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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김밥집 창업주 입장에서 당일 손님이 100명을 넘어선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좀처럼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다. 금주 월요일 114명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는가 싶더니 화요일 다시 80명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하지만 수요일 다시금 정확히 100명을 찍더니 또 오늘 시슬시들하다. 숫자놀음에 일희일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내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세월은 분명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고 있지만, 또한 나를 더더욱 현실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한 손님에게 삼십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지만, 내게 돌아오는 것이 고작 1500원이었을 때와 오분 남짓 이야기를 나눴지만 수만원이 내 손에 쥐어졌을 때의 온도차는 너무나도 극명하다. 영원히 수줍음 많은 소년으로 남을꺼라 생각했던 나도 지금은 시간과 돈에 치어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중년 남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분좋게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김밥을 만드는 일은 정녕 요원한 일인가. 너무나 슬프고도 우울한 하루가 아닌가 싶다.

by Polycle | 2016/08/11 18:47 | 민간인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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