 변경해 나가고 있다. 몸의 이상여부를 개략적으로 알아 볼 수 있는 혈액검사나 초음파등 Screening test(선별검사) 위주로 활동 계획을 짜서 움직인다. 더불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호소하시는 것이 관절통이기에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중 수 있는 Pain clinic(통증 클리닉) 위주로 운영을 한다.

약을 타려 기다리는 방문객들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도 많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다녀오면 많은 것을 배운다. 환자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에서 부터 때로는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질환들에 대한 임상증상 등 정말 다양한 환자들이 오기에 살아 숨쉬는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해를 거듭할 수록 겪는 여건의 어려움 속에서도 방문객을 맞이하는 웃음 잃지 않아준 후배들에게 감사하고 또 진료하시느라 애쓴 선배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우리를 믿고 방문해준 여러 할아버지, 할머니, 간혹 아저씨, 아주머니들께 감사드린다.
# by | 2008/05/23 11:21 | 기획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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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이유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_+;
선생님들이 오셔야 뭐가 되도 되는데 바쁘시다보니 항상 시간내주실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끔 약을 지원받을때가 아니면 약도 모자라고.
그리고 포스팅보면서 제가 놀란점은,
지금 본과4학년이신데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시는건가요!
저흰 본4선배님들도 거의 못오신다고 알고있는데 =ㅅ=!
아무래도 본1,본2 꼬꼬마들만 가니까 더더욱 어려운점이 많은듯. 멋지세요. ^_^
어!? 그리고 폴리클님의 블로그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토커 기질을 발휘해본 결과,
제 남자친구랑 같은 학교시네요. 하하. =ㅅ=); 학번이 너무 차이나서 서로 아는사이는아니겠지만.
남친은 이미 졸업하고 보드따고, 공보의를 하고있는 전설속의 고학번!
하지만 혹시 같은 향우회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저랑 같은학교인것도 아닌데, 왠지 되게 반갑네요. ^_^;
하지만 옛날과는 달리 저런 "무의촌"에 사는 분들도 대학교의 의료봉사는 "공짜로 약좀 얻을 기회"정도로밖에는 여기지 않는게 요즘 세태인 듯 합니다. 2002년도 태풍 루사 때는 근무지가 바로 직격탄맞아서 현장에 지원나가고 별 짓을 다 했는데 그때도 당장 아픈 것보다는 그동안 아픈 관절염 진찰이나 받아볼까 하고 오는 동네 노인들이 더 많았거든요. 정작 재해와 관련해서 치료받은 사람은, 와서 자원봉사하다가 피부염 걸린 학생들과 식사준비하다가 화상입은 어느 아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